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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올해 5월 4일 시도교육청에 보낸 '교장공모제 지침' 공문.
 교육부가 올해 5월 4일 시도교육청에 보낸 '교장공모제 지침' 공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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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올해 5월 17일 일선 학교로 보낸 교장공모제 계획. 형광펜 부분이 교육부 지침을 왜곡한 곳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5월 17일 일선 학교로 보낸 교장공모제 계획. 형광펜 부분이 교육부 지침을 왜곡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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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이 1등으로 뽑은 교장 후보들이 왜 서울에서 줄줄이 '꼴찌' 탈락했을까?(관련기사 : 첫 보도 학교 추천 '1순위' 교장 후보들, 교육지원청에서 탈락시켜)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의 '교장공모제 심사위원 지침'을 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바꿔치기'하면서 이 같은 일이 잇달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지역주민 심사위원 위촉' 지침, '퇴직교장 등 위촉'으로 왜곡

27일, 교육부가 만들어 지난 5월 4일 17개 시도교육청에 보낸 '2018학년도 하반기 교장공모제 추진계획'을 입수해 살펴봤다. 그랬더니 서울시교육청이 이 교장공모제 지침의 취지와 내용을 상반되게 바꾼 채 같은 달 17일 일선학교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이 지침 '2단계 교육청 교장공모제심사위 구성'에서 "외부인사(학부모 및 지역주민, 외부전문가)를 50% 이상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교장 후보를 교육감에게 추천할 심사위 외부인사 구성에서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중용하라는 내용인 것이다. 해당학교 학부모와 교사, 지역 인사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교장공모제 취지에 맞추기 위해 이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육부 지침에 근거해 만든 공문 '2018. 9. 1.자 교장공모제 시행 계획'에서 교육부 지침 내용을 다음처럼 왜곡해 놓았다.

"평가의 전문성을 가진 외부인사(퇴직교장·교육전문가·대학교수·학부모 등)를 50% 이상으로 함."

이 공문에 따라 서울 남부교육지원청은 심사위원 7명 가운데 5명을 전현직 교장으로 채워 넣었다. 교육부 지침에서 강조한 학부모와 지역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교육지원청은 오류중학교 1차 심사에서 1등을 받은 평교사 출신 교사 후보를 꼴찌 탈락시킨 곳이다.

역시 1차 심사에서 1등을 받은 평교사 출신 교사 후보를 탈락시킨 서울 북부교육지원청도 심사위원에서 학부모 참여를 배제시켰다. 이 교육청 또한 전현직 교장과 교육장, 교육지원국장, 행정지원국장 등의 관료로 심사위원을 채웠다. 특히 이 교육지원청은 평교사 응모가능형 교장공모제 제도 반대 논조를 펼쳐온 교육전문지의 발행인 겸 기자를 심사위원으로 끼워 넣기도 했다.

교육부 지침 바꿔치기로 '전현직 교장 5명' 무더기 심사위원 위촉

이 같은 서울시교육청의 지침과 달리 경기, 인천시교육청을 비롯한 다른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교장공모제 심사위원 지침' 내용을 그대로 학교에 전달했다. 기자가 직접 살펴본 결과다.

교육부 지침을 그대로 따른 경기도교육청 공문.
 교육부 지침을 그대로 따른 경기도교육청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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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문을 그대로 따른 인천시교육청 공문.
 교육부 공문을 그대로 따른 인천시교육청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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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교육지원청의 한 고위 관리는 "심사위원으로 전현직 교장 급들을 죄다 선임하다보니 교감, 교장과 평교사 출신 후보가 올라왔을 때 누구를 1등으로 하겠느냐?"면서 "당연히 교장 또는 교감 출신 인사들을 1, 2 등으로 뽑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심사위원 구성 때문에 해당 학교 학부모나 교사의 의지가 완전히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고위 관계자도 "우리 교육청 담당자들이 왜 교육부의 지침과 다르게 '교장공모제 계획' 공문을 만들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벌인 '학교 1등 후보자 탈락' 이유에 대한 특별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 공문 내용 '바꿔치기'에 대한 추가 조사 또는 감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담당부서의 한 관리는 "우리의 실수가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혁신적인 평교사 출신 교장 후보들을 배제하기 위해 교육부 공문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전 해의 공문 내용을 실수로 고치지 못한 채 학교에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성원이 뽑은 1등 교장 꼴찌 탈락' 3개교, 재공모하기로

한편,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 1등 교장 후보를 교육지원청이 꼴찌로 탈락'시킨 3개교에 대해 교육부장관에게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체 26개교에 대해 교장공모제를 실시했지만 3개교 교장 후보는 교육부에 추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 알려진 도봉초와 오류중에 더해 효문중도 '학교에서 1등으로 뽑은 교장을 교육지원청이 3등 꼴찌로 밀어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이 학교는 도봉초와 함께 북부교육지원청이 2차 심사를 맡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도봉초, 오류중, 효문중은 교장공모제 취지와 해당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추천 대상자 없음으로 결정했다"고 임용제청 배제 이유를 밝혔다.

이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이 임용제청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제청을 하지 않을 권한도 함께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개교에 대해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공모제를 원할 경우 내년 3월 재공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태그:#교장공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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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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