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까다로운 원정 경기에서 또 한 번 역전승의 짜릿함을 즐기며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도 썼던 K리그1 '잔류왕' 간판을 다시 꺼내들 때가 온 것이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8일 오후 7시 전남 광양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20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2득점 1도움 활약에 힘입어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드디어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9경기 무승' 악연 끊어버리다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슈퍼 서브 문선민의 역습 드리블 순간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슈퍼 서브 문선민의 역습 드리블 순간 ⓒ 심재철


주중 FA컵 32강 경기(인천 유나이티드 2-0 포천시민축구단)를 끝내고 광양으로 온 인천 유나이티드가 전남 드래곤즈와의 오랜 악연을 끊고 활짝 웃었다. 2015년 FA(축구협회)컵 준결승 연장전에서 겨우 이긴 이후 9경기 동안 4무 5패로 힘을 쓰지 못했는데 10경기 만에 승리 기록을 찍어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출발은 여전히 불안했다. 경기 시작 후 17분 만에 전남 드래곤즈 이상헌에게 허무한 골을 내준 것이다. 부노자와 김대중이 나란히 선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 뒷공간을 허물고 들어간 이상헌이 유연한 방향 전환 드리블에 이어 왼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는 지난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19라운드 FC 서울과의 경기(인천 유나이티드 2-1 역전승)처럼 비교적 이른 시간에 골을 내준 인천 유나이티드가 바짝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된 것이기도 하다.

다시 고개를 들고 정신을 차린 인천 유나이티드는 27분에 재치있는 크로스로 귀중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진야의 크로스가 그라운드를 횡단할 때 전남 드래곤즈 풀백 이슬찬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돌아온 레골라스 남준재가 잡아서 미세한 틈을 노렸다. 전남 센터백 도나치 뒤로 빠져 들어간 동료 골잡이 무고사를 겨냥한 낮은 크로스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동료를 믿고 빈 곳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공격 작업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점수판을 1-1로 만든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손 부상을 당한 남준재 대신 떠오르는 슈퍼 서브 문선민을 들여보내며 역전승을 노렸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문선민 효과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빠른 역습으로 전남 드래곤즈 수비 라인을 크게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스테판 무고사, 2득점 1도움

 67분, 인천 무고사의 쐐기골을 돕는 MF 아길라르의 왼발 전진 패스 순간

67분, 인천 무고사의 쐐기골을 돕는 MF 아길라르의 왼발 전진 패스 순간 ⓒ 심재철


7월 마지막 토요일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날이었다. 팀이 올린 3득점에 모두 공격 포인트(2득점 1도움)로 관여한 것이다. 후반전에 들어온 문선민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위력적인 스파이크 헤더 슛(52분) 실력을 뽐낸 무고사는 59분에 박종진의 역전 결승골을 도우며 그 존재 가치를 맘껏 자랑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 역전골은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미드필더 한석종의 발끝에서 시작된 연결이 박종진을 거쳐 문선민-무고사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 것이다. 마무리 순간 무고사가 옆으로 밀어놓은 공을 향해 박종진의 과감한 오른발 대각선 슛이 전남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갔다. 골키퍼 이호승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막아내기 힘든 공의 꼬리였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두 경기 연속 역전승 신바람은 67분에 시원하게 불었다. 코스타리카 출신의 특급 미드필더 엘리아스 아길라르의 절묘한 왼발 전진 패스가 전남 드래곤즈 수비수 양준아와 도나치 사이로 뻗어오는 것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오른발을 길게 뻗어 잡아놓고 오른발 슛을 시원하게 차 넣은 것이다. 아길라르는 이 어시스트로 '세징야, 홍철, 이용, 이근호'를 따돌리고 도움 순위 1위에 올라섰다.

이후에도 인천 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트리오 '문선민-아길라르-무고사'는 빠르고 위협적인 역습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내며 전남 드래곤즈를 완벽하게 주저앉혔다. 76분에 문선민의 역습 드리블, 무고사의 공간 패스, 아길라르의 왼발 슛으로 이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격은 비록 추가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축구만이 보여주는 박진감과 짜릿함 모두가 담겨 있었다.

유상철 감독의 전남 드래곤즈는 3051명 홈팬들 앞에서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남은 시간 센터백 도나치까지 공격수로 올려세웠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 앞에서 공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유효 슛 기록 3개를 모두 골로 성공시킨 인천 유나이티드에 비해 유효 슛을 9개나 기록한 전남 드래곤즈의 1득점은 곧바로 순위표에 반영되어 두 팀이 자리를 바꾸게 되었다.

이 경기 직전까지 꼴찌에 머물며 강등 1순위로 불렸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득점 기록(인천 31득점, 전남 20득점)에서 크게 앞서기 때문에 승점이 16점으로 같았지만 10위 자리로 뛰어오르며 전남을 그 아래로 밀어버린 것이다.

이로써 하위(강등)권 순위표는 정규리그가 끝날 때까지 더욱 흥미진진하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1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8월 4일 오후 6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를 벌이며 전남 드래곤즈는 8월 5일 오후 7시 울산을 광양으로 불러들인다.

 전반전, 전남 이상헌의 왼쪽 크로스를 쳐내는 인천 유나이티드 GK 이진형

전반전, 전남 이상헌의 왼쪽 크로스를 쳐내는 인천 유나이티드 GK 이진형 ⓒ 심재철


2018 K리그 원 20라운드 결과(28일 오후 7시, 광양)
전남 드래곤즈 1-3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이상헌(17분) / 무고사(27분,도움-남준재), 박종진(59분, 도움-무고사), 무고사(67분, 도움-아길라르)]

- 주요 경기 기록
공 점유율: 전남 드래곤즈 55%, 인천 유나이티드 FC 45%
슛: 전남 드래곤즈 18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9개
유효 슛: 전남 드래곤즈9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3개
코너킥: 전남 드래곤즈 8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4개
프리킥: 전남 드래곤즈 11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2개
오프사이드: 전남 드래곤즈 1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0개

2018 K리그 1 득점 순위표
1 제리치(강원 FC) 16골(경기당 0.84)
2 말컹(경남 FC) 15골(경기당 0.83)
3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11골(경기당 0.61)
4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9골(경기당 0.47)
5 주니오(울산) 7골(경기당 0.54)

◇ 2018 K리그 1 도움 순위표
1 아길라르(인천 유나이티드) 6개(경기당 0.33)
2 세징야(대구 FC) 5개(경기당 0.38)
3 이용(전북) 5개(경기당 0.33)
4 홍철(상주) 5개(경기당 0.26)
5 이근호(울산) 5개(경기당 0.25)

◇ 2018 K리그 1 하위권 순위표
10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20경기 16점 3승 7무 10패 31득점 42실점 -11
11위 전남 드래곤즈 20경기 16점 3승 7무 10패 20득점 36실점 -16
12위 대구 FC 19경기 14점 3승 5무 11패 13득점 32실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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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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