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첫 방송 화면 캡쳐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첫 방송 화면 캡쳐 ⓒ MBC


지난 7월 MBC 보도국이 뉴스 개편을 하며 시도한 것 중 하나가 인터넷 방송인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아래 마리뉴)>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 콘셉트를 차용한 <마리뉴>는 <뉴스데스크> 기사 3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전에 매일 오후 5시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의 MBC 뉴스 채널과 페이지를 통해 기사 5개를 소개하고 그중 시청자가 투표로 3개를 선택하면 당일 방송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지상파 방송 기자의 인터넷 방송 적응기가 어떤지 궁금해 지난 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마리뉴> 진행자인 김경호, 임경아 MBC 기자를 만났다. 이들에게서 3주 동안 진행된 <마리뉴>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처음 시도한 인터넷 방송, '이런 세상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

- <마리뉴>가 시작된 지 3주 정도 지났잖아요. 취재해서 리포트만 했고 방송 진행은 거의 처음 아닌가 싶은데, 어떠세요?
임경아 기자(아래 임) : "일 자체는 저희가 하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원래 기자는 아이템 선정해서 추가 취재하죠. 전에는 리포트 형태로 했다면 이건 진행 형태로 하는 거죠. <뉴스데스크>에 나가는 것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데 인터넷 방송은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컸는데 배워가며 좌충우돌 하고 있어요(웃음)."

김경호 기자(아래 김) : "아직 3주 정도밖에 안 돼서 매일매일 배우고 고민하고 있어요. 길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걸 처음 하는데 기존 공중파 방송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성격 자체가 다르고 방송과는 원하시는 게 다를 수 있어서... 어떤 걸 원하시고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중이에요."

- 인터넷 방송 적응은 얼마나 하셨어요?
김 : "솔직히 말씀드리면 인터넷 방송을 이번 방송하기 전에 본 적은 없어요. 이번에 아프리카TV도 처음 들어가 본 거예요.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어요. 처음 들어가 보니 어떤 데는 방송하시는 분이 그냥 자고 있는데 33명 정도가 보고 계신 거예요. 또 어떤 데는 (BJ가) 쉬는 걸 (시청자들이) 보는 거예요. 그런 방송을 본다는 것 자체가 기존 방송이 채워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거잖아요. 계속 배워나가는 중입니다. 다행히 인터넷 방송하면서 들어와 주시는 분들이 기사나 방송에 대해 의견을 주세요. 그래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임 : "재밌는 부분도 있어요. 방송 시작하고 힘들지만 그전엔 소통해가며 방송할 일도 없었고... 지상파 기자의 언어라는 게 딱딱했잖아요. 흔히 말해 '다나까'였는데 이런 시도를 벗어나는 건 재밌어요. 하지만 쉽지 않아요."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진행자인 김경호(우), 임경아(좌) 기자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진행자인 김경호(우), 임경아(좌) 기자 ⓒ 이영광


- 가장 어려운 건 뭐죠?
임 : "저희만 안 했을 뿐이지, 이미 인터넷 세상은 계속 진화가 있었는데요. 중간에 들어가다 보니 쫓아가기가 어려워요. 저희가 요즘 고민하는 홍보 방안도 기자일 할 땐 생각해 본 적 없어서,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김 : "봐주시는 시청자들과 주파수를 맞추는 게 가장 걱정돼요. 뉴스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지만 인터넷 방송이다 보니 재미도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너무 뉴스 얘기로만 가서 재미가 없으면 안 되고, 그렇다고 재미만 좇으면 시청자들이 그건 또 안 좋아하시거든요. 분명히 뉴스로서 가치와 의미가 있어야 해요. 뉴스는 뉴스대로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춰가는 게 어려워요."

- 시청자들과 소통하면 어때요?
임 : "실시간 소통이라 많은 걸 느끼게 돼요. 저와 경호 선배가 기사를 선택할 때, 저희 생각엔 사람들이 안 좋아할 거라고 했는데 좋아하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자 입장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 싶기도 하고, 해주시는 지적 중에 뼈아픈 것도 있어요. 아이템이 너무 한정된 거 같다거나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것 중 등 맞는 얘기도 있거든요."

- <마리뉴>는 위에서 시킨 게 아니라 기자들이 제안해서 국장이 받아들인 거라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임 : "이번에 개편하면서 박성제 국장님이 요구한 게 '앞으로 심층 뉴스로 가면 빠지는 스트레이트가 많을 텐데, 당일 들어온 소식을 한 번에 소화할 수 있게 만들되 이전과 다르고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고민하다 인터넷 방송을 생각한 거죠. <마리뉴> 콘셉트는 예전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가져온 거잖아요. 예전 예능에서 차용해도 좋을 거 같아서 가져온 거죠.

- 첫 방송 시작할 때 느낌은 어땠어요?
임 : "처음엔 뭣도 모르고 재밌었던 거 같아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고민도 생기고 걱정도 되거든요. 처음엔 안 해본 거라 새로운 시도고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7월 30일부터 새로운 곳에서 방송을 진행하잖아요. '셋방에서 전세살이로 옮겼다'라고 표현하시던데.
임 : "저희가 처음 인터넷 방송 시작하면서 장소를 안정적으로 할 곳을 못 잡아서 처음엔 라디오국도 빌려보고 뉴미디어 창고도 빌려보고 보도국에 남은 편집실도 빌려서 했죠. 카메라 기자들이 준비하는 인터뷰룸은 공사를 하고 있었어요. MBC 뉴스에서 인터뷰를 위한 장소를 만들었는데, 저희가 장소를 못 잡으니 '여기서 하면 어떻겠냐'고 흔쾌히 제안해주셔서 여기 자리를 잡았어요."

- 계속 옮겨 다니면 힘들지 않나요?
김 : "힘들었죠. 그러나 저희보다 스태프가 더 힘들어요. 그냥 인터넷 방송이면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데요. MBC에서 하는 거다 보니까 자막이나 영상 등의 작업이 들어가서 장비가 많아지는 거예요. 많은 장비를 들고 장소를 이동했으니 스태프들이 너무 힘들었죠. 그러나 이젠 자리를 잡아서 다행이에요."

- <마리뉴> 코너 이름이 '기미상궁'과 '제조상궁'이잖아요. 코너 이름은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요?
김 : "방송 본 후배 기자가 '코너가 있으면 코너 이름을 지으라'고 얘기했거든요. 고민했죠. 인터넷 방송이다 보니 너무 FM적이지 않고 B급이면서 튀는 거로 해보자고 했죠. 공중파라면 절대 못 하죠. 인터넷 방송이니까 재밌고 자유롭게 생각해 보자고 했어요. 원래 조선 시대에 왕이 먹기 전에 독약이 들었는지 먼저 맛보는 사람이 기미 상궁이라 이름을 이거로 했죠."

"매일 발굴하는 기사 5건, 시청자가 '꼭 봐야 한다' 싶은 걸로..." 

- 아이템으로 기사를 5개씩 가져오잖아요. 기사 선택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임 : "기준은 있어요. 당일 발생한 스트레이트가 있어야 하죠. 저희가 매일 하는 거다 보니 당일 있었던 스트레이트 중에 사회적으로 생각해볼 문제가 있거나 의미가 있어서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을 만한 뭔가가 더 있는 것. 그게 기준이에요."

김 : "한마디로 <마리뉴>는 앞에 <뉴스데스크>에서 빠진 뉴스 중 제일 중요한 뉴스를 고른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마리뉴> 역할이 기존의 <뉴스데스크>에서 혹시나 빠질 수도 있는 중요한 뉴스를 발굴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가져갔을 때 중요하고 꼭 봐야 하는 뉴스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고요. 그러면서 하나만 더 집중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감동 있는 뉴스는 조금 약하더라도 소개하려고 하고 있어요."

- 김경호 기자님 살아온 이야기 듣는 게 <마리뉴>의 또 다른 재미 같은데.
김 :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쉽고 와닿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어요. 제 경험을 녹여서 전달하면 뉴스가 와닿지 않을까 해서 하는데 수위조절을 해요. 어떤 분들은 자꾸 산으로 간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수위를 맞추려고 합니다."

- 기자들 연결하면 이름으로 삼행시를 시키던데, 이건 어떻게 하게 된 거죠?
김 : "그건 저희 아이디어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댓글에서 '삼행시 시켜보라'고 하셔서 즉흥적으로 하게 된 거죠."

- 그럼 두 분의 삼행시도 가봅시다(웃음). 먼저 임 기자님부터 하시죠.
임 : "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경: 경호 기자와 경아 기자는 이런 얘기까지도 귀담아듣습니다, 아: 아프로(?) 더 잘할게요(웃음)."

- 김 기자님도 하시죠.
김 : "김: 기미 상궁, 경: 경험해 보세요, 호: 호롤(웃음)."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게 있나요?
임 : "저는 캐릭터가 탄생하는 순간이에요. 저에겐 '빙구'라고 하고 선배에겐 '마이리틀 자서전'이라고 하는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저희 시작할 때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생각보다 보는 분들이 먼저 부족한 모습도 좋게 봐주시며 '빙구 같다'고 했던 순간이 기억나요."

김 :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큰 에피소드는 안 나온 것 같고 기억에 남는 걸 꼽으면... 시청자들이 방송하는 채널에 들어오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희도 시청자분들을 신경 쓰게 돼요. 오시던 분이 안 오시면 왜 안 오는 건지 신경 쓰이고, 어떤 날은 저희도 일찍 들어가서 채팅부터 하고 싶어요. 정이 들어서 시청자들이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져요."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로고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로고 ⓒ MBC


"뉴스 본질은 형식 아니라 내용, 조회수 1만 되면 시청자 모시고..."

- <뉴스데스크>의 세 가지 소식을 전하잖아요. JTBC <뉴스룸>의 '비하인드 뉴스'와 비슷한 느낌도 있는 것 같은데.
김 : 전에 다른 뉴스도 기사 소개할 때 많이 쓰는 방식이죠. '비하인드 뉴스'는 저희보다 훨씬 먼저 했고 많은 분이 이미 알아서 사랑해주시는 코너잖아요. 그래서 비교한다는 건 어불성설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굳이 비교한다면 내용이 다르죠. '비하인드 뉴스'는 주로 정치권 뉴스고 저희는 사회 뉴스를 다루다 보니까 사실 내용 면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더라고요. "

- 처음에는 오픈 스튜디오에서 하셨는데 지금은 번갈아 가며 이재은 앵커와 하잖아요.
김 :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방송의 연속성을 이어가려고 했었어요. 시작이다 보니까 길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서 좋다는 방향으로 하려고 해요."

- <마리뉴>를 비판하는 쪽에서 하는 얘기는 '뉴스가 뉴스 같지 않다'라거나 '뉴스를 희화화하는 거 아니냐'는 건데.
김 : "항상 하며 생각하는 게, 형식적인 변화를 많이 꾀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컨텐츠라고 생각해요. 항상 뉴스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결국 뉴스 내용이 좋아야 저희도 살아남을 거고요. 저희가 가져오는 뉴스가 별 볼 일 없으면 저희도 생명력 갖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뉴스 같지 않다고 느끼는 분은 형식적인 부분을 보고 얘기하시는 거 같은데, 형식은 보이는 것이지 본질은 뉴스 내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앞으로 정말 괜찮다는 평가를 받도록 할 거예요. 지금도 좋은 뉴스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앞으로도 뉴스 내용에 정성을 들이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 유튜브 조회 수로 공약 한번 해보죠.
김 : "지금 회당 조회 수가 1000~2000회 정도거든요. 10000회가 되면 시청자 모시고 공개 방송 하면 어떨까 해요. 시청자 다섯 분이 원하시면 원하시는 대로 백 분이 원하시면 원하시는 대로, 원하시는 분들 모시고 공개방송 할게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려요.
임 : "<마리뉴>의 핵심은 시청자들이 함께 정하고 고르는 뉴스예요. 저는 다른 게 아니라 기존에 딱딱하고 자기 얘기 같지 않은 뉴스에서 조금 더 한 단계 들어가는 뉴스가 되면 좋겠고 많은 분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저 혼자 고르는 거보다 둘이 고르면 뉴스가 눈에 띄더라고요. 앞으로 시청자가 함께하는 코너로 화려하진 않더라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코너가 되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어요."

김 : "저희 콘셉트가 '시청자가 고른 뉴스가 당일 메인 뉴스로 나간다'라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주시는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려고 하거든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많이 오셔서 의견 주시면 좋겠어요. 기사를 많이 골라주시면 최대한 시청자들이 의견 주시는 대로 좋은 뉴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중 한 장면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중 한 장면 ⓒ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김경호 임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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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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