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악기 본연의 색, 전자 작업과 후반 작업이 덜 들어간 음악을 담아보자 했어요. 가사를 솔직하고 담으려고요."

밴드 바닐라 어쿠스틱에서 활동했던 타린이 지난 6월 27일 솔로 첫 정규앨범 < 27 >을 발표했다. 27살의 감성을 담았다.

"이 시간이 지나 돌아봤을 때, 저 스스로에게 솔직한 일기장 같은 잊지 못할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저의 본질에 가까운 음악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 좋았던 첫 앨범이 아닐까 싶어요."

사랑의 시작부터 슬픈 사랑을 예감한 듯 통기타 선율에 애잔한 목소리를 담은 첫 곡'한여름 멋진 밤'부터 일곱 번째 곡 '까만 밤'까지는 27살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고 설레는 순간을 이야기하다 '사랑의 모양' 곡에서 의문을 던져요. '내 사랑은 어디에 있고, 내 사랑의 모양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랑의 모양 질문을 던지면서, 이별을 이야기해요. 하나의 영화처럼 스토리가 그려지게 곡을 수록했어요."

마지막 반쪽이라고 믿었던 사람과 이별했던 경험을 앨범에 고스란히 담았다는 그는 사랑의 모양이 무엇인지 찾는 중이었다.

"모든 관계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잖아요? 노랫말을 썼다 지웠다 해서 모인 열 세 곡이죠."

지난 7월 12일 서울 종로 익선동에서 타린을 만났다.

 싱어송라이터 타린

싱어송라이터 타린 ⓒ 무브먼트제너레이션


- 예명 타린의 의미가 기타 치는 기린이라고요?
"기린이란 이름으로 실제로 활동했었어요. 방송에 나가, '안녕하세요. 기린입니다' 하는 게 어색해서 좀 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기린이 목이 길어 기타와 비슷했어요. 기타 치는 기린, 그래서 타린이라고 했어요."

- 첫 솔로 앨범 < 27 >을 발표했는데?
"개운해요. 2012년 즈음 데뷔해 싱글, 미니 앨범은 여러 장 냈었어요. 정규앨범은 처음이죠.  가볍게 던지는 싱글보다는 이야기가 더 담겨 있어 곡 순서, 분위기를 잡는 게 어려웠어요. 제 나이에 어울리는 솔직한 음악을 해보자 했죠. 원하는 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앨범이라 의미가 있어요."

- 타이틀곡 '너와 꿀잠'은 어떤 노래죠?
"연인과 연애할 때 같이 잠들고 눈 떴을 때의 모습도 있지만 연인과 통화하며 잠든다는 내용이 더 강했어요. 제목만 보면 너와 잠든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밤새 통화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서로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는 거죠. 눈을 떴을 때, 휴대폰은 손에 있고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썼어요. 같이 있지 않아도 너와 통화하면서 잠드는 이 시각이 꿀잠이고, 눈 떴는데 '잘 잤어요? 오늘 하루도 잘 보내' 메시지가 와 있는 거죠. 너와 잠들고 같이 일어나도 네 생각이 나.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 타린 씨의 사랑은 어떤가요?
"이번 앨범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근 연애를 했다가 이별했어요. 앨범 내는 시기와 맞물렸어요. 가장 솔직하고 행복한 만남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솔직하고 대담하고 서슴없이 감정을 표현해요. 감정선을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면 불타오르기도 하지만, 아직 모르겠다? 찾는 중이고,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제는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도 해요. 제 사랑의 모양을 찾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 정이 가는 곡은?
"'사랑의 모양'을 자꾸 이야기하게 돼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영화가 있어요. 음악상도 많이 받은 영화죠. 엄청 말도 안 되게 매력적이에요. 사랑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그 영화를 보고 써 내려갔어요. 영화나 이미지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데, 1시간 만에 썼어요."

-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다, 다짐한 것이 있을까요?
"무조건 처음 같은 마음, 초심. 초심을 잃었을 때가 있어요. 바닐라 어쿠스틱을 나왔을 때죠. 작년 초에 깨달았어요. '그때 내가 왜 그랬지?' '나는 자유야' 마음도 있었을 거고요. 다시 제대로 마음을 먹고 음악을 해야겠다 할 때 공책을 열었는데, 그곳에 적혀있는 것이 처음 같은 마음이었어요. 요즘 그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타린

타린 ⓒ 무브먼트제너레이션


- 바닐라 어쿠스틱에서 활동했는데, 돌아보면 어떤지?
"고맙다는 말밖에 없을 정도예요. 그 팀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팀을 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을까?' 제게 질문을 많이 했는데, 나오고 보니까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리더는 어깨가 무거운 자리인데, 바닐라맨 오빠가 팀 핸들링을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반대로 누군가를 이끌어가야 할 자리에서는 그때를 떠올려요. 음악과 관계된 순간에요. 멤버들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 곡 '안아주세요'에서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노래했는데, 타린에게 힘이 되는 존재는 누구인가요?

"'무슨 일이야? 말해 봐' 물을 때, 대답하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그때 눈빛만 봐도 내가 힘든 것을 알고 대답하지 않은 것을 이해해주는 상대요. 요즘에 힘이 되는 상대는 가족, 친구요."

- 취미는 어때요?
"사람들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이별한 뒤에는 사람 만나는 일을 거의 안 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고요. 혼자 하는 운동을 많이 해요. 발레를 하고 있고, 골프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글을 쓰려고 해요. 글재주는 없지만 지금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잊을 것 같아서요. 돌아오지 않을 나이잖아요? 친한 작가들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글 쓰는 연습을 해요. 그리고 혼자 맥주를 먹어요. 앨범 발매 후, 혼자 한우를 먹었어요. 한우 2인분과 소주 한 병 시켜 너무 행복하게 먹었어요.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저를 찾아가고 있어요."

- 앨범 낸 뒤, 가족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던가요?
"온 가족이 용돈을 보내주셨어요. 독립하고 싶어 성인이 된 뒤, 용돈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는데, 몇 년 만에 용돈을 받았죠. 기특한 내 손녀, 내 딸. 편지와 함께요. 응원해주셔서 힘이 되었어요."

- 27살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새로 쓰는 곡이 있어요. 제목은 아직 없지만 '누가 뭐라고 하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가사를 쓰고 있어요. 또래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것은 남들이 뭐라 하던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 계획은?
"8월 초에는 미니 기타를 들고 북유럽 여행을 가려고 해요. 다음 앨범을 위해 꾸준히 음악 하고 싶어서죠. 여행에서 영감을 받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기회가 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싱글도 내지 않을까 생각해요."

-타린이 꿈꾸는 한여름 멋진밤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미드나잇 선>을 보고 곡을 만들었어요. 일본 영화 <태양의 노래>를 보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미드나잇 선>의 원작이 <태양의 노래>라서 의미가 깊었어요. 소녀가 세상아, 내 음악을 들어주라며 밤마다 기타를 잡아요. 사람이 없어도요. 날씨 선선한 기분 좋은 저녁, 한강에 가서 영화와 어울려 소소하게 버스킹하는 게 한여름의 멋진 밤이지 않을까 해요.

-언젠가 한강에서 버스킹을?
"그럼요. 준비를 꾸준히 하려고요."

 <27> 앨범 자켓

<27> 앨범 자켓 ⓒ 무브먼트제너레이션


그는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할 때, 행복하다고 했다.

"제 음악을 들으면서 또 다른 꿈을 꾼다고 들을 때 제일 행복해요. 피드백을 받는 데 오래 걸리겠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하다 보면 팬들로부터 힐링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요즘도 충분히 행복하지만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8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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