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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총동맹 건설로동자 팀 함성 질러볼까요?"
"민주노총 팀 질 수 없죠?"
"조선직업총동맹 경공업로동자 팀입니다!"
"한국노총 팀 응원합니다!"


지난 4일, 토요일 한낮의 서울시청 앞 광장.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시민들은 시종 웃는 낯이었다. 등에 '판문점선언 이행 427'이 쓰여 있는 티셔츠를 입고, 한반도가 그려진 모자를 썼다. 손 피켓도 함께 들었다. '서울시민이 통일축구를 응원합니다'. 하늘색 우산을 쓰고 한반도 모양도 만들었다.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서울시민서포터즈 발대식 ⓒ 이하나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서울시민서포터즈 발대식 ⓒ 이하나
통일축구 서포터즈들은 하늘색 우산을 이용해 서울시청광장에 대형 한반도를 만들었다 ⓒ 이하나
'판문점 선언 이행' 시청광장에 모인 통일축구 서포터즈 ⓒ 이하나
여기 모인 시민들은 오는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응원하는 '통일축구 서포터즈'다. 이날 150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경기 당일에는 500명의 서포터즈가 활동할 계획이다.

6:0으로 져도 즐거운 축구경기라니

지난 2015년 10월 29일 평양의 5.1 경기장에서 남북노동자들의 축구경기가 열렸다. 10만 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꽉 채웠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조선직업총동맹 노동자들과 그라운드를 뛰었다. 결과는 6:0, 그리고 2:0의 '대패'였다.
2015년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모습 ⓒ 민주노총
평양 5.1 경기장, 10만명의 관중들이 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응원했다 ⓒ 민주노총
져도 즐거운 축구경기. 2015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했던 남측대표단의 모습 ⓒ 민주노총
그러나 선수들은 물론 경기를 관람하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대표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경기를 즐겼다. 되레 평양 관중들이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는 북측 선수들 대신 남측 선수들을 응원했다고 한다.

"남측 노동자들이 공만 잡으면 함성이 얼마나 커졌는지 모른다."

당시 축구대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소감이다.

그래서일까? 당시 북의 언론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남측 노동자들과의 통일축구경기를 뉴스로 보도하면서 경기 결과는 알려주지 않는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우리가 외치는 이유

축구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한반도기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져도 웃을 수 있고, 경기가 끝나면 눈물이 절로 나오는 스포츠 경기. 그래서 우리는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단지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만남이고, 통일이라고.

평양 축구대회의 감격을 잊지 않은 노동자들은, 서울 축구대회를 그 못지않은 환영의 장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이를 돕기 위해, 서울시민들은 '통일축구 서포터즈'를 꾸렸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 권순영 응원팀장(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솔직히 경기장이 꽉 차기는 어려울 것이다. 날씨도 너무 덥고, 상암경기장은 너무 크다 (웃음)"면서도 "그렇지만 판문점 선언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민간교류 행사인만큼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오는 대표단과 노동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서포터즈를 모집했고 현재 반응도 뜨겁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시민들의 서포터즈 신청 이유도 다양하다.

"북한에도 조기축구팀이 있을까요? 우리랑 한번 경기하고 싶네요."
"남북노동자축구대회 역사가 궁금해요."
"북측 참가자들을 만나보기는 어렵겠죠?"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통일축구대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울시민들이 얼마나 판문점 선언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보여주고 싶다. 티셔츠에 등번호처럼 427을 새긴 이유도 그래서다. 이번 여름이 100년 만의 폭염이라지만, 더워서만이 아니라 축구대회의 추억으로도 잊지 못할 '통일여름'을 만들고 싶다."

권순영 운영위원장의 포부다.
서울시청광장에서 발대식을 가진 통일축구서포터즈 시민들 ⓒ 이하나
판문점 선언 이후 '평양 냉면'을 기다리는 사람들

역사적이었던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남북고위급회담과 군사회담, 철도와 도로 연결 회의 등이 이어지고 있다. 평양에선 통일농구경기도 열렸다. 그리고 탁구남북단일팀은 27년 만에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감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민간교류가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고 있진 않다.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평양 옥류관 냉면'을 우리는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폐쇄했던 개성공단은 '대북 제재'에 막혀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고, 통일부 장관과 농구선수들은 평양에 '공군 수송기'를 타고 가야 했다. 민간 항공기가 평양에 가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선수들은, 역시 대북 제재 때문에 '나이키' 협찬을 받을 수 없어 자체로 유니폼을 제작해야만 한다.

꽉 막혀있던 10년간의 문을 여는 건 두 정상의 멋진 만남으로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결국 힘을 보태야 하는 건 국민들이다. 열광적인 응원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가 꽉 막혀있던 시기보다, 그리고 제재와 압박 등이 거론되는 대결시대보다 "전쟁은 끝났다"고 단언할 수 있는 지금의 평화시대를 응원한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한 건 아닐까.

얼마 전 북의 신문 '통일신보'에는 평양 옥류관 식당 라숙경 기사장 인터뷰가 실렸다고 한다.

"북남관계가 줄기차게 발전하여 남녘동포들이 너도나도 풍치좋은 이곳 옥류관에 와서 대동강의 경치를 부감하며 평양랭면을 마음껏 들게 될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남녘동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여기 옥류관에 와서 평양랭면을 마음껏 들라고, 시원한 평양랭면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우리가 말하는 '민간교류 활성화'는 별게 아니다. 남북이 오가는 문이 넓어지는 것. 그래서 특별한 몇몇만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평양-서울을 다닐 수 있는 것. 누구나 평양냉면을 마음껏 먹을 그 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이번 축구대회가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데 보탬이 되도록 준비하려고 한다.

"판문점 선언 이행, 이제는 통일축구로 이어가자"
통일축구 서포터즈 홍보대사, 배우 권해효 ⓒ 겨레하나
이번 통일축구대회는 판문점 선언 이후 첫 민간교류다. 남측의 노동, 시민, 사회단체들이 조직을 꾸려 북측 단체들과 직접 교류하며 만드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도 축하하러 참석하겠지만 어디까지나 행사의 주인공은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우리 시민들이다.

이 대회에는 평창올림픽 때처럼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니 마니 눈치볼 필요도 없다. 독도가 두드러지는 대형 한반도기가 경기장에 펄럭일 것이며, '판문점 선언 이행' 구호가 경기장을 가득 채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축구대회를 만들자."

서포터즈 참가자들의 다짐이다. 통일축구 서포터즈 홍보대사 배우 권해효씨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 통일축구대회를 다들 즐기시면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한반도기 흔들면서 남과 북 구분하지 않고 응원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와서 '봐라, 이렇게 좋은 거란다'고 말했으면 한다. 판문점 선언 이행, 이제는 통일축구다. 그리고 여러분이 바로 통일축구 서포터즈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서포터즈 모집 ⓒ 겨레하나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서포터즈는 경기가 열리는 당일(8월 11일, 토) 오후 1시 ~ 7시까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응원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서포터즈 참가비는 무료이며, 응원 티셔츠와 모자, 응원도구도 지급된다. (선착순 500명, 문의 : 서울겨레하나 02-703-6148)

[관련 링크] http://bit.ly/통일축구서포터즈 
태그:#통일축구, #서포터즈, #남북노동자축구대회, #민간교류, #판문점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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