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29년 만에 리그 타이틀 탈환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로 우승을 향한 자신감을 한껏 높인 가운데 불안감도 존재한다. 과연 리버풀은 다가올 시즌의 챔피언이 될 수 있을까.

11일(토) 오전 4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스터시티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대장정의 시작을 알린다. 장장 10개월간 잉글랜드 각지에서 펼쳐지는 380경기를 통해 우승의 영광을 누릴 팀과 강등의 아픔을 겪을 팀이 갈릴 예정이다.

이번 시즌 EPL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팀은 단연 리버풀이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는 4위에 머물렀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이 매료됐다.

2015년 클롭 감독 부임 이후 아직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리버풀이다. 이제는 우승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버풀의 최대 목표는 역시나 리그 우승이다.

두터워진 선수단... '안정적인 승점 벌이' 예상

올 시즌 리버풀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리버풀이 공격적인 여름 이적 시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이번 여름 상당히 성공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단 1년 전에 영입을 확정지었던 나비 케이타가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한다. 3개월 전에는 AS 모나코에서 검증을 마친 브라질의 미드필더 파비뉴도 품에 안았다.

케이타와 파비뉴의 영입은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중원의 빈약함을 단번에 메워줄 수 있는 카드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필리페 쿠티뉴가 이적을 함에 따라 바이날둠-헨더슨-체임벌린으로 이어지는 조합으로 하반기를 버텼다. 주전 허리 라인은 강력했지만 체임벌린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시즌 막판 리버풀은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를 전망이다. 부상의 여파로 체임벌린이 올 시즌 대부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케이타와 파비뉴는 어느 정도 검증을 마친 자원이기에 신뢰감이 높다. 두 선수 모두 중원 어떤 지역에서든 활용이 가능할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활동량도 부족함이 없다. 선수들 간의 유동적인 자리 교체가 필수적인 클롭의 전술에 안성맞춤인 재능들이다.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 자축하고 있다.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 ⓒ 연합뉴스/EPA


또 하나의 약점인 '마누라(마네-피루미누-살라)' 공격진의 백업 부족의 해결책으로 세르단 샤키리 영입이 성사됐다. 스토크시티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하며 EPL에 완전히 적응한 샤키리는 '알프스 메시'라는 별명답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공격수다.

165cm의 작은 키가 무색한 강력한 힘을 갖췄고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한 킥을 장착한 샤키리다.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데 포지션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후보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과부화에 신음했던 '마누라' 조합의 훌륭한 로테이션 멤버이자, 나아가서는 주전 경쟁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급의 공격수를 데려온 리버풀이다.

케이타부터 샤키리까지 수준급 선수를 다수 영입한 리버풀은 오랜만에 두터운 선수단을 가지게 됐다. 얇은 스쿼드로 고전했던 지난 시즌과는 출발부터 다르다.

풍부해진 선수단 덕에 리버풀은 안정적인 승점 벌이가 용이해질 공산이 크다. 그간 리버풀은 '의적풀'이라 불리며 조롱 아닌 조롱을 당했다. 강팀을 잡아내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약팀에게는 고전하면서 승점 쌓기에 실패한 무수한 경험이 있다. 경쟁자들이 약팀에게 승점 3점을 꼬박 꼬박 챙기는 것과 반대로 리버풀은 중하위권 팀과 승부를 가질수록 승점을 잃었다.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 실력 격차가 확연한 후보 선수들 탓에 주전 선수들이 쉼없이 경기에 나섰다. 자연스럽게 경기력의 기복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미끄러지지 말아야 하는 순간에 좌초를 반복한 리버풀이다.  

이번 시즌은 고질적인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선수단을 미리 갖추는 데 성공했다. 특히 사키리의 영입을 결정적이다. 리버풀을 상대하는 약팀은 '마누라' 조합의 공격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전원 수비 작전도 불사한다. 샤키리는 거리를 가리지 않는 과감한 킥으로 촘촘한 수비 블록을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다. 승점 1점 차이로도 우승이 갈리는 리그 레이스에서 샤키리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다.

골키퍼 알리송의 활약 여부와 살라를 향한 견제

공격진 보강과 중원의 질 향상 정도로 리버풀이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아니다. 리버풀은 수년 간 클럽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골키퍼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잡았다. AS 로마에서 맹활약한 알리송 베커를 본래 주전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의 대체자로 영입했다.

 26일(현지 시각) 우즈베키스탄 NSC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 FC의 'UEFA 챔피언스 결승전'에서 리버풀의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가 동료의 득점에 안도하고 있다.

리버풀의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 ⓒ 연합뉴스/EPA


알리송은 세계 정상급 골키퍼로 분류된다. 로마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브라질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낙점을 받았을 정도다. 약점 투성이었던 기존의 골키퍼들과 다르게 특별한 결점이 없는 점이 알리송의 최대 강점이다. 골키퍼가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평균 이상으로 소유하고 있는 우수한 선수로 여겨진다.

알리송의 합류로 한시름 놓은 상황이지만 아직 변수는 있다. 그 어떤 선수도 치열한 EPL 무대에서의 성공을 보장받지 못한다. EPL 최고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도 첫 시즌에는 고생을 면치 못했다. 알리송도 방심은 금물이다.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를 향한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도 걱정거리다. 지난 시즌 살라는 경이로운 활약으로 리버풀의 비상을 이끌었다. 한 때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이 높았을 정도로 살라 신드롬은 강렬했다. 이번 시즌도 부정할 수 없는 리버풀의 핵심 선수다.

당연히 올 시즌에 살라가 지난 시즌보다 상대 수비수들의 더욱 거친 견제를 받을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지난 시즌과 달리 살라 방어에 대한 분석도 보다 철저히 수행될 것이다. 살라는 리버풀 공격의 출발이자 종착지다. 살라가 막히면 리버풀의 칼날을 무뎌질 수밖에 없다. 살라가 자신이 짊어진 중압감을 반드시 이겨내야만 리버풀이 우승을 꿈꿀 수 있다.

리버풀 팬들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살라는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선수로 성장했다. 단순히 반칙으로 끊고 거칠게 다룬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더욱이 동료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라는 살라를 향한 수비 집중도를 완화시켜줄 인물들도 건재하다. 살라를 향한 시선이 불안감보다는 확신에 가득찬 이유다.

리버풀을 괴롭힐 불안한 수비와 무관의 중압감

리버풀이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를 견제할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승의 필수적인 요소인 안정적인 수비에 대한 의구심이 현재 리버풀을 향하고 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리그에서 84골을 몰아치는 화력을 보여줬지만, 수비에서는 38골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64골을 넣는 데 그쳤지만, 28골을 내주는 짠물 수비로 리그 2위에 위치했다. 올 시즌 리버풀은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의 공격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에 맨유처럼 수비 라인 안정을 취한다면 순위 상승이 예상된다.

문제는 수비 쪽에는 특별한 영입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로버트슨-반 다이크-로브렌-아놀드로 구성된 포백이 견고함을 보여줬지만, 백업 수비수들의 영향력은 부족했다. 주전 수비수들 중에도 언제나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있는 데얀 로브렌과 어린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는 위험 요인이다.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 EPA/연합뉴스


앞서 말했듯이 믿음직한 후보 수비수가 부족하다. 수비의 리더 버질 반 다이크가 부상 등의 이유로 이탈하면 리버풀의 수비가 크게 흔들릴 확률이 높다. 기존의 자원 중에 신뢰할 만한 수비수를 발굴하는 게 시급한 시점이다.

29년 간 리그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리버풀의 어깨를 짓누른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과 대조적으로 리버풀은 오랜 기간 '고기'를 먹는 데 실패했다. 반면에 경쟁자 맨시티는 '고기'를 먹는 방법을 아는 팀이다. 리그 판도를 가를 결정적인 순간에 미세한 경험의 차이는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2013-2014 시즌 리버풀은 우승을 목전에 두고 스스로 무너진 아픈 경험이 있다. 리그 35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던 리버풀은 36라운드 첼시와 경기에서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뼈아픈 실책을 범하며 0-2로 패해 우승 행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37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도 어이없는 무승부를 거두며 종국에는 맨시티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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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종착점에 다가올수록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조급해하던 리버풀 선수들은 단 한 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루이스 수아레스의 활약 등으로 2013-2014 시즌의 주인공은 리버풀이었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리버풀이 아닌 맨시티였다. 역사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리그 운영이 절실한 리버풀이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을 TV 앞으로 집합시킬 EPL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리버풀은 이번에도 우승을 놓치면 리그 무관의 기간이 30년까지 늘어난다. 영국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0개월 뒤 리버풀이 웃고 있을지 아니면 울상을 지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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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EPL개막 우승후보 맨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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