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앨범 발표한 재즈 기타리스트 김중회.

10년 만에 앨범 발표한 재즈 기타리스트 김중회. ⓒ 윤태원


김중회. 많은 이들에게 낯선 이름일 수도 있겠다. 그는 두 번째 정규 앨범<더 로드 레스 트레블드(The Road Less Traveled)>를 7월에 발표한 김중회 쿼텟을 이끄는 재즈 기타리스트로서 2008년 12월 첫 정규음반을 공개한 후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답했다. 오랫동안 생활인으로서 살아가기 너무 바빴다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기타연주와 화성학 등을 가르쳤고,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서 상당 기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뮤지션으로서 삶', '재즈를 향한 사랑'은 결코 놓지 않았다.

3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이번 음반에는 조규원(드럼), 송우영(베이스), 구민상(색소폰) 등 후배 재즈 뮤지션등이 참여해 김중회와 완벽한 앙상블을 만들어 냈다. 현재 경기도에 있는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뮤지션 김중회는 불혹의 나이에 첫 앨범을 발표했고, 지천명에 두 번째 음반을 세상에 알린 만학도 같은 아티스트다.

인터뷰 말미 언젠가 자신의 기타연주를 '재즈'하면 떠올리게 되는 도시, 미국 뉴욕 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클럽 무대에 올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뮤지션 김중회의 꿈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 8월 3일 오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에서 가졌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뮤지션의 여정, 이번 앨범으로 다시 시작해

- 정말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음악인 이전에 생활인으로 살기 바빴다. (웃음)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2014년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부임 전에는 전국 곳곳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사는 것 또한 녹녹지 않았다.

지금도 역시 바쁘게 살고 있지만 내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음반이나 라이브 무대를 통해 대중과 함께하고 싶다는 뮤지션으로서 갈망과 사명감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다. 꽤 긴 시간이 지났지만 두 번째 정규음반을 낼 수 있어 행복하고 좋다."

- 앨범 준비에 얼마나 걸렸나. 
"이번 앨범을 내기 위해 3년 정도 준비기간을 가졌다. 김중회 쿼텟의 일원으로 참여해 준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이번 인터뷰를 빌어 다시 전하고 싶다. 기획의도를 잘 이해해 줬고, 세 뮤지션 모두 항상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정해진 연습과 녹음작업에 별 무리 없이 함께 해줘서 예상했던 시기에 음반 발매를 할 수 있었다."   

- 완성된 CD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재즈 뮤지션으로서 살아가야 할 동기부여를 갖게 해 준 작품이기에 내게는 소중함 그 자체다. 그리고 두 번째 음반을 우리 가족에게 마침내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커다란 기쁨이었다. 특히 아이들의 자랑거리가 돼서 더욱 좋다. 나름 홍보를 열심히 해주고 있다. (웃음)"

- 앨범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뮤지션 김중회의 삶은 여전히 진행형이란 것을 음악과 연주로 표현하고 싶었다. 국내 재즈계로 한정짓더라고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활동하는 선후배 동료 음악인들이 상당수다. 상대적으로 그들만큼 라이브 무대에 자주 서지 못했고, 활동 또한 많지 않았기에 나 스스로 위축된 적이 부지기수였다.

앨범 제목 <더 로드 레스 트레블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음악인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도달해야 할 인생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나 자신에 대한 다짐과 희망, 그리고 확인과 의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따뜻하고 담백하게 다가서는 김중회만의 기타 사운드

 10년 만에 앨범 발표한 재즈 기타리스트 김중회.

10년 만에 앨범 발표한 재즈 기타리스트 김중회. ⓒ 윤태원


- 가장 애착 가는 곡이 있다면?
"아무래도 앨범 타이틀인 '더 로드 레스 트레블드'다. 미처 다다르지 못한 '음악인의 길'을 가야겠다는 의지가 담긴 곡이어서 가장 애착이 간다. 두 딸은 여섯 번째 수록곡 '플레이 위드 몽크(Play With Monk)'의 연주가 재밌게 들린다면 좋아한다."

- 작곡가로서 창작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점은?
"가사는 없어도 스토리를 생각하고 곡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멜로디 라인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곡 제목을 먼저 정한 후 그에 어울리는 선율과 분위기를 그려나간다." 

 - 김중회 기타 연주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내 연주에 따뜻함과 담백함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혹자로부터는 '심심하다'는 말도 들었다. (웃음) 의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멜로디컬한 느낌이 풍부한 기타연주를 추구하고 더 잘 표현하고 싶고 노력해 왔다. 그리고 강의 때에도 학생들에게 가장 비중 있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생들 가르치며 배우는 것 더 많아

- 여주대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
"여름방학에 앨범이 나와서인지 아직 학생들로부터 연락은 받지 못했다. 이번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음원사이트에서 찾아 듣고 연락이 오지 않을까? (웃음)"

- 10년 넘게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배우는 점도 무척 많다. 나의 20대와 비교하더라도 여러 학생들의 연주 실력이 상당히 훌륭하다. 음악에 대해 더 진중하게 다가가려는 제자들도 보인다.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 실용음악과 학생들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 우리 학교를 포함 전국 여러 대학에 실용음악과가 있고 각각의 전공 분야는 다르지만 어쨌든 다수의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주대의 경우 학생들을 위해 가능한 할 수 있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들을 계속 확장해 나가려고 학과 및 모든 교수진이 애쓰고 있다."

-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의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학생들에게 특화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정착시키려 한다. 예를 들어 재즈 클래스, 대중음악 클래스, 뮤직 프로덕션 클래스 등으로 세분화해 학생 각자가 관심 분야 수업을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2016년부터 시행을 하고 있고 다른 대학 실용음악과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20대 중반에 조우했던 재즈, 겸손하게 사는 법을 알려줘   

 10년 만에 앨범 발표한 재즈 기타리스트 김중회.

10년 만에 앨범 발표한 재즈 기타리스트 김중회. ⓒ 이종성


- 어떤 계기로 재즈에 심취해 뮤지션이 됐나?
"중학교 때 기타를 접했고 대학교 재학시절 록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멤버들이 군 복무를 연이어 하게 되면서 팀은 자연스럽게 해체됐고, 그 무렵 나는 블루스 음악을 자주 들으며 재즈 영역까지 범접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때가 1990년일거다.

재즈에 빠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이전에 자주 들었던 록과 팝 장르와는 다른 '분위기와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재즈에 심취하게 되면서 이론도 심도 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한국 재즈 1세대를 상징하는 이론가 이판근 선생님을 찾아뵙고 소중한 가르침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이후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재즈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한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서 클럽 활동 및 전국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하게 됐고 첫 앨범 <마이 스윗 러브(My Sweet Love(2008년)>를 발표했다."

- 재즈 뮤지션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음악인으로서 '타고난 재능'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아니었을까?' 되뇌이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어쨌든 내가 가야 할 뮤지션의 길을 묵묵히 가자!' 다짐했고 이렇게 두 번째 앨범도 발매하게 됐다."  

- 김중회에게 재즈란?
"잘하는 연주인들도 많이 보고,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재즈다. 재즈는 내게 자만하지 않도록 겸손함을 일깨워 준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뮤지션의 삶

- 재즈 뮤지션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추구하고 좋아하는 음악이 '자신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과정의 중요성과 가치'를 강론하는 편인데, 간혹 시작 단계부터 너무 조급하게 대중적 인기에 몰입하는 경우를 접할 때가 있다. 상업적 성공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음악과 음악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인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재즈 기타리스트로서 꿈꾸는 무대가 있나?
"내 연주 실력이 인정받을 정도로 갖춰진다면 미국 뉴욕의 잘 알려지고 유서 깊은 재즈 클럽 등에서 라이브 무대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재즈를 공부했던 네덜란드에서는 가장 유명한 빔 하우스(Bim Huis) 공연도 꿈꿔 본다. (웃음)"

- 이번 앨범 활동 계획이 있다면?
"어쨌든 이번 음반이 내게는 커다란 동기부여를 가져다줬다. 재즈클럽에서의 공연도 가능한 많이 할 계획이고, 어쨌든 여러 노력을 기울일 거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김중회란 재즈 기타리스트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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