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돌아온 '거포' 박병호가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정상궤도에 진입하기는 했지만, 선수 한 명의 활약만으로 팀을 이끌기에는 부족했다. 7월 팀 타율 0.262에 머무르며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무엇보다도 박병호 이외의 타자들이 받쳐주는 것이 넥센 히어로즈의 과제였다. 야수진의 평균 연령이 낮은 팀 중 하나가 넥센인데, 결국 젊은 야수들의 활약이 필요했다.

그 때, 존재감이 돋보이기 시작한 두 명의 선수가 있었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 그리고 그와 함께 넥센에 입단한 '동기' 김혜성이 그 주인공이다. 넥센이 최근 7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두 선수의 활약상이 빛났다. 이정후는 지난해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고,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63경기를 소화한 김혜성은 프로 진출 이후 두 번째 시즌에서 기량을 발휘하는 중이다.

더 놀라운 것은, '1998년생' 이정후, '1999년 1월생' 김혜성 모두 20대 초반이라는 점이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이다. 당장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젊은 야수를 발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팀의 미래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지난해만큼이나 놀라운 이정후의 상승세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복귀전에 나서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후는 어깨 부상으로 한 달간 쉬었다. 2018.7.19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복귀전에 나서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후는 어깨 부상으로 한 달간 쉬었다. 2018.7.19 ⓒ 연합뉴스


입단 첫해부터 펄펄 날아다닌 이정후는 올 시즌도 탄탄대로를 밟고 있다. 타율 4위, 출루율 7위로 테이블세터로서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중이다. 비록 지난해 전 경기에 나선 것과 달리 올핸 부상으로 공백기가 있었으나 복귀 이후 그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

6월 19일 두산전을 끝으로 한 달간 1군에 나오지 못하다가 7월 19일 LG전에서 복귀전을 가졌다. 7월 한 달간 11경기에서 타율 0.419로, 안타를 기록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았다. 8월에는 8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면서 그 중 무려 5경기에서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다. 10일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4타수 4안타 3득점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7연승 달성에 기여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가능성도 열려있다. 대표팀 외야진에서 박건우(두산)가 옆구리 부상으로 나설 수 없는 가운데, 누군가 이 자리를 메워야 한다. 현재 대체 선수로 나성범(NC)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정후다. 코칭스태프가 대체 선수로 우타자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의 대체 승선이 유력하다.

대개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라면 부상에 발목이 잡혔을 때 멘탈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곤 하지만 오히려 그는 부상을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더군다나 신인 첫 해 활약한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는 '2년차 징크스'도 이정후에게 통하지 않았다. 부상만 없었다면 지난해를 뛰어넘는 기록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넥센 입단 당시에는 많은 팬들에게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 혹은 '바람의 손자'로 잘 알려졌지만 더 이상 그런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이정후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을 지켜보는 '아버지' 이 위원으로서도 아들의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영민 타격상 출신' 김혜성, 내야진에 등장한 '뉴페이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2회초 2사 1루에서 넥센 김혜성이 2루타를 친 뒤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5.13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2회초 2사 1루에서 넥센 김혜성이 2루타를 친 뒤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5.13 ⓒ 연합뉴스


이정후가 지난해부터 2년 연속으로 활약해 완전한 주전 외야수로 거듭났다면, 김혜성은 이제 막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선수다. 동산고 시절 뛰어난 타격 센스로 이영민 타격상을 받아 일찌감치 타격에 있어서는 두각을 나타냈다. 데뷔 시즌에 1군에서 곧바로 잠재력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이 점을 기대한 넥센은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지난해 1군에서 16경기 타율 0.188에 그쳤으나 퓨처스리그에서 63경기 타율 0.317로 실전 감각을 쌓는 데에 집중했다. 그러더니 올핸 1군에서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다. 시즌 초중반 서건창을 비롯한 주전 야수들의 부상이 나오는 사이 김혜성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현재 1군에서 107경기 타율 0.289로, 10일 한화전에서 안타 3개를 추가하면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일 시즌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넥센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도루를 소극적으로 시도하는 추세이지만, 김혜성은 25개의 도루로 도루 부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문 공동 1위 버나디나(KIA), 이용규(한화)와는 단 2개 차이에 불과하다.

2014년을 끝으로 팀을 떠난 강정호의 빈 자리와 주전 야수들의 부상, 부진은 넥센 내야진의 고민거리였다. 주전에 비해 백업 야수들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야 할 시점이 찾아왔고, 지금 그 중심에 김혜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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