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스페셜 MC를 맡은 유투버 대도서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스페셜 MC를 맡은 유투버 대도서관. ⓒ cbs


시대의 변화를 체감케 하는 사건이다. 1인 미디어계의 셀러브리티가 정통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니 말이다. 그 셀러브리티는 180만 유튜브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튜브의 신(神)'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고, 그 시사 프로그램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다.

10일 CBS는 "대도서관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진행자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를 대신해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스페셜 MC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대도서관은 정치·사회·문화계 명사들을 초대, 본인의 유튜브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받은 질문을 던지는 '대질문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10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원래 시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대도서관은 "정치·시사 분야를 어렵게 느끼는 일반인, 특히 젊은 친구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눈높이에서 질문해보자는 제작진의 제안이 신선하게 느껴져 수락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은 대도서관을 진행자로 섭외한 이유에 대해 "기존 시사 프로그램의 틀을 깨보는 특별한 실험을 해 보고자 섭외했다"며 "기존 앵커들은 절대 묻지 않는, 완벽히 청취자의 눈높이에서 할 법한 질문을 대도서관이 던지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공감한다. 유튜브 스타의 지상파 라디오 진출은 '실험'은 둘째 치더라도 방송 플랫폼의 변화와 그러한 시대상과 청취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신선한 섭외라 할 만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는 차고 넘친다.

최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들의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258억분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카카오톡 189억분, 네이버 126억분, 페이스북 40억분, 다음이 28억 분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유튜브의 이러한 압도적 1위는 비단 10~20대만이 아니라 30대와 40대 역시 1위였다는 것.

또 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온라인 기반 시장 조사기관인 오픈서베이가 실시한 소셜미디어 이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 40대·5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도 유튜브였다. 지난 3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음악을 유튜브로 듣는다'고 답한 50대는 57.5%에 달했다. 40대(51.1%), 15~18세(47.5%), 30대(34.4%). 20대(27.8%)를 뛰어넘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유튜버 대도서관, 방송인 김제동의 경우
 최근 kbs1 <명견만리> 시즌3 연사로 나선 김제동.

최근 kbs1 <명견만리> 시즌3 연사로 나선 김제동. ⓒ kbs


이러한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파격적인 시도와 대응되는 방송이 바로 KBS다. KBS1은 <저널리즘 토크쇼 J>에 팟캐스트에서 활약 중인 최욱을 패널로 기용하며 눈길을 끌었다.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를 진행 중인 최강욱 변호사 역시 팟캐스트나 기존 시사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인사다. 새롭고 파격적인 인물의 기용이라 할 만하다.

그 정점은 방송인 김제동이 찍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최근 김제동이 진행하는 시사토크쇼 <김제동의 오늘밤>(가칭)의 편성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KBS는 오후 11시대 방영 중인 1TV <뉴스라인>을 10분 축소하고 그 이후 시간대에 편성하는 안을 확정했다.

앞서 김제동의 시사토크쇼는 <뉴스라인> 편성의 정시성 문제를 두고 KBS 기자협회의 우려 표명 등 의견이 엇갈리며 내부 반발에 부딪혔던 것도 사실이다. KBS는 <뉴스라인>을 오후 10시대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이 역시 <가요무대> 등 기존 프로그램의 편성 변경과 맞물리면서 내외부의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KBS는 <뉴스라인>을 평일 오후 11시부터 30분간, <김제동의 오늘밤>은 뒤이은 11시 30분부터 30분간 방송으로 편성을 확정했다.

김제동의 KBS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가진 폭넓은 대중성과 각종 집회 현장과 방송에서 보여준 '헌법전도사'로서의 이미지, 토크콘서트와 JTBC <김제동의 톡투유> 등에서 이미 검증된 진행 능력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최근 방송된 KBS1 <명견만리>에서 보여준 정치시사에 능통한 시각과 안목은 김제동이 시사토크쇼라는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친근감과 어렵지 않은 언어를 시사프로그램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리란 기대를 높게 해준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친근한 시사프로그램의 '좋은 예'는 이미 제시돼 있다.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로 퇴출된 방송인 김미화 말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변화
 최근 시즌1을 종료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김어준.

최근 시즌1을 종료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김어준. ⓒ sbs


2003년 10월부터 2011년 4월까지 방송인 김미화가 진행한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김미화 특유의 친근함과 '정알못'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진행으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 속에 방영된 시사 라디오였다.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 외압과 함께 자진하차하기 전까지 그랬다.

그러한 김미화의 진행 역시 엄숙하고 정제된 기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는 다른 친근하고 쉽고 편안함을 무기로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팟캐스트의 편안한 형식이 대중성을 획득하고, 그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뉴스채널로, 지상파로 진출한 작금의 현실에서 본다면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

김미화의 그러한 진행은 가히 시대를 앞서간 파격이었다고 할 만하다. 공교롭게도, 김미화와 김제동은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연예인이기도 하다. <명견만리> 시즌3의 첫 연사로 나섰던 김제동의 KBS 출연은 약 8년 만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예를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MB 국정원으로부터 사찰까지 당했다는 김어준 말이다.

부동의 청취율 1위를 기록 중인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 중인 김어준의 지상파 진출은 방송가의 '올해의 뉴스'라 할 만했다. 최근 몇몇 자충수로 인해 끝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말이다. 김어준이란 캐스팅과 일련의 특기할 만한 인터뷰로 화제를 모았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봉주 전 의원의 미투 폭로와 관련 일방적인 주장을 담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제를 받았고, SBS 내부의 반발에 부딪치며 결국 '좌초'하는 결과를 맞았다.

그와 더불어 MBC <스포트라이트>와 <판결의 온도>에 출연 중인 <시사인> 주진우 기자 등 기존 방송사의 보도국과는 거리가 상당했던 인사들의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시사 라디오 진출한 사례가 늘었다. 그러는 사이, 편파성과 균형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함께 늘었다.

대도서관의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진행이나 김제동의 KBS 새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TV를 버리고 유튜브로, 소셜미디어로 급격히 이탈 중인 시청자들을 잡기 위한 각 방송사의 몸부림이자 새롭고 친근한 인물과 형식을 도입하려는 긍정적인 시도라 칭찬할 만하다.

아무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는 방송, 고정적인 시청 층만 고수하는 방송사를 향한 시청자들의, 청취자들의, 사용자들의 '탈출'은 이미 시작됐다. 사실 보도나 균형감과 같이 방송사에 필히 요구되는 '기본'을 제외하곤, 어떤 환골탈태를 요하는 시대다. 기존의 기계적인 '정치적' 균형감이나 틀에 박힌 엄숙주의 역시 제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용자들의 요구가, 지표가 이를 입증하는 중이다. 대도서관의 시사라디오 진출과 김제동의 시사프로그램 진행 역시도 이를 증명하는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대도서관 김제동 김어준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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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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