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늘날만큼 사람들이 인기에 대해 집착하는 시대는 과거에 없었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 매체를 통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고, 호감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서 인기가 가지는 힘도 상당히 커졌다. 당연히 인기를 얻어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사람과 새로운 꿈을 찾아나서는 사람도 자연히 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기'라는 건 무엇일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의 저자는 인기를 이렇게 정리한다.

많은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평가받는 대상이라는 의미로써 현대의 '인기'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어떤 대상에 대해 만족스럽게 느끼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1600년대에도 인기는 '호감을 받는', '존경받는', '동경의 대상이 되는'이라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했다. 요컨대 현재 사회과학 분야에서 연구되는 인기의 유형은 각각의 의미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43쪽)

아마 우리가 아는 인기의 의미도 저자가 설명하는 인기의 종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호감이 아니라 호감을 받는, 존경받는, 동경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흔히 인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인기 있는 사람을 어떻게 보면 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의 뇌는 더 많은 관심을 원하는 법이라고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의 저자 미치 프린스틴은 책을 통해 '사람의 뇌는 우리가 높은 지위에 있을 때 기분이 좋다고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높은 지위를 추구하게끔 한다'고 말한다. 즉, 인기라는 건 사춘기 시절에 겪는 한 때의 사소한 집착이 아니라 평생 우리를 따라다니는 하나의 욕망으로 해석된다.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미치 프린스틴, 위즈덤하우스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미치 프린스틴, 위즈덤하우스
ⓒ 노지현

관련사진보기


인기에 대한 욕망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는 오늘날 누구나 다 이용하고 있는 SNS에서 잘 볼 수 있다. SNS에서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특별한 장소, 특별한 음식, 특별한 물건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찾은 특별한 무언가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공유해서 '좋아요'를 받을 때마다 소리 없는 쾌조의 환호성을 지르며 인기의 황홀함을 맛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 매체를 하나라도 하는 사람은 그 맛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책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를 읽어보면 저자가 연구 팀과 함께 10대 청소년들과 나눈 대화가 있다. 아래의 글을 읽어보면 우리의 뇌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높은 지위, 즉, 인기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내용을 짧게 소개자하면 다음과 같다.
"SNS에서 관심을 많이 받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말해줄래?"

그러면 보통은 이렇게 대답한다.

"유명해지는 거잖아요. 멋있고요. 모든 애들이 절 알고, 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되는 거죠."

"제가 만약 인기가 있고 모두 저에 대한 얘기를 한다면, 제가 원하는 사람 누구하고든 사귈 수 있거든요. 아무하고도 친구가 될 수 있고요. 그러면, 뭐랄까, 기분이 좋잖아요."

어른들도 이렇게 SNS에 집착할까? 누구나 주변에 몇 명 정도는 끊임없이 게시물을 올리고, '좋아요'나 리트윗으로 표현되는 관심을 갈구하는 등 SNS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중략) 물론 나이가 들면 이런 충동을 더 잘 통제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평생 동안 사회적 보상과 높은 지위를 누리고 싶다는 욕구를 경험하게 된다. 아마 당신이 뇌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다면, 지위를 향한 뇌의 욕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얼마나 많이 바꾸어 놓는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78쪽)

윗글을 읽으면 우리가 인기를 원하는 이유가 조금 유치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유치한 이유는 10대 사춘기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이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이유의 뿌리는 인기를 바라는 이유가 사회적 보상이나 높은 지위에 대한 갈망과 상당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망은 사람이 행동을 바꾸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또한, 많은 사람이 인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혜택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인기 있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체감한다고 말한다. 사내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 인기 없는 사람보다 더 빨리 승진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 매력적인 이성과 사귈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보는 거다.

단순히 생각해도 그렇다. 그런데 책 <모두아 인기를 원한다>의 저자 프린스틴은 '인기가 많으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No'라고 답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체로 그렇지 않다'라며 덧붙인다. 저자가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질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우리가 높은 지위를 갈망하는 이유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지위가 있으면 행복해지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확신이 틀렸다면 어떨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삶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심리학자들은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 십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중략)

④ 중독 : 인기에 대한 상반된 감정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한때는 중독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중독되어 봤는데, 그중에서 중독성이 제일 심한 건 명성이에요."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 경험에 의존하게 되고, 그것을 원하는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다시 그 즐거움을 맛보고 싶어 한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 중에는 이 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없이 더 큰 쾌감을 좇는 경우도 있다. 그 즐거움을 놓치면 자신이 그토록 절박하게 갈망하는 명성을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맛보기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된 중독자가 되고 만다. 이것이 반복되면 심신이 망가질 수 있다. 다른 중독과 달리 지위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03쪽)

우리는 과거 기사를 통해서 명성을 좇다 명성을 잃어버려 약에 손을 댄 연예인의 사례를 비롯해 갑질 논란을 겪었어도 또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들은 높은 지위에서 절대적인 호감과 인기, 즉, 명성이라는 걸 누리는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진 명성은, 인기는 그들을 절대 행복하게만 해주지 않았던 거다.

저자는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인기는 사회가 키워온 돈, 시간, 에너지를 들이면 누구나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이제는 높은 지위를 그토록 소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독자에게 책을 통해 SNS가 주는 지위 추구에 대해 아래와 같이 경고한다.

온라인에서 과도하게 지위를 추구하는 경향이 결국에는 문제가 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끔 지위가 높아진 기분을 느끼는 정도로 SNS를 이용한다. 이처럼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SNS를 이용하는 만큼 호감 가는 사람이 되기 위한 용도로도 이용하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다. 이보다 훨씬 우려되는 상황은 이루 사회에서 이 두 가지 인기의 구별이 점차 희미해지는 경우다. SNS를 이용하든 안 하든, 이와 같은 장치가 급속하게 도입되어 우리가 사는 세상과 그 세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인기의 유형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40쪽)

실제로 글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SNS에 올려 '좋아요'를 늘리는 사람들의 사례가 떠올랐다. 비록 '좋아요'를 많이 받아도 절대 좋지 않은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좋아요'를 많이 받은 콘텐츠에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를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이것은 뇌의 억제 기능이 약해져 우리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는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우리가 지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수록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기만 유일하게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고, 그러면 우리는 지위와 품성을 혼동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다가올 세기에 좋지 않은 징조다'라며 독자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요즘 흔히 우리 한국 사회를 가리켜 '품격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말한다.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일찍 SNS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한국은 '인기'를 얻는 데에 집착해 지위와 품성을 혼동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좋아요'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면, 무엇을 해도 좋다는 잘못된 오류가 일베와 워마드 같은 사이트를 낳은 건 아닐까.

오늘 소개한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라는 책은 '우리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라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인기가 있으면 무엇이 달라지나?'를 거쳐 '진짜 인기란 무엇인가?'로 마무리된다.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누구나 원하는 인기가 무엇인지 바로 알고, 인기의 위험성, 그리고 기분 좋은 인기를 얻는 법을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 관심에 집착하는 욕망의 심리학

미치 프리스턴 지음, 김아영 옮김, 위즈덤하우스(2018)


태그:#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책, #위즈덤하우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