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에는 다양한 '크리처'들이 등장한다. 귀신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외계인이 공포의 대상이 될 때도 있고, 공룡 같은 과거의 존재들이 '공포심'을 자극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육지에서는 악어나 사자, 곰 같은 육식 동물들이 그 대상이 되는데, 바다에는 상어가 주요 포식자로 등장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1978)는 아직까지도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는 공포영화다.

<죠스>는 특유의 배경음악을 통해 긴장을 유발하는데 실질적으로 상어가 등장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대신 상어 꼬리지느러미의 움직임을 통해 상어가 주인공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관객들에게 가슴 조이는 공포를 선사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공포를 그린 호러물들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오멘>(1976), <죠스>와 같이 보이지 않는 존재가 점점 조여 오는 공포물이 인기를 끌었다. 그 당시 미국은 신개발도상국의 부상으로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나던 시기였다. 특히1970년 후반기부터 꽤 오랜 기간 동안 무역 적자는 늘어났고, 달러 가치는 하락했다(워싱턴 포스트 1978년 1월31일 기사 참조).

미국 사람들은 외부의 보이지 않는 적 때문에 자신들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던 시기였다. 그 시기에 만들어졌던 영화들 중 <죠스>를 보며 관객들은 비슷한 공포심을 느꼈고, 그 보이지 않는 적이 파괴되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런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는 여름 시즌에 개봉하여 인기를 끌었는데, 이때부터 블록버스터라는 장르가 시작되어 매 여름 시즌마다 큰 규모의 영화들이 순차적으로 개봉하고 있다.

상어라는 존재는 미국 내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죠스> 1편의 성공으로 4편까지 나왔고, <딥블루씨>(2012), <샤크네이도>(2013) 시리즈 등 최근까지 상어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상어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 본토의 선호도 때문인데, 최근에는 극장 개봉작보다는 VOD 시장을 노리는 상어 영화들이 주로 제작되고 있다. 장르도 SF에서 코미디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메가로돈>의 성공적인 오프닝


존 터틀타웁 감독이 영화 <메가로돈>(2018)을 가지고 돌아왔다. 터틀타웁 감독은 <쿨러닝>(1993),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 <내셔널 트레져>(2004),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2007), <마법사의 제자>(2010) 등 가볍고 유머러스한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가 꽤 성공했지만 <마법사의 제자>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최근까지 많은 작품을 만들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었는데, 8월 10일에 북미에서 개봉한 <메가로돈>은 45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예상보다 좋은 성적으로 데뷔했다(출처:로튼토마토 닷컴).

이 영화의 개봉 전 예상 성적은 박스오피스 모조 사이트 기준으로 2000만 달러 정도였지만 그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메가로돈>은 1997년 스티븐 알튼의 소설 <메그>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소설 출간 당시 꽤 많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영화화 시도가 있었으나, 바로 영화화하지 못하고 지금에서야 영화화가 이루어졌다.

주인공인 조나스 테일러(제이슨 스타뎀)를 중심으로 슈인(리빙빙), 제임스(클리프 커티스) 등이 심해에 고립된 탐험대를 구출하고 그때 따라 올라온 고대 상어 메가로돈을 잡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다.

제이슨 스타뎀은 이 영화에서 몸을 쓰는 액션보다는 상어와의 전투에서 비롯된 리액션을 중심으로 연기를 하는데, 제법 잘 어울린다. 그가 이끌어가는 극의 상황 자체는 너무 일부러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느 스타뎀 영화와 마찬가지로 그는 철의 정신력과 몸을 가졌고 그가 모든 상황을 해결한다. 영화 속 등장하는 중국 배우인 리빙빙, 조문선 등의 배우는 크게 어색하지 않은 영어 연기하고 있다.

완성도를 떠나 기대하는 재미를 충족시키는 영화

무엇보다 이 영화를 찾는 관객들은 주인공 제이슨 스타뎀의 활약과 메가로돈을 보러 오는 것일 것이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목적 자체도 여름철 관객들의 눈을 자극해 잠시나마 시원하고 재미있게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영화는 목적에는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메가로돈은 크고 힘이 세다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 상어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그 크기로 인해 영화의 규모가 커지고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선사한다. 메가로돈이 꼬리지느러미를 물 밖으로 꺼내고 주인공에게 빠르게 다가올 때, 영화 <죠스>만큼의 큰 서스펜스를 유발하진 않지만,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해수욕장 근처로 메가로돈이 다가가 많은 사람들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대규모 재난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위를 잊게 만든다.

특히 영화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은 작은 잠수정을 이용하여 진행되는데 꽤 스피디하고, 무엇보다 배우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이 계속 펼쳐진다. 스타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몸짓과 액션은 커다란 메가로돈 앞에서도 매력적이라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또한 같이 등장하는 중화권 배우 리빙빙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로 스타뎀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등장한 상어 소재 영화로서, 그리고 해양 액션물로서의 본분은 다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미국은 다양한 나라들과 적대관계에 있거나,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개봉한 <메가로돈>은 저 깊은 심해의 보이지 않는 존재를 등장시켜 그 위험요소를 박살내며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것인지 모른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합작으로 보이지 않는 적을 돌파하는 것이 그들이 꿈꾸는 강한 국가들의 연대의 모습일지 모른다.


이 영화는 얼마 전에 개봉한 <스카이 스크래퍼>와 같이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메가로돈>은 중국회사 그래피티의 자본이 들어간 작품이며, 영화에는 리빙빙을 비롯한 많은 중국 배우들이 출연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중국자본이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자본의 투자가 늘면서 할리우드에선 큰 규모의 영화를 만들기 쉬워졌는데, 중국의 돈을 투자 받으면 중국 시장을 반드시 고려해야 된다는 한계가 있다. 영화 보는 중간에 영어가 아닌 중국어가 들리면 왠지 중국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영화 <메가로돈>은 관객들이 보고싶어하는 성공적인 여름 블록버스터로써 관객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이번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두 번째 원작소설 이야기를 가지고 시리즈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