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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어머니!'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북측 손자며느리 김옥희. ⓒ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봉임(88)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동생 조봉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고모가) 58살에 시집을 갔다고?"
"(미소 지으며) 아니, 28살입네다."


귀가 어두워진 엄마는 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언니를 부여잡고 한참 울기만 한 동생도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북측에서 사망한 오빠의 아내와 조카를 만난 이는 혼절하듯 이들을 끌어안았다.

20일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는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왔다. 행사장에 먼저 도착한 건 북측 상봉단이었다. 북측 가족 185명은 5대의 버스에 나눠탄 채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내 호텔로 입장해 상봉장에 앉아 남측 가족을 기다렸다.

탄식하며 쓰다듬은 얼굴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유관식(89) 할아버지가 딸 유연옥(67)과 사진을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99세 형과 79세 동생 '뜨거운 포옹'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함성찬(99)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동생 함동찬(79) 할아버지를 보고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황우석(89)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딸 황영숙(72)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과자를 건네주고 있다. ⓒ 유성호
오후 2시 55분, 남측 가족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자신의 테이블을 찾아가는 이들은 새어 나오는 탄식을 숨기지 못했다.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예순이 넘은 딸을 보며 글썽였다. 사실 할아버지는 딸이 있다는 것을 이번 상봉에서 알게 됐다. 아내가 딸을 임신하고 있었던 걸 모른 채 헤어졌기 때문이다.

딸(유연옥·67)은 아버지 대신 품고 살았던 아버지의 사진을 꺼내 펼쳤다. 할아버지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동행한 남측 아들 유승원(53)씨가 사진 한 장 한 장을 설명했다.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금섬(92) 할머니는 일흔이 넘은 아들(리상철·71)의 목을 끌어안았다. "상철아" 이 이름 한마디를 부르기 위해 68년을 기다린 엄마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아들이라고 달랐을까. 볼 수 없었던 엄마, 만질 수 없었던 엄마를 품에 안고 아들도 한참을 울었다. 모자의 상봉을 지켜보던 며느리는 "어머니(의) 남편 사진입니다"라며 시아버지의 사진을 꺼내어 보였다.

형제는 의자에 앉지도 못했다. 눈앞에 동생이 있었다. 조정일(87) 할아버지는 동생의 얼굴을 보고 마냥 울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형제는 서로를 부여잡았다. 동생의 아들이 '앉아서 이야기하자'라고 형제를 달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 북측 동생이 가족사진을 꺼내며 설명하자 그제야 할아버지가 웃었다. "나랑 닮았잖아" 할아버지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자신의 얼굴이 조카의 아들과 딸에 묻어있었다.

"살아줘서 고마워"
101세 백성규 할아버지의 상봉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백성규(101) 할아버지가 며느리 김명순(71)과 손녀 백영옥(48) 만나 기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호텔에서 65년만에 만난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홍정순(95)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조카 홍선희(74,) 림종선(57)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상봉장이 통곡의 바다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살아있어 준 게 고마워 미소로 반긴 이들도 있었다. 남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 상봉자인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며느리와 손녀를 만나 내내 웃었다. 외려 손녀는 처음 만난 할아버지의 휠체어 왼쪽에 서서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 울었지만, 모든 게 고마운 할아버지는 미소로 화답했다.

황우석(89) 할아버지는 북측의 딸(황영숙·71)에게 연신 고마워했다. "영숙이야? 살아줘서 고마워"라며 딸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와 동행한 아들 역시 처음 만나는 이복 누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진호(87) 할아버지는 형제의 손을 부여잡고 기뻐했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을 참는 듯 내내 남동생 둘의 손을 붙잡고 웃었다. 할아버지의 딸(서순교·55)은 "작은아버님들 절 받으세요"라며 큰절했다. 이렇게라도 본 게 어디인가. 부모님의 소식, 동창들의 안부를 묻고 답하며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이날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가족 등 197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을 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이 마련한 환영 만찬에서 다시 만난다.
제21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호텔에 상봉단이 도착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오열하는 80대 남-북 자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혜도(86)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언니 조순도(89) 할머니를 보고 오열하고 있다. ⓒ 유성호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손자며느리 김옥희(34)씨의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 유성호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윤흥규(92)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외조카손자 김상욱(38)씨의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 유성호
숙소로 돌아가는 남측상봉단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를 마친 남측 상봉단이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태그:#이산가족,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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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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