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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석면 해체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는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촬영한다고 했다. 규정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학교 석면 해체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는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촬영한다고 했다. 규정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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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초등학교 석면철거공사에 투입되었던 한 인부의 '양심고백'을 통해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은 채 엉터리로 철거공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을 접한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면서 학교에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첫 보도: "나는 학교 석면 공사 연출 모델... 정부와 업체는 한패"]

24일 기사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로 구인광고를 통해 석면철거공사에 참여했던 A씨(46)는 자신이 찍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공사가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됐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A씨는 우선 건물 내부에 석면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을 설치하는 '보양 작업'이 철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비닐을 설치했으나 찢어지면 보강하지 않았고, 일부러 찢기도 했다는 것. 공무원들이 검사하러 왔지만 적발된 적이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는 작업반장이 점검 일정을 미리 알고 있어서, 내일 공무원들이 보양 작업 확인하러 올 것이니 1층만 확실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는 것. 실제 공무원들은 1층만 확인하고 2~3층은 보지도 않고 갔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공기질 검사도 1개 교실만 깨끗이 청소한 뒤 검사하고, 다른 교실은 대충 청소했다고 그는 밝혔다. 관리감독관들도 현장에서 대충 연출사진만 찍고 돌아갔고, 그 시간이 1분도 채 안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모든 것이 다 정부와 업체가 한패여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다. 엠버(석면이 포함된 천장 마감재 텍스를 지지하는 구조물)는 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고물상에 팔아먹었다는 것이다. 석면 가루 청소는 외국인 노동자가 빗자루로 쓱쓱 몇 번 쓸고 지나갔다고 그는 말했다.

A씨는 또 작업자들이 석면보호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내온도가 40도를 넘으면서 방진복과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일했으며, 이로 인해 목이 따가웠다고 그는 말했다.

해당 초등학교 학부모들 "너무 불안하다"

이러한 영상과 기사가 공개되자 영상에 등장하는 학교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며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해당 학교는 대전OO초등학교다. 영상에 등장하는 학교 조회대 등의 시설물을 보고 학부모들이 단번에 알아본 것. 이 학교는 실제 지난 달 16일부터 25일까지 본관 1-3층 석면철거공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 학교는 철거공사를 모두 마친 후 마무리공사를 진행하던 중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철거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던 것. 이로 인해 환경부와 고용노동부가 시료를 채취, 검사를 진행했고, 정밀한 청소 후 다시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있는 상황에서 이번 동영상이 공개되자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며 문의 전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기사로 인해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미 환경부 등의 점검에 따라 석면철거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지적됐고, 이로 인해 후속조치를 다 했다"며 "특히, 후속조치 후 문제가 없으니 공사를 재개하라는 공문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사현장 관리감독은 학교에서 하는 게 아니다. 학교로서는 문제가 없도록 잘 해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며 "충분히 후속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뒤늦게 이런 기사가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이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개학일인 오는 27일 정상 등교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학교 학부모들은 SNS연락망 등을 통해 "너무 불안하다", "아이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한편, 대전교육청은 올 여름방학 동안 초 16개교, 중 11개교, 고 4개교 등 모두 31개교의 석면 자재 8만6천㎡를 철거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또한 매년 85억 원 이상의 석면교체예산을 편성, 2027년까지 시내 모든 학교의 석면을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태그:#대전교육청, #석면, #부실공사, #짬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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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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