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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웹툰' 전성시대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탄탄한 원작 웹툰과 배우 김수현의 인기를 등에 업고 흥행가도 달리고 있다. 또 앞서 영화화 된 <이끼>로 인기를 얻었던 작가 윤태호씨가 지난해부터 연재하고 있는 웹툰 <미생>은 최근 모바일 영화로 만들어져 조회수 150만(17일 현재)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만화평론가 박인하는 최근의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만화 100년 역사상 이렇게 만화를 대중들이 많이 접한 적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지난 11일 신촌의 한 바에서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주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열 번째 주인공은 만화평론가 박인하씨다.

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10번째 주인공인 만화평론가 박인하씨.
 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10번째 주인공인 만화평론가 박인하씨.
ⓒ 재미있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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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 100만 관람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한국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만화를 자유롭게 보지 못한다. 아직 만화 문화에 대한 인식이 편협한 구조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인식이나, '만화를 하면 배고프다'는 또는 '배고파야 그림이 잘 그려진다'는 구시대의 '헝그리 정신'을 강요받는 환경 때문이다.

특히 '만화는 오직 교육을 쉽게 하기 위해 필요한 매체'라고만 생각하는 학무모들의 편견과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편협한 사명 아래 성(性)적인 콘텐츠를 다루는 성인 만화는 '불법'이라고 낙인찍는 한국 사회. 이런 상황만 봐도 만화에 대한 한국 내 인식이 얼마나 후퇴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만화평론가 박인하는 사람들과 만화의 특성·본질에 대해 소통하려 했다. 또 그 의미를 되짚어 보면서 정책이나 공권력에 의해 표현되지 못하는 만화의 자유에 대해 논하고자 했다.

"인간의 욕망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는 만화다"

박인하는 이날 "만화는 늘 금기에 도전하고 우리 의식 밑바닥에 깔려 있는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며 발전했다"며 "이것이 만화의 오래된 특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화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이며 영화, 드라마를 통틀어서 만화처럼 그것을 잘 표현해내는 분야도 드물다"고 말했다.

만화가들은 만화를 통해 혼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때로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그런 자유로움 때문에 만화가들은 만화로 더 많은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만화의 장르는 굉장히 광대하다. 포르노부터 양자역학 이야기까지 만화에서 한다. 아주 어려운 지식을 전달하고 아주 원초적인 섹슈얼리티를 이야기 하는데 만화는 아주 효과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이 다양한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인 욕망을 드러내는 성인만화의 영역이 없다."

성인만화의 영역이 '부족하다'도 아니고, 성인만화의 영역이 '없다'고 말하는 박인하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이렇듯 극단적으로 말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997년 '청소년 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성인만화에는 '19금'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이로 인해 성인만화 매체들이 많은 타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통과되면서 성인이 교복입고 나오는 캐릭터를 성인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보거나, 소지하거나, 유통하면 법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박인하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매체가 만화라면, 성인만화도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만화는 억압에 도전하고 상상력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만화의 한쪽 영역에는 분명히 성인을 위한 콘텐츠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당장 나가서 이상한 짓을 하는가? 그건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의 공권력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성인만화라는 매체를 먼저 때려잡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만화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 중에서 만화가 주는 매체의 특성이 주는 자유로움이 결국 오늘날의 웹툰을 만들어 냈다. 웹툰을 넘어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화 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화평론가 박인하가 '엉덩국'에 주목한 이유

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10번째 주인공인 만화평론가 박인하씨.
 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10번째 주인공인 만화평론가 박인하씨.
ⓒ 재미있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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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의 자유"를 외치며 만화를 이끌어가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만화계의 돈키호테'를 연상케 하는 박인하는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한 젊은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가 콕 집어 주목하고 있는 이는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이자 '엉덩국'이란 필명을 쓰는 한 학생이다. 이 학생은 현재 티스토어 웹툰에 <잉여도감>이란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엉덩국은 고등학생 시절인 17살 때 자신의 블로그에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라는 만화를 연재했다. 그림판과 마우스만 사용해 그린 것이었지만, 당시 '찰지구나',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갈 때는 아니란다'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병맛(바보스러워 황당하거나 우스꽝스럽다는 의미의 인터넷 신조어)만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가 그린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는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재해석됐고 패러디되면서 2011년 젊은이들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아닌 '그림판'과 마우스를 사용해서 대충 표현한 그림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가 뭘까?

박인하는 '마우스+그림판+기승전병(기승전결에 '병맛'이란 신조어가 결합된 또다른 신조어)' 그림을 그린 '엉덩국'이라는 인물을 "잉여와 욕망의 화신"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박인하는 "엉덩국이라는 인물이 포털 공간에서 주목받은 사건은 만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주는 사건"이라며 '엉덩국'의 만화를 통해 만화가 가지고 있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만화라는 것은 내가 바라본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강력한 소통의 욕망과 눈에 본 정보를 표현하고 싶다는 창조적 욕구가, 잉여와 만나면서 등장한 것이다. 만약 그 '엉덩국'이라는 친구가 아침, 저녁으로 뺑뺑이를 돌면서 공부를 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그렇게 대학에 갔던 친구라면 결코 그런 만화를 그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 친구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은 자기 삶의 어떤 잉여로움 속에서 나왔을 것이며, 그 잉여로움을 인터넷을 하거나 누워서 그냥 헛 보낸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잉여로운 타이밍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욕망을 만화로 표현하고자 했기에 세상에 드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만화라는 매체가 영화화 되고, 웹툰을 보는 것이 취미가 되고, 만화가도 이제 천시 받지 않고 많든 적든 간에 돈 벌며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만화 수요는 점점 느는데, 반대로 만화는 점점 그 본질의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만화평론가이자 만화의 본질과 정신을 지키려는 '만화계의 돈키호테' 박인하는 오늘도 젊은 만화인들을 위해 만화의 자유를 외친다.

'한국만화 자유화 만세'를 외치며 만화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박인하가 있어 '엉덩국' 같은 엉뚱한 신인도 자유롭게 자신의 만화를 세상에 당당히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박인하는 젊은 웹툰 신인 작가들을, 그리고 만화가들을 응원하며 자신의 '잉여'와 '욕망'을 힘껏 발산하고 있었다. 그의 존재에, 그의 시간에, 그 즐거운 소통에 감사를 전한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소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은 사단법인 '재미있는재단'이 기획 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문화를 중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하여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재미있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 미국 MBA 진출지원 프로젝트 '개천에서 용났다'와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교육 프로젝트 '비추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업들 중의 하나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을 을 기획하고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은 매주 화요일 지속적으로 개최 됩니다.

먼저 문화계를 비롯한 궁금한 우리 시대의 인물로부터 점차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전시'하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텍사스아이스바(02-325-0088)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호프 한잔과 함께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진행되는 '사람이야기 전'은 누구나 스스로를 이야기 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그날 진행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달의 행사를 사전에 공지하고, 만나고 싶은 분이 있을 때 언제든지 찾아 주시면 됩니다. 참가비는 간단한 식사거리와 맥주, 강연료 등을 포함하여 2만 원이며, 대학생의 경우 50% 할인해 드립니다. 자연스런 우리시대의 삶의 전시 공간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6월 일정은 4일 영화평론가 유지나 전, 11일 만화평론가 박인하 전, 18일 애니메이션 '빼꼼' 제작자 김강덕 전, 25일 부천문화재단 대표 김혜준 전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사람이야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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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미있는재단' 전슬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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