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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성당
 카잔성당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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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나멘스키 수도원에서 카잔성당으로의 이동 역시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요금이 비싸지 않고 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잔성당은 바리카드(Barrikad)대로변에 있어 찾기가 쉬운 편이다. 관광안내서에는 카잔성당이 '이르쿠츠크 관광 Top 10' 중 8번째로 소개되어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이곳에 카잔의 성모마리아 이콘이 있다. 카잔의 성모마리아 이콘은 러시아 정교에서 가장 신비스럽고 중요하게 여기는 이콘이다.

성당에 도착해 보니 성당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붉은 벽돌에 파란 지붕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러시아 정교 성당은 흰 바탕에 노랑이나 파란 지붕을 해서 신성하거나 깨끗한 느낌이 드는데, 이 성당은 세속적인 느낌이 든다. 성당 안도 채도가 높은 짙은색 계열이다. 그래서 중후하고 엄숙한 느낌이 든다. 장식이나 이콘화 역시 화려해 경건함을 더해준다.
성가를 부르는 여신도
 성가를 부르는 여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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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미사가 막 진행되려고 한다. 성당 관계자들이 떠들지 말 것을 부탁한다. 시끄러움이 경건함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단과 신자들의 공간을 구분해 주는 이코노스타시스 안에서 신부가 미사를 집전한다. 정교 미사는 신부가 육성으로 성가를 선창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신자석에서 후창으로 받는다. 이처럼 성가를 주고받으며 미사가 진행된다.

성가는 천상의 소리라고 해서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성가대의 수준이 높으면 경건함이 더 고조될 수 있다. 가사를 안다면 더 감정이입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미사 때문에 성당 안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미안했다. 그래서 성당을 조금 일찍 나왔다. 성당을 나온 또 한 가지 이유는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데카브리스트박물관을 보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데카브리스트 저택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발콘스키 저택을 바라보기만 하다

데카브리스트 부인 마리아 발콘스키
 데카브리스트 부인 마리아 발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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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택 입구 데카브리스트 부인 공원에서 내렸다. 공원에 있는 발콘스키의 부인 마리아 동상을 보기 위해서다. 이 동상은 데카브리스트 부인 기념비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마리아 발콘스키는 남편 세르게이를 따라 1826년 시베리아로 유배를 와 30년 동안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 그 동안 데카브리스트는 시베리아 지역에 자유주의 사상을 전파하는 데 힘썼다. 그리고 교육, 문화, 예술, 의료사업을 펼쳐 시베리아 지역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1856년 알렉산드르2세가 즉위하면서 그들은 유배가 풀려 시베리아를 떠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는 1863년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곳에 있는 동상은 마리아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여기서 100m쯤 떨어진 곳에 발콘스키 저택이 있다. 발콘스키 저택은 1847년 우릭(Uric)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이곳 이르쿠츠크로 옮겨지게 되었다.

발콘스키 저택
 발콘스키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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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발콘스키 저택은 이르쿠츠크 사교계의 중심이 되었다. 연주회, 무도회, 무대공연이 열리고, 자유주의 사상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다. 1856년 그들이 떠나면서 건물의 소유권은 상인 하미노프(I. Khaminov)에게 넘어갔다. 그 후 이 건물은 학교, 기숙사 등으로 사용되었고, 1985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 발콘스키 가족이 사용하던 유물이 전시되어 데카브리스트의 망명생활과 사회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구세주 변용교회
 구세주 변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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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폐관시간 임박해 박물관에 도착하는 바람에 내부를 볼 수 없었다. 박물관은 푸른색 벽체에 흰색 창을 낸 2층 건물로, 2층 창을 발코니 형태로 튀어나오게 한 게 특징이다. 저택 앞에 마당이 큰 것 같은데 담이 높아 들여다 볼 수가 없다. 발콘스키 저택 옆에는 구세주 변용교회가 있다. 이 교회 역시 막 문을 닫는 중이다. 노란색 바탕에 진초록색 지붕을 한 차분한 건물이다.

트루베츠코이 박물관 역시 겉모습만

트루베츠코이 박물관
 트루베츠코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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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트루베츠코이 저택만 남았다. 이곳 역시 문을 닫았을 것이기 때문에 내부 보는 것을 포기하고 천천히 찾아간다. 트루베츠코이 저택은 발콘스키 저택에서 티미리야제프(Timiryazev)대로를 건너 다른 블록에 위치한다. 트루베츠코이 저택은 발콘스키 저택보다 더 인상적이다. 그것은 고전주의 양식에 돔 장식을 가미하는 등 복원에 더 많은 노력을 들였기 때문이다.

트루베츠코이는 이르쿠츠크로 귀양와 아내 예카테리나와 함께 즈나멘스키 수도원 근방에 저택을 짓고 살았다. 이 저택은 1908년 화재로 불탔고, 그 후 후손들에 의해 현재의 위치에 다시 지어졌다. 그러나 건물이 낡아 1965년부터 1970년까지 대대적인 수리를 거쳐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또 한 번의 수리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2011년에는 재개관을 기념해서 <숙명의 시대> 특별전이 열렸다고 한다. 전시주제는 시베리아로 귀양 온 데카브리스트들의 고난과 역경이다. 이때의 전시물이 박물관의 상설전시물이 되었다. 트루베츠코이의 부인 예카테리나는 1854년 먼저 죽어 즈나멘스키 수도원에 묻혔다. 그리고 트루베츠코이는 1856년 사면을 받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갔고, 1860년 모스크바에서 세상을 떠났다.

중앙시장 쇼핑센터에서 하루를 정리하다

이르쿠츠크 트램
 이르쿠츠크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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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다 보고 나니 저녁 7시 20분이다. 해가 넘어가려면 아직 멀었고, 오늘 저녁식사는 10시에 130번 지구에서 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다. 아직도 2시간 반 정도 여유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트램을 타고 중앙시장으로 간다. 그곳의 농산물시장과 쇼핑센터를 방문해 러시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려고 한다. 또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30시간을 보낼 것에 대비해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서다.

트램을 내리니 우리가 알혼섬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손님을 태우기 위해 들렀던 곳이다. 우리는 먼저 농산물시장에 차려진 좌판들을 살펴본다. 좌판에 여러 가지 종류의 과일들이 널렸다. 토마토, 멜론, 딸기, 포도, 체리 등이 보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과일도 여러 종류 보인다. 가지, 오이, 호박, 당근, 파프리카 등 우리에게 친숙한 채소류도 보인다. 친환경이라 그런지 우리처럼 품질이 균일하지는 않다. 우리는 토마토를 좀 산다.

이르쿠츠크 소방서 관제탑
 이르쿠츠크 소방서 관제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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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쇼핑센터에 들어가 음료를 마시며 좀 쉬기로 한다. 그런데 8시가 되자 상점들이 영업을 마감하기 시작한다. 고객이 있는데도 그렇다. 우리는 쇼핑센터 휴게실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마침 휴게실 앞으로 보이는 높은 탑이 있어, 그 용도를 알아보니 소방서 관제탑이다.

그래서 지도와 자료를 찾아보니 그곳이 소방서고, 그 안에 소방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르쿠츠크는 1879년 대화재를 겪은 후 소방시설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이르쿠츠에도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트램을 타고 130번 지구로 간다. 레닌대로 입구에서 차를 내린 다음 바브르 동상 앞으로 간다. 그곳에는 동료들이 벌써 와 기다리고 있다.

130번 지구의 호텔, 레스토랑, 카페
 130번 지구의 호텔, 레스토랑,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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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이 함께 예약된 식당으로 간다. 우리는 이곳에서 2시간 정도 식사를 하고 나서 12시쯤 이르쿠츠크 기차역으로 갈 예정이다. 이르쿠츠크에서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새벽 3시 52분 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이 기차가 3시 17분에 이르쿠츠크역에 도착하니 3시까지는 플래트홈에 나가 기다려야 한다. 이제 이르쿠츠크를 떠나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일만 남았다.



태그:#카잔서당, #마리아 발콘스키, #발콘스키 저택, #트루베츠코이 박물관, #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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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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