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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 15일 개최되는 '미국 애완동물 소방안전의 날(National Pet Fire Safety Day)' 캠페인 사진 (사진: NationalDayCalendar.com)
 매년 7월 15일 개최되는 '미국 애완동물 소방안전의 날(National Pet Fire Safety Day)' 캠페인 사진 (사진: NationalDayCalend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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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매년 7월 15일을 '전미 애완동물 소방안전의 날(National Pet Fire Safety Day)'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행사다.
이날에는 우리와 함께 먹고 자고 또 우정을 나누는 반려동물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이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화재로부터 반려동물을 어떻게 안전하게 지켜줘야 하는지를 배우는 일이다.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의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발생하는 약 1000여 건의 화재가 반려동물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 화재로 인해 다치거나 숨진 반려동물의 숫자는 4만 마리가 넘는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공항 내부에 위치한 애완동물 대기 장소. 출국하기 이전에 대기하는 장소로 비상구는 물론 스프링클러와 각종 화재경보설비 등이 설치되어 있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공항 내부에 위치한 애완동물 대기 장소. 출국하기 이전에 대기하는 장소로 비상구는 물론 스프링클러와 각종 화재경보설비 등이 설치되어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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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방화협회는 '미국방화협회 기준 150, 동물 주거시설에 대한 소방안전 코드(NFPA 150, Fire and Life Safety in Animal Housing Facilities Code)'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전미 애완동물 소방안전의 날'에는 관련단체와 소방대원 등이 함께 참여해 반려동물과 그 주인을 화재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사전에 안전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전미애견가협회'에서 만든 '애완동물 화재안전수칙' (출처: American Kennel Club)
 '전미애견가협회'에서 만든 '애완동물 화재안전수칙' (출처: American Kennel Club)
ⓒ American Kennel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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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미애견가협회(American Kennel Club)'에서 제시한 화재예방을 위한 주의사항은 눈여겨 볼 만하다.

첫 번째로는 많은 동물들이 살아있는 불꽃(Open Flames)에 호기심을 보이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벽난로에서 타고 있는 불꽃, 집안 분위기나 냄새를 잡기 위해 피워둔 촛불, 그리고 조리중인 도구 등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타깃이 된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집안에 두고 잠시라도 외출하게 되면 모든 살아있는 불꽃은 정확하게 꺼놓고 나가야 안전하며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라도 소방관들이 반려동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가급적 현관문에서 가까운 곳에 놓아두면 좋다. 또한 현관문 앞에 어떤 종류의 반려동물이 몇 마리가 있는지 적어놓는 것도 출동한 소방관들이 반려동물을 구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인덕션 등 조리도구의 온도 조절기나 작동버튼은 반드시 보호커버를 덮어두거나 혹은 온도 조절기를 분리해 실수로 작동되는 것을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조리도구를 만지거나 밟는 과정에서 실수로 온도가 높아져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아이들이 전선을 물어뜯지 않도록 전선덮개 등을 씌워두면 합선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양초를 꼭 사용해야 한다면 실제로 불꽃이 나지 않는 전구 형식의 향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를 보면 고양이의 꼬리가 불이 붙어있는 양초를 건드려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장시간 외출을 할 계획이라면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화재의 원인으로부터 반려동물을 차단하거나 격리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반려동물을 찾기 위해 불이 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따라서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반려동물의 위치를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평상시에는 반려동물 인식표를 달아 주어 화재로 인해 서로 격리된다고 해도 쉽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가족 중 한 명을 화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는 담당자로 지정하고 평상시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면 위급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사람과 반려동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 방송을 보면 많은 채널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다루고 있다. 인간과 반려동물이 서로를 통해 위로받고 사랑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반려동물의 역할과 위치를 새삼 깨닫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반려동물을 위한 안전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놓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고양이가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주민 20여 명이 새벽에 대피하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있었다. 이밖에도 고양이가 인덕션을 잘못 눌러 화재로 이어지는 등 그동안 몇 차례 크고 작은 사고들도 있었다.

이제 사람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반려동물의 안전을 고민하는 것은 사람과 반려동물의 공생을 위한 필수조건이 돼버렸다. 사랑한다면 안전하게 지켜주자.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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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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