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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갑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6·15 공동선언 4주년이 발단이 됐다.

김 의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는 계속 멀어져 한미동맹에 우려가 들고, 거꾸로 북한과는 가까이 다가가는 분위기에 한나라당마저도 편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표가 전날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김덕룡 원내대표 등이 6·15 공동선언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유연한 대북정책'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www.ykkim.com) 등에 올린 글에서도 "그나마 우리 사회의 친북 분위기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던 한나라당마저도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지금의 한나라당은 우리 사회의 친북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급기야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김대중·김정일 영웅 만들기... 한나라당은 어디로 가나?"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까지 대북 비밀송금을 두고 역적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DJ를 '통일 기반을 닦은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며 "(대북송금 특검 이후) 몇 달 사이에 특별히 변한 게 있다면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진 것밖에 없는데, 그런 식으로 영합하는 것은 표를 좀더 먹겠다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DJ 대북특사를 얘기하고, DJ는 '김정일 답방'을 주장하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김정일 띄우기이고, 영웅 만들기"라며 "이런 비판을 하면 수구적이고 반통일적이라고 비난하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안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한나라당 대북 정책에 대한 김 의원의 비판은 박근혜 대표에게로 초점이 모아졌다. 김 의원은 "당 밖의 보수세력은 '박근혜 대표가 여당에 대한 견제 역할은 잘 하고 있지만, 도대체 한나라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겠다'고 걱정을 한다"며 "여당과 개혁 경쟁만 하면서, 말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 그런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박 대표가 말은 원칙적으로 하는데 실제 하는 행동을 보면 말과 행동이 조화가 될지 우려된다"며 "그런 면에서 보수층은 박 대표에게 완전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의원은 16대에서 당내 보수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온 '바른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모임'(안보모임)을 17대에서 다시 결집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기존 64명의 의원 중 17대 총선에서 살아남은 17명의 의원들과 함께 첫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서는 6년간 모임을 이끌어온 김 의원이 뒤로 물러나는 대신 이방호 의원이 새로운 간사로 선출됐다.

"2004년 6월의 서울 풍경은 낯설고 어색하다"

한편 김용갑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등에 올린 '김정일 통일대통령 될까봐 걱정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6·15 공동선언 4주년에 대한 단상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행사를 보면서 솔직히 2004년 6월의 서울 풍경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며 "더 솔직히 절망적인 우려의 심정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용갑, 18대 총선 불출마
'여자 김용갑' 송영선 의원에 위원실 승계

한나라당내 대표적 보수인사로 통하는 김용갑 의원이 17대 국회 의정활동을 끝으로 정치생활을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년 뒤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이번 17대에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가서 그동안 지역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것을 지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전날 자신이 6년동안 이끌었던 '바른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모임'(안보모임)의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대신 이방호 의원 등을 간사로 내세웠다. 김 의원은 "이제 나는 물러나고 나 대신 보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배들을 키우고 싶다"며 "우리 모임도 세대교체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의원이 지난 8년동안 사용했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741호를 17대부터 '여자 김용갑'으로 불리는 송영선 의원이 사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송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방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비례대표로 영입한 대표적 보수 논객.

또 송 의원은 김용갑 의원 대신 통일외교통상위를 지원했다. 한편 김 의원은 송 의원에게 방을 내주고, 대신 국회 본청 앞 분수대가 내려다보이는 426호실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는 전날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인사 6명이 참석한 6·15 선언 기념 토론회 풍경을 예로 들며 "도대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맞는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남한에서는 김정일을 영웅시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아예 김정일 모셔오기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 너도 나도 김정일 서울 답방에 나서고 있고, 김정일이 서울에 오면 대대적인 환영 행사라도 벌어질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요즘의 현실을 보면서 6·15 선언은 외화내빈(外華內貧)을 넘어서 외화내병(外華內病)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친북 일색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데도, 그것에 대해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사회가 되고 말았으니, 이것이 속병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특히 그는 "통일은 오는데, 북한의 김정일이 통일대통령이 되는 현실이 오면 어떻게 하나, 큰 걱정"이라며 "그것보다 더 큰 걱정은 '통일만 된다면 김정일이 통일대통령이 되면 어때?'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 보이는 오늘의 절망적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용갑 의원이 홈페이지 등에 올린 글 전문이다.

김정일 통일대통령 될까봐 걱정이다

어제가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4주년이었습니다. 방송에서는 기념 프로그램들이 연일 전파를 타고 있고, 여기저기서 각종 기념행사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지금, 2004년 6월의 서울 풍경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아니,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절망적인 우려의 심정까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제 서울에서는 이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6명이 참석한 6·15 선언 기념 국제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노무현대통령과 김대중전대통령이 북측의 이종혁과 나란히 앉아서 반갑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친근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전쟁을 겪었던 남과 북의 역사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고, 북핵 문제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엄연한 지금의 현실조차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북측 이종혁은 토론회 연설에서 '동맹보다 중요한 것이 북남관계'라고 주장했고, 이 장면은 우리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전국에 중계되기까지 했습니다.

북측 인사들은 '미국의 남조선 강점으로 남북이 갈라졌다'면서 입을 모아 '반미'를 외치고, '보안법 철폐', '주적개념 철폐'를 외쳤습니다. '6·15 선언 이후에 미국을 가장 혐오스럽고 위험한 나라로 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면서, 반미를 선동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이 맞는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북측의 인사들을 불러놓고 ‘반미’와 ‘통일’에 대한 ‘특강’을 듣고 있는 동안,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는 ‘김정일이 왜 웃고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커버스토리로 다룬 이 기사에서, 타임은 ‘갑자기 한국은 김정일의 생존을 절실하게 원하는 입장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6·15 선언 이후 모든 상황들이 김정일의 의도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 ‘김정일이 웃고 있는 이유’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기사가 아니더라도, 6·15 선언 이후 가장 큰 得을 본 사람이 김정일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붕괴 직전의 북한 정권이 남한의 달러 투입으로 회생하기 시작했고, 김정일의 집권 기반이 오히려 강화되었습니다.

남한에서는 김정일을 영웅시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예 김정일 모셔오기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 너도 나도 김정일 서울 답방에 나서고 있고, 김정일이 서울에 오면 대대적인 환영 행사라도 벌어질 분위기입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한다고 해도 정부는 ‘안보에 공백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어느 누구 한 사람 걱정하지 않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민족 공조가 한미동맹보다 강조되고 있고, 우리 외교의 중심축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가장 증오하는 나라는 미국, 가장 가까운 이웃은 북한’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보 의식이 황폐화되고 말았습니다.

그 동안 6·15 선언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요즘의 현실을 보면서는, 외화내빈을 넘어서 외화내병(外華內病)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친북 일색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데도, 그것에 대해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사회가 되고 말았으니, 이것이 속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친북 분위기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던 한나라당마저도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우리 사회의 친북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급기야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한마디로 ‘이 땅의 보수 다 죽었다’는 처절한 현실입니다.

2004년 6월의 서울 풍경을 보면, 그야말로 통일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통일은 오는데, 북한의 김정일이 통일대통령이 되는 현실이 오면, 그 때는 어떻게 하나, 이것이 정말 큰 걱정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걱정은 ‘통일만 된다면 김정일이 통일대통령이 되면 어때?’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 보이는 오늘의 절망적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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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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