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긴급대토론 - '고용쇼크' 한국경제, 출구는?

JTBC 긴급대토론 - '고용쇼크' 한국경제, 출구는? ⓒ JTBC


답답했다. 혹시나 하고 본 토론회는 역시 나였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편의점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고도 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었다. 출연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통계 자료만을 앞세워 주장을 펼쳤는데, 그것을 보고 있자니,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토론인지 회의가 들었다. 28일 JTBC가 긴급 편성해 방송한 <'고용 쇼크' 한국 경제, 출구는?>는 전년 같은 달보다 취업자가 5000명 증가한 것을 두고 '고용 쇼크'라고 불렀다. 물론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이의는 없다.

다만 토론회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4년 박근혜 2년 차인 1월~7월 취업자가 대폭 늘었다는 통계를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나는 당최 그 고용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과연 어디에 가야 그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인가.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패널로 나왔고 손석희 앵커가 사회를 봤다. 자영업자와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청객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날 첫 토론 주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통계보다 현실이 더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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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언을 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득분배가 나빠진 이유는 "소득주도 성장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중첩되어서 나타나는 문제"이며,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나 악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집권 2년 차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취업자 증감 통계를 내보이며 "미국이나 중국 등이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고용 쇼크가 온 것은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변되는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반기업 정서 탓"이라는 주장으로 응수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의 전도사를 자처할 만큼 정부 정책을 지지했다. 하지만 두 자릿수로 급격히 올라간 최저임금 인상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며 문재인 정부의 3년 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오히려 정부의 긴축재정이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더디게 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이후 늘어난 세수와 재정지출의 틈을 긴축재정으로 볼 것이냐, 균형재정으로 볼 것이냐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취업자 증감 통계가 아니더라도 현실은 팍팍하고 참담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나쁜 통계와 좋은 통계가 상존하고 있는데 야당은 나쁜 통계만 가지고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방어했지만, 시청자 대다수는 이에 동의하지 못했을 것이다. 통계보다 국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몇 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60년 동안 수출주도, 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으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을 만들어 놓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경제의 근본 틀을 흔들어 문제가 발생했다"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주장은 궤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심상정 의원의 표현처럼 60년 동안 이어온 낡은 경제정책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 정책, 비즈니스 프랜들리, 낙수효과 정책 등 이름만 바꾼 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이 경제적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다. 최저 임금의 상승과 동반한 기업의 체질 개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보호대책 등이 미비했다는 지적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이 '고용 쇼크'를 일으킨 주범이란 주장은 어이없다.

삼성을 찾아간 김동연 부총리의 행보를 두고도 왜 청와대가 설왕설래하냐고 나무라기보다, 연간 1억2천만 대를 생산해 7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공장을 왜 인도에 짓느냐고 따져 물어야 하는 게 정치인이 할 일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반기업 정서'로 치환하는 것도 얼토당토않지만, 반기업 정서의 제공자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위기에 놓인 '소득주도 성장',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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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토론 주제는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쇼크의 상관관계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토론에 앞서 을지로에서 14년 동안 외식업에 종사한 업주와 IMF 시기 직장을 그만두고 20년 동안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의 증언이 나왔다.

외식업 업주는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감소,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과 임대료 인상 등을 어려움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PC방 점주는 게임사의 수탈 구조와 과당 경쟁,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허술한 보호 정책을 원망했다.

이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고용은 줄어들고 노동 강도는 세지고 있다"라며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고용인을 두지 않은 1인 영세 자영업자가 너무 많고 온라인 시장이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2년 동안의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쇼크를 불러왔다며 김성태 원내대표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에 힘을 보탰다.

심상정 의원은 ▲갑질 문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과당 경쟁 ▲높은 임대료에 최저임금이 보태어져 고용 쇼크가 발생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만이 고용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김성태 의원은 자료를 토대로 전년도 7월과 비교했을 때 취업자 수가 현저히 적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통계상 취업자 수가 적은 것은 맞지만, 이것이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오는 사이 인상된 최저임금 탓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심상정 의원의 말 대로, 취업자 수 증감에는 다양한 것들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토론회를 보면서 특히 안타까웠던 건 일부 패널들이 소득주도 성장을 고용 쇼크와 분배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여당 역시 소득주도 성장의 당위성을 간결하고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나마 "소득주도 성장이 60년 기업 중심의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는 심상성 정의당 의원의 주장 정도에만 손뼉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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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론이 위기를 맞고 있다.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으로 대변되는 '을'들의 전쟁은 점입가경이다. 싸움을 말리고 올바른 정책을 입안해야 할 정당은 서로의 이해득실을 따져 편들기에 바쁘다. 정부와 여당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론은 문재인 정부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다. 앞서 수출주도 성장, 기업 위주의 정책에 기대어서는 더 이상 안녕과 번영을 바랄 수 없다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 있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두고 한쪽만 나무라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협박에 가깝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난스러운 갑질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한진그룹 일가 조양호 회장의 연봉이 지난해보다 75%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보수총액이 58억 2720만 원인데,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607만 원이다. 2018년 최저시급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치다.

아르바이트생 시급 7530원(2018)과 조양호 회장의 시급 607만 원. 최저시급 인상이 고용과 분배 참사를 불러 왔다면 75% 오른 조양호 회장의 상반기 보수 총액 58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사실 내가 이 토론회 패널들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은 딱 한 가지였다. 현재 자영업자인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해법을 알려달라고 말이다.

소득주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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