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라이벌은 역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이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이 바로 한일전으로 결정됐다. 그들이 비록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21세 이하 대표팀이라고 하지만, 그리고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에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에게 0-1로 패했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조직력을 다져온 팀이기에 연령대가 약간 높은 상대 팀들을 상대하면서도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라는 점을 한국 선수들이 꼭 기억해야 한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끌고 있는 21세 이하 일본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9일 오후 9시 30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파칸 사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두 번째 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를 1-0으로 물리치고 결승전에 올랐다.

상대가 어리다고 밤심은 금물

일본축구협회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성인 국가대표까지 맡긴다고 발표했다. 마치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와 23세 이하 대표팀을 겸임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과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바로 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오는 21세 이하 대표팀을 데리고 온 것이다.

그만큼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보다는 2020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 셈이다. 이 대회 전 일본은 아시안게임 4강 진출 정도를 목표로 두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말했지만 결승전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그들도 금메달 욕심을 숨기기는 곤란할 것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입장에서 9월 초에 열리는 A매치 준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비난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그들은 차근차근 실력을 검증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랍에미리트와의 이 경기에서 일본은 쓰리 백 시스템을 썼다. 그리고 다섯 명을 미드필더로 두고 중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본 축구는 미드필더 이야기를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이 팀 역시도 공격형 미드필더 이와사키 유토가 가장 돋보인다. 왼쪽 윙백으로 나온 엔도 케이타와 함께 일본 공격을 측면 쪽에서 풀어나가는 대표적인 파트너인 셈이다.

둘은 42분에 골이나 다름없는 좋은 유효 슛 기록을 남겼다. 윙백 엔도 케이타가 왼쪽 끝줄 앞까지 파고들어서 각도 날카롭게 꺾어서 내준 컷백 크로스를 이와사키 유토가 왼발로 찬 것이다. 이 공을 아랍에미리트 골키퍼 알샴시 모하메드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지만 일본의 공격 전개 과정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미드필더들이 누구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슈퍼 서브 '우에다 아야세' , 결승골 꽂아넣다

일본 공격수 중 맨 앞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활기차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수들의 볼 터치 실수를 유발하고 있는 인물도 기억해야 한다. 짧게 머리를 깎은 골잡이 '마에다 다이젠'인데, 체력도 좋고 순발력도 뛰어나 후반전도 거의 다 끝날 때까지 상대 팀 수비수들을 괴롭힌다.

또 한 명의 공격수는 후반전 교체 선수 우에다 아야세이다. 이 경기 64분에 하타테 레오 대신 들어온 우에다는 단 1분만에 마에다 다이젠을 빛내는 전진 패스를 넣어주면서 슈퍼 서브로서의 가치를 자랑했고 77분에는 결승전에서 한국과 만나는 것을 결정짓는 귀중한 골을 터뜨렸다.

중앙 미드필더 와타나베 쿠타가 아랍에미리트의 역습이 시작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려 공 소유권을 찾아오자마자 우에다 아야세 발 앞에 이어지는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성공시켰다. 이 멋진 패스를 받은 우에다는 아랍에미리트 골키퍼 알샴시 모하메드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오른쪽 톱 코너에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이밖에도 오른쪽 윙백으로 뛰는 6번 하츠세 료는 퍼스트 터치나 짧은 패스를 할 때 오른발을 주로 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왼발을 써서 날카로운 킥 실력을 자랑하는 프리킥, 오른쪽 코너킥 전담 키커다.

세 명의 수비수 중 큰 키가 돋보이는 가운데 수비수 20번 타츠타 유고는 좋은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세트 피스에 적극 가담하지만 비교적 느린 단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 골잡이 황의조나 황희찬이 그리 어렵지 않게 흔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아시아 축구의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은 9월의 첫 날이자 토요일 밤 8시 30분 파칸 사리 스타디움에서 시상대 맨 꼭대기 가장 빛나는 메달을 걸고자 마지막 승부를 펼치게 됐다. 일본으로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2020년 올림픽 대표팀이기에 배우며 도전한다는 겸손한 자세로 임할 것이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한국 선수들이 더 클 것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빨리 안정을 찾아야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도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 경험을 최근에 쌓은 선수들이 더 많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으로 나타날 것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결과
- 29일 오후 9시 30분, 파칸 사리 스타디움

★ 일본 1-0 아랍에미리트 [득점 : 우에다 아야세(77분,도움-와타나베 쿠타)]

◎ 일본 선수들
FW : 9번 하타테 레오(64분↔15번 우에다 아야세), 18번 마에다 다이젠
MF : 11번 엔도 케이타, 13번 이와사키 유토, 17번 가미야 유타(82분↔14번 마츠모토 다이시), 16번 와타나베 쿠타, 6번 하츠세 료
DF : 5번 스기오카 다이키, 20번 타츠타 유고, 7번 하라 테루키
GK : 1번 코지마 료스케

◇ 주요 경기 기록 비교
슛 : 일본 13개, 아랍에미리트 9개
유효 슛 : 일본 3개, 아랍에미리트 5개
점유율 : 일본 54%, 아랍에미리트 46%
코너킥 : 일본 3개, 아랍에미리트 1개
프리킥 : 일본 11개, 아랍에미리트 7개
오프 사이드 : 일본 0개, 아랍에미리트 2개
경고 : 일본 0개, 아랍에미리트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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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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