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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은 더욱 드문 세상입니다. 해방 직후 한국의 문맹률은 78%(1945년)이었으나 그 후 문맹률은 0%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은 더욱 드문 세상입니다. 해방 직후 한국의 문맹률은 78%(1945년)이었으나 그 후 문맹률은 0%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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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다가옵니다. 비행기가 함부로 뜨지 못하는 날, 지하철과 버스도 바빠지는 날, 누군가는 경찰차에서 내려 헐레벌떡 뛰어가기도 하는 날,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올해 수능은 11월 15일에 실시됩니다. 전국에서 59만 4927명이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답안지를 하나씩 채워가겠죠. 그리고 수험생 상당수는 '새내기'로 거듭날 것입니다.

집집마다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일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고등학생 10명 중 7명은 대학에 가니까요. 한때는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은 더욱더 드문 세상입니다. 해방 직후 한국의 문맹률은 78%(1945년)이었으나 그 후 문맹률은 0%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의미가 없다며 문맹률 조사를 하지 않은 것도 수십 년 전입니다.

하지만 0에 가깝다고 0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70, 80세가 되도록 읽고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한글학교에 갑니다. 휠체어를 밀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덧셈과 뺄셈을 배우러 야학에 가는 장애인들도 있습니다.

며칠 전 전라남도 함평에 사는 김정순 할머니는 1만 원짜리 현금뭉치와 1천만 원짜리 수표를 파란색 비닐봉지에 담아 전남대학교에 전달했습니다. 고구마, 늙은 호박, 양파, 콩 등을 팔아 모은 1억 원을 기부하며 할머니는 "8살 때 아버지가 '계집아이가 나돌아 댕기면 못쓴다'며 책보를 뺏어버렸다"며 "이제야 비로소 배움에 대한 깊은 한과 응어리를 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숫자에 가려진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무의미한 수치라고 해도 그들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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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에디터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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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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