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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계가 시끄럽다. 이슈가 되는 부분은 아래 부분이다.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습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습니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습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분열적인 역사관"(이만희 원내대변인 논평), "국민 편가르기"(장능인 대변인 논평)라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도 "철지난 빨갱이라는 말을 되살려내 오히려 거꾸로 색깔론을 부추기는 형국"(이종철 대변인 논평)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도 가세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는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라'라는 도발적 제목의 칼럼을 통해 "표현의 자유까지 갈 것도 없다,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를 수 없는 나라는 북한과 다름없는 전체주의 국가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위 기념사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과반 이상은 '빨갱이-색깔론은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오마이뉴스>는 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5명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Q.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100주년 3.1절 기념사에서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다"면서 색깔론을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와 같은 문 대통령의 인식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1%가 동의한다는 뜻을 밝혀, 32.3%에 그친 반대 응답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훌쩍 넘는 22.8%p 차이로 앞섰다. (모름/무응답 12.6%) 특히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이 36.8%나 기록해 동의의 강도가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하는 편 18.3%, 반대하는 편 14.2%, 매우 반대 18.1%)

"매우 동의" 36.8% 〉 "반대하는 편" 14.2% + "매우 반대" 18.1%
 

3.1절 기념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지역과 성, 연령층에서 동의 응답이 반대 응답보다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의 59.7%, 여성의 50.7%가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역별로 동의 응답은 광주/전라가 75.4%로 가장 높았고, 이후 부산/경남/울산(58.3%), 서울(57.2%), 경기/인천(51.4%)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7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고, 이어 30대(69.0%), 50대(49.7%), 20대(47.4%) 순이었다. 60대는 동의 42.5% - 반대 39.4%로 동의 답변이 앞섰지만 오차범위 안이었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지층에서 각각 89.8%, 83.4%, 73.2%로 압도적인 동의 의사를 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반대한다는 응답이 72.3%로 일방적으로 많았다. 바른미래당 지지층의 경우 동의 50.6% - 반대 49.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응답자의 이념성향별로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83.7%가 압도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고, 중도층도 56.4%가 문 대통령의 인식을 지지했다. 보수층만 58.7%가 반대 의사를 밝혀 27.8%에 그친 동의 답변을 크게 앞섰다.
 
극심한 이념 대립을 경험했던 우리 현대사에서 '빨갱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색깔론은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때론 가족과 지인의 생명까지 빼앗는 공포의 주홍글씨였다.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이번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높은 지지는 이 주홍글씨가 친일잔재로서 청산되는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 방식은 무선 전화면접(10%)과 자동응답(ARS) 무선(70%)·유선(20%) 혼용방식이었으며,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정했다. 총 7759명에게 접촉해 최종적으로 505명이 응답을 완료, 응답률은 6.5%였다.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루어졌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의 상세 그래프

문 대통령의 ‘색깔론은 친일잔재’ 인식에 대한 동의 여부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100주년 3.1절 기념사에서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다"면서 색깔론을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와 같은 문 대통령의 인식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 매우 동의         ② 동의하는 편
③ 반대하는 편      ④ 매우 반대
⑤ 모름/무응답
(선택지 1~4번 순·역순 배열)

여론조사에 응답을 완료한 505명을 인구사회학적 층으로 나눈 결과는 아래와 같다. 각 층은 여론조사의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샘플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례수 30명 미만은 빗금으로 표시했다. (단위 : %)

지역별

성별

연령대별

지지정당별

국정평가별

이념성향별

직업별

이 조사는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월 5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5명(응답률 6.5%)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4.4%p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로 진행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권역별 사후 가중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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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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