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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사자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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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그렇게 뜨거운 '사자의 심장'이 없다."
- 조국 민정수석, 2014년 <조선일보> 인터뷰 중에서

"저는 사자의 심장을 지녔다. 온갖 네거티브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 이명박 전 대통령,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제주 합동토론회에서


'사자의 심장' 비유를 아시나요? 이 말은 이탈리아의 사상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유래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자의 심장(용맹)과 여우의 두뇌(지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못 물리치니 여우처럼 영리하게 함정을 알아차리고 사자처럼 용맹해야 늑대를 혼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리더는 출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현실정치와 어떻게든 연결되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비유입니다. 그런데 꼭 '사자의 심장'을 가진, 대단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정치일까요. 도대체 정치는 뭘까요.

박선민 시민기자는 정치를 수영에 비유합니다. 빨리보다는 정확히, 꾸준히 해야 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선거 때마다 아쉬운 것은, '준비된 정치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많은데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당선'을 위한 활동만 보이지 당선 이후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후자가 더 중요한데 말이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정당 안에서 '시간이 걸려'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 투표 안 하는 시민보다 더 나쁜 게 있다 http://omn.kr/riee

15년째 진보정당에 몸담고 있는 그는 최근 일본에 '정치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1월 13~20일간 도쿄에 머물며 국민민주당, 입헌민주당, 공산당, 사민당을 방문했습니다. 양원제인 일본 의회에는 465명의 중의원과 242명의 참의원이 있습니다. 일본 정치에서는 노조나 기업의 후원이 중요한데, 가령 노조 출신 의원이라면 거의 3일에 한 번씩 노조와 만나서 상의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우리도 노동조합 출신 의원들이 있지만 그들을 조직 대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일상적 협력관계라기보다 사안별 협조 관계에 머문다. 개인의 정치적 진출은 조직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무관하다. 일본식 정치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노조가 자신들의 '대표자'를 국회에 진출시키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 "아베 독주 안돼!"... 일본판 야권연대의 어두운 미래 http://omn.kr/1h1pc

노조와 긴밀하다? 당연히 '왼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노동자들은 오히려 '우익' 아베정권을 더 지지한다고 합니다.
 
시노다 도오루 교수(와세다대학교) :  "아베 정권은 경영자에게 임금 인상 압력을 행사한다. 보수 정권의 지도자가 경영자에게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케이스다. 아베는 노동자의 지갑이 두툼해야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돈을 올려준다는 데 싫을 이유는 없지 않나."
 
☞ 뜻밖이다, '우파' 아베가 노조를 더 존중한다? http://omn.kr/1hf7w

일본에서 노조는 단순한 조직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불립니다. 모여서 이야기하고 규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나가기 때문입니다. 박 시민기자는 이렇게 일본 정치를 알아가며 한국의 정치는, 노동은 어떤가 더욱 절실히 고민하게 됐다고 합니다.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게 그런 나의 일상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졌다.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이 삶을 송두리째 바쳐야 한다거나, 굴뚝에 올라야 한다거나, 단식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사회에서 살고 싶어졌다. 내가 소속한 집단이 나의 이해를 대신해 주고, 내가 선택한 정당이 나의 사회·경제적 기반과 일치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졌다. 남의 나라, 빌려 쓰는 집에서 우리 사회, 내 삶에 대한 간절함이 솟구쳤다.

☞ 노조는 대체 왜 필요한 거냐고 묻는 당신에게 http://omn.kr/1ho6g

현실정치에 몸담은 이의 진솔한 고민이 묻어나는 글들을 보며 저는 '사자의 심장'이란 말을  곱씹어 봤습니다. 정말 사자의 심장을 가진, 리더만이 정치를 할 수 있을까요?

사자의 심장을 가진 사람과 여우의 두뇌를 가진 사람이 모여 때론 늑대와 함께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오랜 세월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민주주의 아닐까요? '모두의 정치'라는 박선민 시민기자의 연재명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 [연재 바로 가기] 모두의 정치 http://omn.kr/1hr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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