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강제입원 사건'(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11일 9차 공판에서 고 이재선씨의 부인 박인복씨와 딸을 포함,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4명이 출석했다.
이날 박씨 모녀는 이 지시와 얼굴을 마주하진 않았다. 모녀가 피고인과 대면하고 싶지 않다고 법원에 요청했고 이를 이 지사 측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초 "피고인의 공판 제외는 허용되지 않을 것 같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이 지사에게 자리를 지킬 것을 권유했으나 이 지사가 직접 수용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와 딸 이아무개씨의 증언을 모두 듣고 난 뒤 이 지사에게 변호인을 통한 반대 신문 기회를 줬으나 이 지사는 "특별히 물어볼 것이 없다"라고 했다.
"2012년까지 이상증세 없었어"
이날 박씨 모녀는 6시간에 걸친 증인신문에서 강제입원 시도 사건이 발생한 2012년까지 이재선씨가 정신질환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재선씨는 그로부터 2년 뒤인 2014년 10월 터키 가족여행부터 이상 증세를 보였고, 같은 해 11월 자신들이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말했다.
딸 이씨는 "아버지는 강직하시고 정의로움을 꿈꾸는 가정적인 분이다. 평소 몰입하는 스타일이긴 해도 그럴 분 아니다"라며 "2012년 전까지 저희는 정신진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인 M 정신과 진료는 2012년 형사사건 및 악플 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치료받았다"며 "고모 김혜경의 전화로 진짜 강제 입원시킬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 무서웠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김혜경씨가 증인과 통화하며 '힘들면 우리에게 와라'라고 한 건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아직도 잘 이해가 안 간다. 친하다면 어디 사는지도 모르겠느냐"며 황당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이상증세를 보였다는 이재선씨를 2014년 터키 가족여행 때 혼자 두고 온 점에 주목했다. 변호인은 "결국 재선씨를 나두고 둘만 귀국 한 게 맞느냐?"며 "그 이후에 혼자 러시아 갔다가 치아 뽑히고 다쳐서 왔다는데 맞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이 씨는 "(다툼이 있어)이럴 바엔 혼자 (여행)하시는 게 낫겠다 생각하고 왔다"며 "자꾸 조급하게 하고 인터넷을 하려고 하는 이상증세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 모녀가 직접 진행한 강제입원과 관련 이씨는 "저희 아버지를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눈물을 머금고 강제입원 시켰다"며 "통원치료도 할 수 있겠지만 거부감이 클 수 있어서 그리 진행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선씨 부인, 호칭 없이 '이재명'... "남편 정신병자로 몰아"
오후 2시 10분 경 부터 진행된 박인복씨에 대한 신문은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날 박씨는 증언 내내 피고인을 직함이나 호칭 없이 '이재명'이라고 지칭했다.
박씨는 이날 증언 중간 중간 "김혜경과 이재명이 정신병자로 몰고 일을 꾸민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갔다.
박씨는 "2002년이 아닌 1999년으로 기억한다. 남편의 지인인 의사 부부와 식사를 했고 이 의사가 '잠자는 데 도움 주는 약'이라며 하얀 봉지를 남편에게 건넸다"며 "남편이 집에 와 하나 먹은 뒤 '효과 없네'라며 쓰레기통에 버린 기억이 있다. 의사가 조증약이라고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2012년 7월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에 대한 남편의 폭행 사건도 사실과 다르다"며 "(피고인에게)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했으나 안 돼 어머니께 중재를 요청하고 어머니집 전화로 전화를 하면 통화를 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얘기를 해보려는 차에 막내가 형이 이상해서 가족들이 회의를 했다는 글이 돌아다니니까 그거로 형제들이 서로 투탁되다가 몇 분 안 되서 끝났는데 고소가 됐다"며 "여러 건으로 고소를 해서 그것 때문에 애기아빠가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차 2012년 이재선씨의 156건의 시정 비판글에 대해 묻자 "스크린 처리 된 것에 대해 분개했다"며 "이전에는 피드백이 잘 왔는데 이후에는 글을 쓰면 스크리처리가 되면서 답변도 없고 글 자체가 안보이니까 그리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변호인은 "형제들 다 정신적 문제 지적하는데 왜 부인은 모르냐"며 "치료가 늦어지면 치료가 어렵다. 정신과 진단은 약 먹으면 아무 것도 아니니 이런 것을 협박으로 생각하는 게 피해망상이다. 여하간 병원 좀 가자고 하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씨는 "저나 애기아빠는 일반인처럼 살고 있는데 저런 문자가 갑자기 전화폭언과 날라 온다면 그게 치료해보자는 말인가"라며 병원에 가자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변호인은 2013년 평택 교통사고 당시 "죽으러 간 줄 알고 신고했다"는 112신고 내용과 국립부곡정신병원의 정신과 상담에서 "2013년 자살 시도했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이에 박씨는 "(112신고는) 당시 경황이 없어서 제가 모라 얘기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생전 처음 있던 일이고 우리 신랑 찾아달라고 했던 것 같다"며 "(부곡정신병원상담은) 저 부분은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저렇게 얘기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2014년 터키 여행 이후 이상증세를 보고 국립부곡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해 강제입원을 위한 대면 진단을 위해 사설구급차를 보낸 사실을 진술했다. 박씨는 "병원에서는 (구급차)를 안 보낸다고 해서 제가 (사설구급차를) 부른 것"이라며 "강제입원 전 진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재선씨가 이 지사에 의해 강제입원된 것으로 이해하고, 병원 공중전화로 성남시장실에 전화한 사실도 공개됐다. 자신을 "꺼내 달라"라고 요청한 것이다.
박씨는 "피고인은 (이재선씨에게) 면회나 전화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병원과 증상 및 입원절차를 상의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지사의 변호인은 지난 7일 제8차 공판에서 "박씨 모녀의 경우 신문에서 일반인 방청이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 나올 것"이라며 비공개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10차 공판은 오는 1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덧붙이는 글 | 경기 미디어리포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