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의 2019년은 최악이었다.

K리그를 대표하는 클럽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며 최하위로 강등됐다. 지난 24일 수원 삼성과 홈 경기에서 2-4로 패한 제주는 남은 38라운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1 꼴찌로 내년 시즌을 K리그2에서 맞이하게 됐다.

우승은 어려워도 최소 파이널A(상위 스플릿) 진출은 무난해 보이는 선수단이 무색하게 최하위로 다이렉트 강등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강등을 피해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제주의 선택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시기를 놓친 감독 교체
 
 지난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 37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2-4로 패한 제주 FC 선수들의 모습

지난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 37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2-4로 패한 제주 FC 선수들의 모습 ⓒ 연합뉴스

 
올해 제주가 철저한 실패를 겪은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시기를 놓친 감독 교체 타이밍이 꼽히고 있다. 올 시즌 조성환 감독 체제에서 시작한 제주는 5월 초 성적 부진을 이유로 최윤겸 감독으로 팀의 수장을 교체했다.

단순히 올 시즌만 보면 빠른 감독 교체로 여겨질 수 있지만, 지난 시즌까지 생각하면 늦은 감독 교체라는게 중론이다. 지난해 7월부터 조성환 감독 아래에서 제주는 15경기 무승(8무 7패)의 늪에 빠지며 고전했다.

10월에 간신히 반등에 성공했지만 한 때 2위까지 올라갔던 팀이 하위 스플릿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조성환 감독과 아름다운 작별이 이뤄졌어야 했다는게 세간의 평가다.

하지만 제주의 선택은 유임이었고 조성환 감독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하향세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이미 조성환 감독이 원하는 선수단을 구축한 제주에게 최윤겸 감독 부임 효과는 미비했다.

대실패로 돌아간 여름 이적시장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을 전전하던 제주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반전을 꾀했다. 조용형, 오승훈, 임상협, 남준재 등 K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을 대거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부진하던 찌아구를 내보내고 오사구오나를 데려오며 공격적인 이적시장을 보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울산 현대의 최소 실점을 이끌던 골키퍼 오승훈은 제주 유니폼을 입고 실수를 연발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잡음을 일으키며 영입했던 남준재는 초반에는 번뜩였지만 거기까지였다. 기대를 모았던 오사구오나는 냉정히 수준 미달이었다.

마지막 기대였던 군 전역 선수들도 수렁에 빠진 팀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제주로 돌아온 윤빛가람과 안현범은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클래스를 보여줬지만, 이미 무너진 팀을 홀로 살리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악수가 된 아길라르 배척

제주의 올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운 구석 투성이지만, 가장 팬들이 비판이 거센 부분은 바로 아길라르에 대한 기용 부분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에서 제주로 이적한 아길라르는 제주의 새로운 '에이스'로 각광받던 선수였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도움 2위(10개)를 기록한 아길라르의 정확한 왼발은 제주 팬들이 기대하는 무기였다.

하지만 최윤겸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수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길라르를 벤치에 앉혔다. 새로운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아길라르는 교체로만 짧은 시간 경기장을 누볐다.

주요 자원인 아길라르를 배척했음에도 성적이 나오지 않자 최윤겸 감독은 시즌 막판부터 그를 중용했다. 아길라르는 최근 3경기에서 1골 2도움 기록하는 등 분투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작년 인천이 그랬듯이 아길라르를 꾸준히 믿고 기용했으면 강등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피할 수 없는 제주판 '엑소더스'

이제 제주의 K리그2행은 현실이 됐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다음 시즌 K리그2에서 우승을 해 곧바로 승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K리그 역사에서 강등 이후 곧장 다음 시즌 승격에 성공한 클럽은 상주 상무와 대전 시티즌 두 팀이 유이하다. 당장 지난 시즌 강등 당한 전남 드래곤즈도 올 시즌 K리그2 6위에 그치며 승격에 실패했다.

그래도 현재의 경쟁력 있는 선수단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바로 승격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허나 제주에는 스타 플레이어가 많고, 이들은 K리그1에서 경력을 이어가길 원한다는게 문제다. 제주판 '엑소더스'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윤빛가람부터 안현범, 이창민, 권순형, 이창근 등 주축 선수들은 타 클럽에서 군침을 흘리는 자원들이다. 많은 강등 팀들이 그랬듯이 화려한 제주의 현 스쿼드가 해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업구단 사상 세 번째로 강등의 굴욕을 경험한 제주다. 핵심 선수들의 대거 이탈도 예상된다. 그들의 우울한 2019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주 유나이티드 K리그1 강등 K리그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