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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오스트라 슈쿠셋 병원 구내에 3월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야전 병원이 구축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오스트라 슈쿠셋 병원 구내에 3월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야전 병원이 구축되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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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난리난다! 한국 대통령이 스웨덴 총리처럼 말했다면" 

스웨덴은 느슨한(liberal)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대응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경이나 지역을 봉쇄하지도, 감염자를 색출하지도, 첨단기술을 동원해 감염자의 동선을 파악·격리하지도, 공공기관이나 학교, 식당이나 유흥업소를 폐쇄하지도 않았다. 3월 11일에는 500명, 3월 27일에는 50명으로 집회금지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3월 24일에는 식당 식탁 사이의 적정 거리를 권고하고, 4월 1일에는 전국 요양시설의 출입을 금지하는 정도에 그쳤다. 물론 정부와 방역기관들은 의료대책에 나름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 시민 각자의 이성, 신뢰, 책임에 바탕을 둔 손 소독 등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점을 두었다.

이러한 스웨덴의 느슨한 코로나 대응은 국제적으로 많은 비판과 우려, 그리고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영국 <가디언>지가 최초로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모델을 보도하며 아무런 제재도 없이 자유롭게 다닌다며 '집단면역' 이론에 의존한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여기에 덧붙여 스웨덴은 집단면역에 의존해 코로나 대응에 손 놓고 있다는 인상까지 주는 보도를 했다.

세계 여섯 번째로 높은 치명률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5월 16일(현지시각) 현재 인구 100만 명당 희생자(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스웨덴은 358명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높다. 벨기에(784명), 스페인(588명), 이탈리아(523명), 영국(511명), 프랑스(411명) 다음이다.

중남부 유럽 국가들이 불명예스럽게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라고 하는 중국(3명)과 그에 인접한 한국(5명)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치 환경이나 의료복지 등이 유사한 인근의 북유럽국가들인 덴마크(93명), 핀란드(53명), 노르웨이(44명)와 비교해도 스웨덴의 코로나 희생자 비율은 터무니없이 높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중국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가 발생하고 이탈리아를 위시하여 유럽으로 전파될 때 스웨덴도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한다고 했다. 퇴직 의사를 불러들이고 응급교육을 통하여 간호사를 증원하고 야전병원까지 동원하여 집중치료실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 그리고 증상이 있고 자택 요양이 어려운 환자들은 병원에서 치료하고 심각한 환자는 집중치료실에서 인공호흡기 등 첨단기술을 동원하여 치료했다. 집중치료실은 아직도 남아돈다고 했다. 결코 손 놓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두 가지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실패했다. 하나는 마스크, 얼굴가리개, 장갑, 의료복장 등 방역장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 감염을 신속하고 대량으로 검사를 할 수 있는 검사도구와 검사 분석 역량의 부족이다.

특히 장비부족 문제는 스웨덴 정부도 미리 알고 3월 16일에 사회청(Socialstyrelsen)에 지자체의 수요를 조사하고 장비를 구입하여 장비수급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그러나 코로나 장비의 세계 공급망에 문제가 있는데 지시를 내린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두 번째의 검사 역량 문제는 필요성에 대한 방역책임자들의 인식 차이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스웨덴 국민건강청의 전염병 국가의사 테그넬은 애초 대량검사에 회의적이었고 '꼭 필요한 사람을 테스트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사태가 악화되고 검사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니 4월 초 뢰벤 수상까지 나서 1주일에 10만 명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5월 중순인 지금도 일주일에 채 3만 명을 검사하지 못하고 있다.

희생자는 70세 이상 요양원 노인들

방역장비와 검사 역량 부족이 불러온 상황은 위 통계에서 보았듯이 참담하다. 스웨덴과 같이 느슨한 제재를 할 경우, 노인들과 기저질환을 가진 취약계층의 감염을 막는 게 최급선무이고 중요하다고 누구 할 것 없이 말했지만, 스웨덴은 노인을 집단으로 돌보는 요양시설의 감염을 막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상당수의 요양시설이 감염되었고 가장 감염이 심한 스톡홀름 지역은 절반 이상의 요양시설에 바이러스가 퍼졌다. 이 결과 전체 코로나 희생자의 30~40%가 요양시설에서 나왔으며, 희생자의 연령층도 아주 높아서 70세 이상이 90%에 육박한다. 4월 중순께는 수상과 국민건강청의 책임자가 요양시설의 감염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했고 책임 문제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수상과 사회부장관은 지금 책임을 물을 시기가 아니라며 무마했다.

스웨덴과 같이 노인을 요양시설에서 돌보는 사회체제와 문화에서 요양시설의 감염차단이 방역의 핵심이란 걸 알면서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요양시설의 감염은 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 또는 잠복기 중에 있는 자녀들의 방문과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사들에 의해 일어났다.

요양시설의 감염이 크게 문제가 되니 정부는 4월 1일 요양시설 방문 금지령을 내렸다. 이 금지령에 의하여 자녀들에 의한 감염은 막을 수 있었지만,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사들에 의한 감염은 막을 수 없었다. 요양사들은 상당 부분 비정규직이라 교체가 심하고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특히 장비부족으로 인하여 요양사들이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제 때에 교체하지 않고 여러 노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바이러스를 노인들에게 전파하거나 노인들 사이의 바이러스 전파 매개체가 되었다. 요양사들 상당수가 감염된 걸 알고 있으면서도 검사역량 부족으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지자체나 요양시설업체가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검사해서 양성으로 판명되면 요양시설에 일할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에 검사를 꺼린다는 증언까지도 나왔다. 노인을 돌보는 요양시설이 많은 스웨덴과 유럽에서 노인들의 희생자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환경 때문이다.

그럼 요양시설의 감염 차단에 실패한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은 '집단면역(Herd immunity)'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가디언> 보도 이후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에 이 '집단면역'이란 딱지가 계속 붙어 다녔다.

현재 각국의 코로나 대응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감염억제(suppression)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감염완화(mitigation) 전략이다. 전자는 발병 초기에 외출금지 등 엄격한 통제를 통하여 코로나의 감염을 최대한 억제하고 2차, 3차 감염이나 지역 감염을 막기 위하여 대량으로 감염검사를 하며 격리 조치하는 전략이다. 외출금지나 지역봉쇄는 하지 않았지만 감염억제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한국이다.

감염완화 전략은 감염 속도를 최대한 늦추어 의료역량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여 발생하는 환자는 치료하고 동시에 국민의 일정 수준이 감염되고 항체가 생기면 바이러스가 결국 종식된다는 집단면역에 근거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모든 나라들은 스웨덴과 달리 강한 감염억제 정책을 폈지만 이들 사이의 희생자 비율은 크게 차이가 난다.

집단면역 이론, 스웨덴의 결론은?
 
지난 3월 26일 스웨덴 센트럴 스톡홀름의 광장에 있는 야외 카페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지난 3월 26일 스웨덴 센트럴 스톡홀름의 광장에 있는 야외 카페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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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방역담당자들은 처음부터 국경 및 지역 봉쇄나 첨단기술을 사용하여 감염자를 추적하여 격리하거나 학교, 식당 및 유흥업소를 폐쇄하는 조치들이 그렇게 효과적이라고 보지 않았다. 국민건강청장 칼손은 4월 6일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축적된 전염병 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스웨덴은 지금과 같은 대응을 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의 감염병 동료 전문가들도 스웨덴 방식에 동의하나 정치가 개입되어 대응 전략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방역장비 부족사태는 단순히 위기대응 능력 부족으로 보이나, 검사역량 부족 사태는 위 테그넬의 언급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인식의 차이는 결국 느슨한 대응 방식과 함께 집단면역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국민의 어느 정도가 감염·면역이 되어야 바이러스 전파가 멈출 것인가? 이는 전염병에 따라 크게 다르다. 전파력이 가장 강한 홍역 같은 경우는 국민의 95%가 면역되어야 전파가 안 된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경우 스웨덴에선 초기에 국민의 60%, 최근엔 40%가 감염·면역될 때 집단면역이 되어 전파가 안 된다고 한다. 스웨덴의 한 수학자는 가장 감염이 심한 스톡홀름 지역 같은 경우 6월 중순이면 인구의 40% 정도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감염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민건강청은 곧 스톡홀름 지역의 코로나 감염·면역 상태를 분석하여 결과를 내놓는다고 한다. 실제 스페인의 마드리드 같은 경우는 현재 11% 정도의 면역상태에서 감염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감염억제 전략을 통해 코로나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한국, 중국, 독일 등에서는 면역 정도가 낮아 새로운 감염 사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집단면역 이론은 과연 어떤 관계로 결론 지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 생명과 건강의 희생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가의 방역 실패는 고스란히 국민, 그것도 노인과 기저질환을 가진 취약계층이 떠안는다.

코로나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떤 전략이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는지, 어떤 전략이 의료역량과 사회경제적 비용 등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더 효율적이었는지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떠한 이론도 국민의 생명을 담보해서는 안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곧 또 온다는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황선준님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입니다. 경남교육연구정보원·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원장으로 일했습니다.


태그:#코로나,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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