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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사회에서는 기후위기를 제노사이드와 같은 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아마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국제범죄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위기 양성과정 세 번째 날, '기후위기와 인권'을 주제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조효제 교수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환경분야에 국한되었다고 생각해, 전통적인 인권운동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논쟁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 기후위기에 대한 방치를 범죄로 보는 시각까지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는 가해자가 명백한 인권문제
  
기후위기와 인권을 주제로 강연 중인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
▲ 강의중인 조효제 교수 기후위기와 인권을 주제로 강연 중인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
ⓒ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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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교수는 코로나19는 인류를 보호해온 사람과 자연의 공존시스템이 파괴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후위기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설명했다. 또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기후위기는 '거대한 개발과 자연환경 훼손하는 시스템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라고 정의했다. 인권문제는 가해자가 명료한데, 기후위기는 이 개발과 훼손을 만들어낸 이 시스템 혹은 주체도 가해자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구조적 문제, 근본적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누구의 책임인가'는 인권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며 기후변화의 주범을 식민지배와 제국주의, 누적배출량과 국가별 배출, 화석연료 기업, 산업화된 군대, 신자유주의 지구화, 화석연료 자본주의 발전모델 이렇게 6가지로 정리했다.

기후위기를 '현대문명의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보기보다는 구체적인 책임을 확실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롭 화이트 교수는 기후위기를 가속시키는 대상들 또한 '가해자'임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한다.
▲ 롭 화이트 교수의 저서 기후위기 범죄학 롭 화이트 교수는 기후위기를 가속시키는 대상들 또한 "가해자"임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한다.
ⓒ Bristol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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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인질처럼 살아가며 탄소를 배출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책임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사람들, 즉 이윤을 위해 생태학살을 저지른 기업과 이를 방조한 국가로 반인도적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를 태즈매니아 대학 사회과학부 교수이자 범죄학자인 롭 화이트(Rob White) 교수의 '기후변화 범죄학'이라는 단어로 소개했다.

조 교수는 기후변화의 피해는 공평하게 닥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서울시에 초대된 오세아니아 섬나라 키리바시공화국 아노테 통 대통령의 이야기를 꺼냈다. 해수면 상승으로 자국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알리며 기후위기를 함께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난민이 되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자국민들을 존엄한 인간으로 대해 달라고 요청해 기후난민의 문제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느끼게 했다.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당사국 총회에서 오는 2050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최대 1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열린 <기후가 우리 미래다> 강연모습 (사진출처 : 서울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 서울시를 방문한 키리바시공화국 아노테 통 대통령 지난 2015년 열린 <기후가 우리 미래다> 강연모습 (사진출처 : 서울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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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미군이 사용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가 전 세계 140개 나라보다 많다는 보고서를 설명하며, 폭격기인 B-52가 한 시간 날 때 보통 자동차 7년 치의 연료를 소비함을 덧붙여 이야기 하기도 했다. 세계 탄소배출의 역사는 일찍부터 개발에 앞장선 유럽, 일본 등이 80% 책임을 지고 있지만, 기후위기의 피해는 과거의 식민지였거나 작은 섬나라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국기후변화학회 전문가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코로나와 같은 신종감염병이 3년 주기 이내로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결과를 언급하며 '기후위기는 이제 구체적인 우리 생존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더 나빠지기 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조차 없는 한가한 계획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법치붕괴까지 우려되는 기후위기라는 현실 속에서 행정도 운동진영도 서로의 칸막이를 허물고, 열심히 사는 것을 넘어 연대하며 사는 것이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의무임을 강조했다.
  
자동차가 아니라 보행자 중심으로
  
녹색교통운동 송상석 사무처장이 기후위기와 교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강연 중인 송상석 사무처장 녹색교통운동 송상석 사무처장이 기후위기와 교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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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두 번째 강의는 녹색교통운동 송상석 사무처장의 '기후위기와 교통'이었다. 그는 '정부가 2020년까지 줄이기로 한 온실가스 배출량 34.3%를 줄였느냐'라는 질문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수송부분 정책을 짚었다. 정부가 교통 수요관리, 자동차 연비 개선, 스마트 도로와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 친환경차 보급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할 계획을 세웠지만,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가는 추세라고 우려를 표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국제사회에 약속한 내용인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 처장은 온실가스 감축방안에 대한 지표는 있으나 실적치가 없다는 것, 실적은 있지만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없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수요 관리로 대표적인 '승용차 요일제'의 경우, 참여하는 인원은 많지만, 이용률을 실제 저감하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는데,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또 교통 혼잡지역을 통과하는 차에 징수하는 '혼잡통행료'도 서울과 부산 등에서 시행되었지만, 예외조항이 많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음을 덧붙이며 도심 운행제한, 녹색교통지역과 같은 실효성 있는 교통수요 관리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대전의 경우 승용차 분담률이 대중교통에 비해 훨씬 높다.
▲ 광역권 대중교통 수단분담률 현황 대전의 경우 승용차 분담률이 대중교통에 비해 훨씬 높다.
ⓒ 송상석 사무처장 강의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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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처장은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대해서도 국내 평균 일 평균주행거리가 하루 23km이고 업무통행, 출퇴근이 대부분인 상황을 짚으며 큰 차를 소유할 필요가 있는지를 질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과 일본 등 비해 중대형 차량을 많이 생산하고 있고 과거 클린디젤 정책으로 중대형SUV나 밴형 차량(CDV)처럼 경유차량이 많이 팔렸다. 집진장치를 많이 해도 온실가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 처장은 큰 차 이용을 줄이고 출퇴근은 전기 경차로 싸게 보급하고, 원거리는 수소차로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중심의 패러다임이 너무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보행자 우선 정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교통약자들이 편해야 하고. 그다음 자전거, 대중교통, 상업용 차량, 많은 사람이 타는 자가용. 마지막이 혼자 타는 자가용 순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가 늘어나니 막히고, 자동차가 막히면 버스도 막히고, 버스가 불편하니 자동차를 사게 되는 악순환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스의 경우 중앙차로제로 정시성과 편리함을 확보해야 하고, 자전거 이용이 편리하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송 처장은 모든 교통이 다 편한 정책은 없다며, 대중교통 60%, 자전거/보행 25%, 개인승용차 15% 정도로 분담되는 것이 최적이라고 전했다. 대전의 경우 트램이 도입되니 수송률이 상당 부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도시들은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 도시로 가고 있다. (자료출처 : 송상석 사무처장 강의자료 갈무리)
▲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는 유럽의 도시들 유럽의 도시들은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 도시로 가고 있다. (자료출처 : 송상석 사무처장 강의자료 갈무리)
ⓒ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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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좋은 정책은 마을에서 시작해 도시로 확장되고, 우리나라로 커지는 것임을 강조하며 자동차 때문에 아이들에게 너무 위험해진 골목길 문제를 짚었다. 차고지 공영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을 외곽에 공영주차장을 만들고 골목길은 주차하지 못 하도록 해야 아이들의 보행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 지금은 가드레일로 어린이를 인도에 가둬놓고 차량이 안심하고 다니는 지극히 자동차 중심 교통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게 하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처장은 좁고 주차공간이 적은 유럽은 노상 주차장도 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카쉐어링이 늘어나고 있는 사례를 전하며 현대 도시들이 대부분 보행 및 녹색교통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런 정책이 자리 잡아야 함을 마지막으로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확실히 세상이 바뀌고 있다. 얼마 전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 파리를 공약으로 내세운 프랑스 이달고 파리시장의 재선 성공 소식을 보면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다루는 정치, 정책을 선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권과 교통문제를 이야기 한 두 강연자의 결론은 같았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어떤 사안이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며 연대의 힘으로 풀어나갈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화와 생태 감수성이 어른세대와 다른 지금 청소년들, 대전이라는 지역에서 기후위기 시대를 함께 살아가야 할 시민들이 함께 연대할 방법들은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대전충남녹색연합 홈페이지,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페이스북 등에 공유합니다.


CLIMATE CHANGE CRIMINOLOGY (Paperback)

Rob White (지은이), Bristol University Press(2020)


태그:#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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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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