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돌멩이>에서 석구 역을 맡은 배우 김대명.

영화 <돌멩이>에서 석구 역을 맡은 배우 김대명. ⓒ 리틀빅픽쳐스

 
이 영화 전후로 배우 김대명은 말 그대로 달라졌다. 사람이 변했다기보단 그를 둘러싼 외부환경, 인지도가 올랐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드라마 <미생> 이후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어쩌면 또 다른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다.

3년 전인 2017년 <돌멩이>에 참여할 무렵 김대명은 연기력 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배우였고, 이미 상업영화와 드라마에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적장애인 두석 역을 맡게 된 셈이다. 감독도 신인이었고, 영화가 전하려는 주제 또한 깊고 무겁기에 부담일 수 있어 보였는데 김대명은 참여할 이유가 분명했다고 오히려 기자에게 말했다. 7일 삼청동 모처에서 김대명을 만났다.

영화 <돌멩이>는 8살 지능을 지닌 시골 청년 석구가 어떤 계기로 성범죄자로 몰리게 되며 그를 둘러싼 이웃과 친구간의 관계 변화를 조명한 작품이다. 진짜 석구가 범인인지 아닌지가 아닌, 한 장애인을 통해 인간의 진심과 진실의 이중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자인 김정식 감독이 설명한 바 있다.

시나리오, 그 이상을 향해

"전 맞고 틀리다 보다는 다름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 사람을 맞고 그름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곤 하더라. 상대의 말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저 역시 아무리 제가 맞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이 아니라고 한다면 한 번쯤 더 들으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물론 거짓말할 수도 있지. 근데 한 번 더 그의 말을 듣는 게 안전장치가 되더라." 

석구를 표현하면서 그가 가장 경계한 건 바로 편견이었다. 혹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생각으로 해당 인물, 나아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게 될까 노심초사한 흔적이 보인다.

촬영 전 서울 보라매 공원 인근 장애인 시설을 찾아, 그곳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교사를 만나 여러 얘길 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다른 자료를 참고하기 보다 본인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최대한 진실되게 석구를 표현하려 했다고 그는 말했다.

"선생님을 만나고 보니 제게 어떤 편견이 있더라. 8살 마음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봤다.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제게 선물로 주셨다. 우리 일상과 똑같더라. 김밥집 가서 밥 먹고,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남아있던 편견을 날리게 됐다.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가서 8살 때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실 종종 가는 곳이다. 어렸을 땐 투정도 부리고, 안 통하면 울기도 하는 아이였는데 성인이 되면서 오히려 감정을 숨기잖나. 석구를 위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필요하더라." 
 
 영화 <돌멩이> 관련 사진.

영화 <돌멩이> 관련 사진. ⓒ 영화사 테이크

 
여기에 더해 감독과 영화 제작자의 경험을 충분히 들으려 했다. 김정식 감독과 <돌멩이> 제작자 모두 가족 중 발달장애인이 있었고, 그런 삶이 영화에 녹아있다. 김대명은 "두 분께서 직접 겪은 삶이기에 제가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다 할 순 없을 것"이라며 "계속 물어보면서 연기할 때 고쳐 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은 사실 김대명이 작품에 몰입하는 방법 중 하나다. 흔히 시나리오에 모든 답이 있다고들 말하는데 김대명은 연기할 때 시나리오와 관련한 주변 인물과 상황 등을 철저히 공부하는 방식으로 작품에 접근한다. 하지만 <돌멩이>에 대해서 그는 "김대명의 모습이 아닌 석구의 모습이 나오길 원했다"며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촬영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주연의 책임감

14년 전 연극을 할 때도, 지금처럼 대중적 인지도를 갖게 된 후에도 김대명은 "스스로 달라지거나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평상심을 말했다. 작품이 쌓이고 흔히 말하는 인기를 얻는다고 연기의 본질마저 흔들리는 걸 원하지 않는 게 이유였다. 또한 부모님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아들이기 위해서라도 그는 철저히 자신이 생각하는 원칙들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후배라고 함부로 조언하지 않고 그저 공기처럼 편한 동료가 되는 게 그의 목표기도 하다.

"나중에 제가 참여한 작품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도 행복한 기억이 들게 하자는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 저와 함께 하는 작업이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동료들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싶다. 그 점을 항상 조심한다. 잘못한 게 있으면 바로 사과해야지. 사과의 시간은 길어지면 안 된다. 부모님 얘길 많이 듣는 편인데 제가 실수하면 부모님께 화살이 돌아갈까 걱정하기도 한다."

꽤 길었던 연극배우 시절, 자식의 생계를 걱정했던 부모님을 누구보다 김대명은 마음에 품고 있었다. 학창시절 시인을 꿈꿨고, 목사님인 아버지에게 삶의 태도를 배운 그는 느리지만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다. 
 
 영화 <돌멩이>에서 석구 역을 맡은 배우 김대명.

영화 <돌멩이>에서 석구 역을 맡은 배우 김대명. ⓒ 리틀빅픽쳐스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 거꾸로 말하면 제일 재밌기도 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하며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얘길 많이 듣는데 제겐 좋은 친구들이 생겨서 즐거웠다. 이번에 영화를 응원해달라 부탁했는데 고마웠지. 제가 부탁을 잘 못 하는데 친구들에겐 하고 싶었다. 드라마 이후로 서로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이 됐다. 

40이 됐어도 세상에 휘둘리고 애 같은 면은 똑같은 것 같다. 다만 그런 모습을 경계하려 노력하려 한다. 데뷔 때와 달라진 거 크게 없다. 역할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일상 또한 똑같이 지내려 한다. 저로 인해 벌어질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하다. 더 걱정이 많아졌지(웃음). 책임감이 많아질수록 저로 인해 피해를 받을 사람들도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절 부여잡고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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