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내 고향' 방송 30주년! 방송 30주년을 맞은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 고향>. 17일 오후 생방송을 하기에 앞서 제작진들과 진행자인 윤인구와 가애란 아나운서, 리포터인 노지훈 가수와 임대호 배우, 전 씨름선수 백승일이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방송 30주년을 맞은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 고향>. 17일 오후 생방송을 하기에 앞서 제작진들과 진행자인 윤인구와 가애란 아나운서, 리포터인 노지훈 가수와 임대호 배우, 전 씨름선수 백승일이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안녕하십니까. < 6시 내고향 >입니다."

매일 오후 6시 늘 똑같은 인사말과 함께 찾아오는 < 6시 내고향 >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조용하고 어두웠던 스튜디오에 조명이 켜지면 MC와 출연자들이 매무새를 가다듬고 자리에 앉는다. 카메라들이 촬영 준비를 하는 동안 스튜디오 한 켠에서 스태프는 리포터들이 읽을 수 있도록 커다란 전지에 쓴 대본을 들고 대기하고 서 있다. 오후 5시 58분이 되면 잠깐의 정적과 함께 곧 생방송이 시작된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지하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1TV < 6시 내고향 > 생방송 현장에 다녀왔다.

방송 1시간여 전, 조용한 스튜디오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수요일엔 수산물' 코너를 담당하는 리포터 천하장사 백승일이었다. 지난주 경북 포항 호미곶으로 아귀 조업을 다녀온 그는 담당인 박지영 작가와 함께 편집된 VCR 영상에 맞춰 대본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매번 이렇게 일찍 오냐는 질문에 그는 "조금 늦을 때도 있는데 리딩 때문에 최대한 일찍 오려고 하는 편이다. 생방송이니까, 실수하면 안 되니까"라고 웃으며 답했다.

준비된 대본을 생동감 있게 읽어내려가던 백승일은 "포항에 가서 저처럼 잘생긴 생선(아귀)을 만나고 왔다고 할까요?"라며 틈틈이 작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아 저는 오히려 선생님의 귀여운 반전 매력을 생각했거든요? '뿌잉뿌잉' 이렇게 해보시는 건 어때요?"
"'뿌잉뿌잉'은 내 덩치에 좀 그런 것 같은데... 차라리 반전으로 갈까요?"
"좋아요."


한동안 이어진 논의 끝에 정리된 대본은 좀더 재미있고 유쾌해졌다.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얼굴은 못생겨도 맛은 좋다.' 제가 직접 보니까 (아귀가) 정말 못생겼더라고요. 그래도 맛이 일품인 매력적인 반전 수산물. 저 백승일과 경북 포항으로 가보시죠, 출발!"

"멀미약을 먹어도 파도가 치면 소용이 없다"
  

'6시 내 고향' 백승일 가수 방송 30주년을 맞은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 고향>. 17일 오후 생방송을 하기에 앞서 리포터인 전 씨름선수 백승일이 원고를 읽으며 리허설을 하고 있다.

방송 30주년을 맞은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 고향>. 17일 오후 생방송을 하기에 앞서 리포터인 전 씨름선수 백승일이 원고를 읽으며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촬영은 보통 1박2일로 진행된다. 수산물 코너를 담당하는 만큼 매주 전국 어촌들을 돌아다니고 있는 백승일은 지난주에는 경기도 시흥에 봄 주꾸미를 잡으러 다녀왔으며 그 전 주에는 경남 통영에서 멍게를 채취하고 왔다고. 
 
"하루 전날 미리 도착해요. 오전 7시즈음 배가 뜨거든요. 저는 거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바닷가에 도착하는 것 같아요. 30분~40분 정도 배를 타고 바다로 (조업을) 나가면 짧게는 7~8시간, 기본 10시간 가량 조업을 합니다. 다음날 해산물 요리를 먹고 이야기 나누는 촬영까지 하고 서울로 오죠."(백승일 리포터)

일주일마다 하루씩 종일 조업을 하는데도 뱃멀미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단다. 그는 "멀미약을 먹어도 파도가 치면 소용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몸은 힘들어도 맛있는 걸 먹고 나면 힘든 게 다 풀린다"며 웃었다. 

이틀을 꼬박 고생하며 촬영하지만 방송에 나가는 분량은 약 12분 내외. 그래도 그는 어민들의 힘든 사정을 듣다 보면 "제가 더 열심히 수산물을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늘 열심히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포항 편에는 '코로나 19'로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어민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주 방송된 '수요일은 수산물' 통영 편에서 역시 양식장을 덮친 빈산소 수괴(산소 부족 물 덩어리)와 고수온 때문에 멍게들이 집단 폐사하는 등 피해 입은 어민들의 고통을 전했다.

코로나 19 이후 < 6시 내고향 > 기획 역시 어려운 농어촌 현실에서 노력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모습을 전하고 농수산물 판로를 개척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추세다. 백승일과 함께 포항으로 1박 2일 조업을 다녀왔다는 박지영 작가는 "(어민들이) 힘든 걸 방송에 더 많이 비추려고 한다.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어민들이 수산물 품질 관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시청자분들께 알려 드리면서 수산물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틀어서 구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3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 6시 내고향 >도 코로나 때문에 프로그램 존폐 위기를 겪기도 했다. 메인 작가인 남수진씨는 "난생 처음 마주한 위기 상황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존립시킬지, 뉴스 특보로 갈지 기로에 서 있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6시 내고향 >은 종영 대신 '코로나 19, 위기 속의 작은 영웅들' 특집기획을 준비하면서 위기를 타개해 나갔다.

"< 6시 내고향 >이 이 시간을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보시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전국에 너무 너무 감사한 영웅들이 많이 계셨다. 그 분들이 모두 작지만 위대한 일을 하고 계셨고 위로와 감동을 주셨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에너지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땐 정말 매일매일 울면서 방송했다."(남수진 메인 작가)
 
"무언의 신뢰, 그게 < 6시 내고향 >팀의 장점"
 

'6시 내 고향' 윤인구-가애란 아나운서 방송 30주년을 맞은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 고향>. 17일 오후 생방송을 하기에 앞서 진행자인 윤인구와 가애란 아나운서가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방송 30주년을 맞은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 고향>. 17일 오후 생방송을 하기에 앞서 진행자인 윤인구와 가애란 아나운서가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 이정민


6시 정각 생방송을 20분여 앞두고 윤인구, 가애란 아나운서가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이미 5층 회의실에서 오늘 방송 내용에 대한 회의와 대본 검토를 마친 두 사람은 미리 스튜디오에 나와 준비하고 있던 리포터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환한 조명과 여러 대의 카메라 앞에서 다소 긴장한 듯 보였던 리포터들은 그제야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오늘 출연하는 사람들과 합을 잘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방송 때만 이야기하는 내용으로는 분위기가 잘 안 산다. 20분 전부터 농담도 하고 '어제 뭐했나, 뭘 먹고 왔나, 얼마나 힘들었나' 사소한 일상의 잡다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서로 긴장을 푸는 거다. 그래야만 생방송에 뜻밖의 위기가 와도 잘 넘길 수 있다. 갑자기 밖에서 '윤인구 아나운서, 2분만 시간을 끌어줘야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MC 혼자서만 말을 하겠나. 내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져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자연스럽게 답변이 나오려면, 무언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게 < 6시 내고향 > 팀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윤인구 아나운서)

"처음 방송에 나오시는 분들은 긴장을 하셔서 프롬프터를 준비해드려도 실수를 하실 때도 있다. 당황하셔서 잘 안 보이실 때도 있고. 그래도 촬영한 내용을 잘 전달하려고 미리 대본을 준비하는 거지, 꼭 대본대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럴 때는 저도 유쾌하게 정리하면서 상황을 넘기려고 하는 편이다."(가애란 아나운서)


지난 2018년부터 < 6시 내고향 > 팀에 합류한 윤인구 아나운서는 "30년 중에 3년이면 오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인연이 깊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서기철 아나운서가 올림픽 중계를 위해 베이징 현지로 출장을 간 사이 윤인구 아나운서가 대신 진행을 맡은 적이 있다고. 꼬박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 6시 내고향 >은 현재 그의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일상이 됐다. 윤인구 아나운서는 "저한테 중요한 건 매일 저녁 6시 만큼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프로그램. 그게 저한테 익숙해진 일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 6시 내고향 >은 (시청자가) 보기 편안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편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면 밑에서 엄청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어떻게든 1시간 동안 편안하고 유쾌하고 가슴 따뜻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포장을 한다는 게 아니라 가감없이 보여주더라도 농민, 어민분들은 물론이고 보시는 시청자분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프로그램의) 최우선의 가치다."(남수진 메인작가)

남수진 작가의 말대로, 시청자들이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방송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최근에는 주로 전화로 사전조사와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는 남 작가는 촬영 며칠 전부터 16명의 작가들이 농어촌 어르신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한다고. 사전 조사가 철저해야 현장에서 더 원활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 만큼 애달픈 사연들이 많단다. 남 작가는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소소한 드라마들을 찾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시골 농어촌 어르신들에게 의사가 직접 찾아가 건강을 되찾아드리는 코너 '내 고향 닥터'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시골에는 의료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이 정말 많다. 다리가 아프신데 먹고 사느라, 일이 너무 바빠서 병원에 못 가시는 것이다. '내 고향 닥터'에 나오시는 분들의 사연은 언제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전화 통화를 해도 현장에 가면 더 많은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머님들은 '오지 마, 나 찍을 거 없어'라고 하시는데, 막상 가면 그분들의 인생 자체가 다 드라마다."

이게 바로 < 6시 내고향 >이 3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이 아닐까. 윤인구 아나운서는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에 빗대 프로그램의 가치를 강조했다.

"늘 한결같은 것. 그래서 내 일상과 같다는 거겠지. 저도 방송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한 번은 제 친구랑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다가 넋두리처럼 '요즘 방송이 잘 안 돼' 했는데 그 친구가 해준 말이 내겐 방송의 교본같았다. '밥이 질게 될 때도 있고 되게 될 때도 있고 그런 거지 어떻게 늘 똑같이 하겠냐.' 어떤 날은 재미없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되게 재밌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슬플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되게 웃길 때도 있다. 무엇보다 나랑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살던 곳의 이야기를 하면 되지 않겠나. 늘 그 자리에 있었듯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대로, 우리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그게 < 6시 내고향 >이 30년 동안 지속해 올 수 있었던 힘이 아닌가 싶다."(윤인구 아나운서)
 

'6시 내 고향' 임대호 배우 방송 30주년을 맞은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 고향>. 17일 오후 생방송을 하기에 앞서 임대호 배우와 제작진들이 원고를 읽으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방송 30주년을 맞은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 고향>. 17일 오후 생방송을 하기에 앞서 임대호 배우와 제작진들이 원고를 읽으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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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에 수천 번 나온 감자, 왜 매번 새로울까

[장수 프로②] < 6시 내고향 > 연종우·이지희·한석구 PD 인터뷰

기차 소리, 익숙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매일 오후 6시 정각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S 1TV < 6시 내고향 >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1년 5월 20일 첫 방송되었으니 오는 5월이면 꼬박 30년이 되는 셈이다. 22일 기준 7243회가 방송된 < 6시 내고향 >에서 안 해 본 아이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30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제작진들은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향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향수를 자극하고 농어촌 현실을 보여주며 상생을 도모하는 것. 30년 동안 변함 없이 사랑 받아온 < 6시 내고향 >의 힘이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 6시 내고향 > 제작진 연종우, 이지희, 한석구 PD를 만났다. "< 6시 내고향 >은 프로그램 종합 선물세트"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에 5회 방송하는 < 6시 내고향 >은 코너로 치면 무려 14개에 달한다. 한 코너에 3~4명의 PD와 작가가 일을 하고 있으니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50명이 훌쩍 넘는다. KBS 지역국과 협업해서 만드는 코너들까지 고려하면 < 6시 내고향 > 팀 규모는 훨씬 커진다. 그렇다 보니, 다큐멘터리 교양의 성격이 강한 코너부터 '먹방' 예능이나 다름 없는 코너들까지 다양한 색깔이 담길 수밖에 없다. 연종우 PD는 "< 6시 내고향 >은 프로그램 종합 선물세트"라며 "버라이어티 예능 못지않게 재미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한석구 PD 역시 "< 6시 내고향 >에는 시대가 변해가는 것도 담긴다. 예전에는 명절엔 귀향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다뤘지 않나. 하지만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찾아가지 말라고 말씀드려야 했다. 대신 저희가 그 마음을 고향에 전하고. 그때그때 시대에 따라 반복되는 이야기 같아도, 저희가 사는 일상이 늘 다르지 않나. 그러니까 방송도 새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6시 내고향 >은 KBS 시사교양국 신입 PD들이 대부분 한 번씩은 거쳐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름처럼 PD들에게도 '고향'같은 곳이라고. 이지희 PD는 "처음에 < 6시 내고향 > 팀에 올 때는 꺼려하는 어린 친구들도 있다. 더 화려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그런데 한번 오면 꼭 다시 오고 싶어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순수하게 소통했던 걸 그리워하고, 못 가 본 농어촌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해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생방송이 만들어낸 뜻밖의 순간들 매일 6시 생방송으로 진행하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순간들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다. 2015년 생방송 멘트 도중 김재원 아나운서의 의자가 점점 내려가는 '방송사고'는 유튜브에서도 조회수 250만을 기록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전설처럼 회자된다고. 이지희 PD는 당시 < 6시 내고향 > 팀에 있었지만 다른 요일 코너를 맡고 있어서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사고의 순간은 늘 존재한다며 또다른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보통 일주일 전에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거쳐 방송하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고향의 풍경을 전하는 방송이다 보니 날씨 때문에 촬영이 엎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석구 PD는 "급할 때는 아침에 촬영 가서 점심에 편집하고 저녁에 방송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를 타는 일이 많아서 촬영팀이 뱃멀미로 고생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는 "뱃멀미 때문에 리포터가 전혀 못 움직인다든가. 카메라 감독이 뱃멀미를 해서 PD가 대신 찍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다가 풍랑 때문에 못 나오는 일도 자주 생긴다. 연종우 PD는 "우리 방송이 기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생방송의 묘미'다"라며 "그래도 결방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방송 분량을) 메운다. 오히려 (급하게 만들었을 때) 더 대박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지희 PD는 날씨 때문에 울릉도에서 나오지 못해 전전긍긍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먹방' 유튜버 쯔양과의 협업 재해 현장에 다시 찾아가서 응원을 전하는 것 역시 < 6시 내고향 >의 몫이다. 특히 지난해 여름 물난리로 고초를 겪었던 전남 구례 양정마을 편은 제작진들도 잊지 못하는 순간이다. 연종우 PD는 홍수에 떠내려 갔던 소가 살아돌아온 에피소드를 전하며 소회를 고백했다. 최근에는 주로 중장년층이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과 달리, 젊은 층을 공략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먹방' 유튜브 크리에이터 쯔양과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 < 6시 내고향 > 설 특집 편에 출연한 쯔양은 코로나 19로 인해 산천어 축제가 취소된 강원도 화천을 방문해 전통시장과 지역 경제를 응원했으며 지난 18일 방송분부터는 리포터로 합류해 전통시장 살리기에 힘쓸 예정이다. 또 지난해에는 걸그룹 트와이스가 출연해,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석구 PD는 앞으로의 30년을 생각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지상파의 영향력 확장 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줬다. 30주년을 맞아 < 6시 내고향 >은 '작은 경제가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침체되어 있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역민들의 노력을 전하고, 작은 경제의 회복과 성장에 힘을 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 연종우 PD는 쯔양 덕분에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제작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코로나 19'다. 비교적 감염에 취약한 노년층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촬영팀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보니, 섭외도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어르신들도 서울에서 온 젊은 제작진들이 돌아다니면 불안해 하신다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제작진 역시 감염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에는 아예 PCR 검사를 미리 받고 확인증을 가져가기도 한단다. 그러면서도 코로나가 끝나면 제작진들은 "크게 판을 벌여 보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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