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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보안 용역들이 텐트에 물을 뿌렸다
 LG보안 용역들이 텐트에 물을 뿌렸다
ⓒ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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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물 젖은 텐트에서 잠을 자야 했다. 동관 30층에서 근무하는 구광모 회장을 만나기 위해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한 날이었다. 사측 관리자들과 경비들은 텐트에 물을 뿌렸다. 텐트 설치를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 구조물에 물을 넣다가 물이 쏟아졌다고 해명했지만, 노동자들은 텐트를 향해 호스로 물 뿌리는 관리자들을 직접 봤다. 노동자들은 분노했고 절규했다.

"울화통이 터져 마이크 잡았습니다. 용역경비들이 인간 이하였습니다. 기본 양심이 있다면 아무리 우리가 미워도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밤에 텐트에 자는 우리에게 물을 뿌리는 건 우리를 완전히 짓밟겠다는 거였습니다. 물 바닥에서 잔다는 건, 로비에서도 자봤지만... 내 삶이 너무 비참했습니다. 슬펐고. 이렇게까지 천대를 받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홍이정 조합원)

지난 1월 1일 LG 자회사 S&I와 청소용역업체 지수INC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로비의 전기와 난방을 끊고 식사 반입까지 차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관리자들은 가족들이 건네준 초코파이까지 빼앗아 밖으로 집어 던지며 나가서 먹으라 했다. 그때도 노동자들은 분노했고 절규했다. "우리를 개, 돼지 취급하지 말라"고.

<한경비즈니스>라는 매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LG 구광모 회장이 "트렌디하고 미래지향적인 CEO"라고 한다. 트렌디하고 미래지향적인 CEO 아래에서 노동자들은 "개, 돼지 취급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실을 청소하기 위해 화물칸에서 대기한 사람들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선전 중인 청소노동자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선전 중인 청소노동자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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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해고한 것도 아닌데 왜 LG의 책임을 물으며 왜 구광모 회장을 만나려 하냐고 반박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수없이 원청인 LG와 S&I코퍼레이션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해왔다고 얘기했다. 구광모 회장 집무실을 청소한 이순예 조합원의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구광모 회장실을 청소하기 위해선 두 시간씩 일찍 나와야 해요. 1~2분도 늦으면 안 돼요. 그런데 회장님이 계시거나 그 밑에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려야 해요. 그것도 화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리 소변이 마려워도 30층 화장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보이면 안 되는 사람, 유령 취급을 받았어요.

구광모 회장이 30층 전체를 써요. 보통 한 층에 150여 명이 근무한다는데 30층은 구광모 회장이 혼자 쓰는 거죠. 엄청 넓은 대회의실과 직무실이 있고.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내려 보냅니다. 보안들이 계속 제 뒤를 졸졸 따라와요. 예전엔 회장실이나 임원실을 네 명이 청소했다고 하는데 혼자서 한 시간 넘게 하려면 여기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옷이 다 젖어서 내려와요. 그리고 또 제가 맡은 다른 일을 해야 합니다. 네 명이 16개 층을 맡아 일을 합니다."

누가 이런 노동조건을 결정했는가? LG와 S&I가 체결한 '자산관리 및 건물 경영 위탁계약서'에는 LG와 S&I가 원청으로서 어떻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다 결정했는지 나와 있다. 그들은 청소구역을 내부와 외부로 나누고, 다시 내부는 사무실, 화장실 등으로 세분하면서 청소구역을 구체적으로 확정했다.

저희를 조롱했다는 것

조합원들은 LG에게 원직 복직 이전에 사과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유령 취급했던 것을 사과하라고 했다. 점심시간을 1.5시간으로 해서 하루 근로시간을 7.5시간으로 치고, 그래서 주 근로시간을 37.5시간으로 계산한 다음 남은 2.5시간을 모아 격주로 무급 토요일 근무시킨 걸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서비스 질을 저하해 집단해고했다는 말을 사과하라고 했다. 무시와 조롱에 대한 사과 요구다. 민경남 사무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욕을 참 많이 들었어요. 저희가 동관 서관이 있는데 서관 관리자들은 더 대놓고 욕을 했어요. ○○년은 기본이고. 그런 일상적인 것도 그렇지만, 교섭하는데 1항부터 99항까지 있다고 하면 매번 글 토씨 하나 틀렸다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했어요. 진정한 교섭은 한 번도 안 했어요. 그리고 농담 삼아 10원 올려주겠다고. 저희는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저희를 진정 교섭 대상자로 봤다면 그런 얘기를 하겠어요? 모욕적인 거는 그거에요. 저희를 조롱했다는 거."

그런데 조합원들은 단 한 번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집단해고를 당했고 이제 용역경비들에까지 조롱과 모욕을 당한다. 이미 LG트윈타워의 보안을 담당하는 '프로에스콤'이라는 업체가 있는데 LG는 '엔터프라이즈시큐리티랩'이라는 업체를 통해 추가로 수십 명의 용역경비를 충원했다. 파업 현장에서 '용역깡패'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 건장한 용역경비들은 60대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한다. 화장실까지 따라다니고 엘리베이터 안에 조합원들을 가둬 넣기도 한다. 텐트를 치려고 하니까 노동자들을 힘으로 눌렀다. 조합원들은 이 건장한 20대 용역경비들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26일 아침에도 용역경비들의 폭력 때문에 현장에서 부상자가 두 명이나 나왔다.

여성 사업장에, 그것도 60대 여성 사업장에 용역경비를 동원해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든데, 정도경영을 표방한다는 LG그룹의 심장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오늘의 LG를 만들어 준 근간이자 LG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고객"이라며 "고객을 세밀히 이해하고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들자"고 했는데, 구광모 회장은 고객 감동을 말하기 전에, 청소노동자에게 대한 탄압을 멈춰야 한다. 노동자들을 소모품 취급하며 어떻게 감동을 얘기할 수 있는가?

자신의 집무실을 누가 청소했는지 모른다고 말할 순 있어도 100일 넘게 트윈타워 건물에서 싸우고 있는, 자신과의 면담을 위해 노숙 텐트 농성까지 시작한 노동자들을 모른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스스로 되찾겠다

LG와 S&I는 조합원들에게 LG마포빌딩에 가라는 제안을 해 놓고 언론에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얘기한다. 트윈타워에서 일할 수 없는 이유는 얘기하지 않는다. LG트윈타워의 연 면적은 4만 7745평으로 LG마포빌딩의 연 면적 1만 842평의 네 배가 훌쩍 넘는다. 트윈타워에 인원이 훨씬 많이 필요하다. 신규 용역업체인 백상기업도 그간 다른 사업장에선 늘 청소노동자들을 고용승계 했다. 조합원들이 트윈타워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나가라고 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노동조건, 인간관계, 교통, 재계약 조건 등이 모두 달라지는 낯선 곳을 제시해 조합원들이 떨어져 나가게 하려는 이유가 아니라면 마포빌딩 근무를 제시할 이유가 없다. 인원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 트윈타워 근무가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100일을 넘겼다. 노동자들은 이제 인간의 존엄을 스스로 되찾고 싶다고 얘기한다. 사과받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인정받고, 유령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우받아 인간의 존엄을 되찾겠다고 다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용덕 시민기자는 LG트윈타워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LG 청소노동자, #LG트윈타워, #노조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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