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자꾸 떠벌릴 기삿거리는 되는 건가? 무슨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폭력을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어디서 만났건 무슨 상관임? OOO이 그걸로 돈을 벌었나? 뭘 했나? 그냥 사람 만나서 사귀는 게 뭐가 어쨌다고 폭로랍시고 떠드는지. 김용호 기자님 댁이야 말로 무슨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건지 모르겠으나 폭로랍시고 떠들면서 돈 벌려고 남의 사생활 캐고 그러는 거 안 부끄럽습니까?' (ftn****)

세상의 모든 뉴스가 삶에 이로움을 주는 건 아니다. 흔히 말하는 가십은 적당히 대중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도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의 원인이 된다. 특히 몇몇 연예기자 출신 유튜버들은 이 대목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구독자, 조회 수 기준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채널들이 흔히 말하는 '폭로성' 콘텐츠 중심이라 더욱 폐해가 크다. 각종 비판과 우려에도 왜 이런 콘텐츠들이 남발할까. 업계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당사자 사생활 넘어 가족 사생활까지 들춰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한 장면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한 장면 ⓒ 가로세로연구소

 
앞서 언급한 한 누리꾼의 댓글은 배우 한예슬 관련 기사에 달린 것 중 하나다. 시작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였다. 전직 연예기자 출신 김용호, 강용석 변호사 등이 출연해 각종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다수 콘텐츠가 특정인을 언급한 뒤 본인들의 사견을 덧붙이는 구성이다. 지난 21일 가세연 측은 '[충격단독] 한예슬 연하 남친 정체'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올렸다. 한예슬의 남자친구가 화류계 출신이고, 그녀가 '버닝썬'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 한예슬은 SNS 라이브를 통해 "20년간 쌓아온 커리어와 이미지가 이런 방송들로 인해서 타격을 받으면 손해배상을 해주나, 나는 그냥 해프닝, 가십에서 끝났으면 좋겠는데 왜 자꾸 나한테 이러는 것인지"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지만, 김용호는 가세연과 자신의 개인 유튜브 계정을 통해 한예슬 관련 콘텐츠를 추가로 공개했다. 확인된 것만 해도 대여섯 건이다. 

한예슬 이전 가장 뜨거웠던 논란은 방송인 박수홍을 언급하는 콘텐츠에서 나왔다. 발단은 박수홍 개인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이었다. 구조한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 담긴 영상에 한 누리꾼이 박수홍의 친형을 언급하며 박수홍이 친형 회사의 소속 연예인으로 30년간 일하면서 출연료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썼다. 이를 몇몇 연예 매체에서 기사화했고, 유튜브엔 일명 '사이버렉카'(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는 유튜버들) 채널들 또한 급속도로 박수홍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김용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40만 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개인채널을 통해 그는 '충격단독, 박수홍의 여자(93년생 김다X) 때문에 생긴 일' 등 2건에 걸쳐 해당 여자친구의 성향과 박수홍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콘텐츠를 올렸다. 마찬가지로 2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또 다른 연예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충격 단독, 조카 카톡 입수! "삼촌 돈 받은 적 없다"'는 등 대여섯 건의 박수홍 관련 콘텐츠를 올리며 시선을 끌었고, 최근엔 '단독, 박수홍 인자했던 아버지가 분노한 진짜 이유'라는 제목으로 박수홍의 조카와 아버지를 언급하며 이번 횡령 건으로 박수홍이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가수 김건모 또한 이런 유튜버들 사이에서 일종의 '먹잇감'이 됐다. 가세연에서 김용호는 '김건모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직접 만났다'며 그를 정조준했다. 김건모는 당시 한 피아니스트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고, 처가 식구들까지 방송에 일부 공개된 터라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 나아가 가세연 출연진들은 한 강연회에서 김건모와 결혼할 예비 신부의 사생활까지 언급했다.

이진호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인용해 과거 커플이었던 구혜선과 안재현을 소환했다. 안재현과 불륜 관계인 여배우가 있고, 구혜선이 안재현과 이혼 조정 과정에서 불륜 정황이 있다는 진술서를 법정에 제출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법정 진술서 양식이 규격과 다르다', '해당 진술서를 작성한 걸로 알려진 당사자가 그걸 쓴 적이 없다고 한다', '해당 글이 올라온 직후 기자들에게 제보 메일이 갔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가짜 진술서라 폭로했다. 

소극적 대응하는 당사자들, 대체 왜?
 
 유튜브 <연예뒤통령 이진호>의 한 장면

유튜브 <연예뒤통령 이진호>의 한 장면 ⓒ 연예뒤통령이진호

 
이런 유튜버들이 '충격 단독', '최초 공개'라며 공개한 앞선 콘텐츠들에 대해 연예인 당사자들은 사실상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건모 아내가 김용호, 강용석 변호사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현재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것, 구혜선이 직접 이진호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 외에 이런 유튜버들이 언급한 톱스타, 이해당사자들은 강한 대응을 꺼리거나 한예슬처럼 개인 SNS에 심경을 토로하는 데 머문다. 

업계에선 이런 류의 콘텐츠들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들 폭로성 콘텐츠의 상당수가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고, 결정적 단서인 것처럼 말은 하지만 근거가 미약하기에 애써 논란을 키워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스타 배우 홍보책임자 A씨는 "기자 생활을 했던 유튜버들은 전관예우 차원이 아니더라도 처벌을 요구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라며 "이들은 처음엔 겁주기처럼 세게 나가다가 내용을 보면 속 빈 강정처럼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아서 당사자가 약간의 이미지 실추를 겪더라도 (고소하진 않고) 두고 보고만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A씨는 "도덕성 문제까지 거론하며 협박하는 일도 많은데 유튜브의 안 좋은 사례같다"라며 "그들의 발언을 일부 기자들이 기사화 하는 것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본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홍보관계자 B씨는 "이런 콘텐츠들 상당수가 풍문에 의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내용 자체도 허술한 편"이라며 "김용호의 경우는 소속사에서 대응을 하면 그걸 또 유튜브 콘텐츠로 올리곤 하기에 다들 무시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잘 찾아보면 조연 배우나 무명 가수를 인터뷰하고 그들을 조명하는 좋은 연예 유튜버들도 있다"고 말했다.

연예 기자들 사이에서도 도 넘은 폭로전에 분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부장급인 한 기자는 "전직 기자 출신들이 유튜버를 하면서 현업 종사자들까지 부끄럽게 하는 일이 많다"며 "취재 방식에서도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긴 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꾸준하게 기획 콘텐츠를 올리며 업계에서 호평받고 있는 연예 기자 출신 유튜버 C씨는 "일부 전직 기자 출신들이 지나치게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인신공격, 폭로성 콘텐츠에 경도된 면이 있다"라며 "특히 연예인 신상 문제는 인권 보호 측면에서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다각도의 취재를 해야 하는데 취재가 미진하거나 팩트 체크가 덜 됐는데도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해당 유튜버를 고소, 고발하는 대응은 또 다른 콘텐츠를 양산하는 빌미가 되기도 하기에, 법적 대응이 때론 좋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성 콘텐츠나 신변잡기 콘텐츠 등은 수용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가짜 뉴스인 경우가 많다. 결국 한국 엔터 산업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일 수 있기에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용호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버 연예기자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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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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