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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담당자가 시민들의 질책을 받아들이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담당자가 시민들의 질책을 받아들이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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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전국의 시민들이 모은 수천 개의 화장품 용기들이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 깔렸다.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문제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한 '2차 화장품 어택' 현장이었다. 이날 바닥에 깔린 화장품 용기 80%는 재활용이 안 된다.

시민들은 더 이상 쓰레기 문제를 처리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생산단계에서 원료를 최소화 해야 하며, 만든다면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기업에 요구한다. 2020년 12월 시작된 화장품 어택은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어떤 숙제를 남겼을까. 
     
2020년 12월 화장품 용기 90%가 '재활용 어려움'으로 평가되었다는 발표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화장품 용기가 재활용이 안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화장품 업계와 환경부가 재활용 등급 표시를 면제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시민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

환경부는 재활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제도를 도입했다. 포장재 재질·구조 및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해 제품 설계·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용이성을 고려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재활용 등급평가를 진행하고 제품 포장재 표면 한 곳 이상에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중 1가지를 표기하고 '재활용 어려움' 포장재는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런데 환경부와 화장품 업계가 화장품 용기에만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면제할 수 있는 자발적 협약을 맺어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화장품 용기 중 플라스틱 사용 비율은 58.6%로 가장 높아 이로 인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도 높다.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 선별장에서 화장품 용기는 민폐만 끼치는 용기였다. 다양한 첨가제 사용, 복잡한 구조,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들이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재활용률을 높이기보다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면제하려고 하니 시민들은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소비자의 알권리 침해, 정확한 정보 제공 회피,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로 시민들은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가 적용되어야 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행동하는 시민들, 제도를 바꿨다
 
재활용 어려운 화장품 용기가 가득 쏟아지고 있다.
 재활용 어려운 화장품 용기가 가득 쏟아지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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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8곳 수거상점에서 8000여 개에 달하는 화장품 용기 모으기가 진행되었다. 모아진 수거 용기들은 2월 25일, 광화문 LG생활건강 앞에 뿌려졌다.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화장품 어택이라는 직접행동에 나섰고 1만 명 서명 캠페인도 진행했다. 

화장품 용기의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예외 철회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져가자 환경부는 역회수(판매한 용기의 자체 회수) 목표 달성을 전제로 재활용 어려움 표시 면제를 적용해 재행정예고 했다. 화장품 용기는 잔여 이물질이 많고 복잡한 재질이라 재활용이 어려워 다른 플라스틱 용기의 재활용까지 방해한다. 그래서 화장품 용기를 별도로 회수(역회수)하는 것은 재활용 체계에 일부 개선 효과가 있고 역회수는 화장품 용기의 실질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3월 25일,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가 시행됨으로서 화장품 용기에도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게 되었다. '재활용 어려움' 등급 10% 이상 역회수하면 표시를 면제해주겠다는 자발적 협약은 중단되었고, 역회수률이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70%를 충족할 경우로 목표가 상향조정되어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이 변경되었다.

시민들은 자발적 협약을 중단시켜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제도 개선에 그치지 않고 직접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가능 여부와 재활용 불가능 원인을 조사해 기업의 책임을 촉구했다. 
   
직접 조사한 용기 중 재활용 가능한 화장품 18.7% 
 
시민들이 직접 용기에 표시된 재질을 보며 재활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용기에 표시된 재질을 보며 재활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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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8곳의 수거상점에서 수거한 370kg에 달하는 8000여 개의 용기를 100여 명의 자원활동가들이 조사했다. 해외 직수입이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용기를 제외한 6617개 용기의 재활용 여부를 직접 조사한 결과 재활용 가능한 화장품 용기는 1238개(18.7%)에 불과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는 4531개(68.5%), 재활용 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848개(12.8%)나 되었다.

시민들이 조사한 용기는 자발적으로 모아진 것이라 회사별 수거량이나 용기 재질의 특성(플라스틱, 유리 등)에 차이가 있음에도 모니터링의 결과는 기존 보고서에서 밝혀진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어려움 90%'라는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장품 용기 시민모니터링 참여자들이 가장 필요한 변화로 꼽은 것은 화장품 기업의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의 개선 80.2%로 가장 높고, 리필 활성화 10.1%, 용기 역회수 9.7% 순이다.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 있어 재활용품으로 분리 배출했지만 재활용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기업은 재활용이 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는 별도로 회수를 해도 질 좋은 재활용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토록 해야 한다. 현재 화장품 리필이 가능한 매장은 매우 적어 시민들 입장에서는 리필 문화가 익숙치 않은 부분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리필스테이션이 많이 늘어났지만 전국에 70여 개 정도라고 알려져 있고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전국 매장 150곳(이마트 131개, 트레이더스 19개) 중 9개 매장에서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리필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도 리필스테이션이 2개 매장에 그친다. 더 많은 시민들의 리필 경험을 높이려면 리필이 가능한 매장을 확대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리필스테이션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리필스테이션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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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문제 개선 위한 남은 과제들 

2번의 화장품 어택 직접 행동, 2번의 행정예고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개진, 1만 명의 시민 서명, 약 8000여 개의 화장품 용기를 수거한 전국 88곳의 수거상점, 화장품용기 재활용 여부 모니터링에 참여한 100여 명의 자원활동가 등... 6개월 동안 시민들은 목소리를 내며 직접 행동했다. 화장품 용기에 대한 재활용 제도의 변화는 재활용도 안되는 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의 책임을 묻고 형평성 있는 정책 시행을 요구해 온 시민들의 이뤄낸 성과다.  

재활용 등급 표시는 재활용이 안되는 용기의 재질 개선을 위한 수단일 뿐, 재활용 문제를 개선 하기 위한 남은 과제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개정된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제도에서 화장품 용기에 대해 '회수 목표치와 재활용 계획'을 제출한 경우 재활용 어려움 표시 면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화장품 용기 특성상 재활용선별장에서 재활용품으로 선별되지 못한다면 별도 회수해 재활용 하는 것이 생산자의 책임이다. 별도로 용기를 회수하는 것을 인센티브로 적용해 표시를 예외로 할 이유가 없다.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정책의 목표를 점검해 조건부 면제 조항은 삭제해야 하며 용기 회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포장재별 재질·구조 세부기준'을 보면 복합재질 용기의 경우 재활용 어려움(몸체에 한함) 등급은 합성수지 이외의 재질과 병합 사용하거나 PVC 계열의 재질을 사용했을 때다. 화장품 용기의 다른(OTHER) 포장재는 복합재질에 해당, 복합재질의 재활용 등급에서 재활용 어려움에 포함되지 않는다.

복합재질의 화장품 용기는 다시 용기로 생산되기 보다 다른 소재들을 결합해 벤치, 화분 등을 만든다. 재활용률 통계에는 포함될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재활용이라 보기 어렵다. 전체 포장재 등급의 40%가 복합재질 포장재다. 궁극적으로 복합재질의 포장재를 어떻게 단일재질로 바꿀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화장품 공병을 콘크리트와 섞어 만든 화분은 재활용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이상의 재활용은 하지 못한다.
 화장품 공병을 콘크리트와 섞어 만든 화분은 재활용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이상의 재활용은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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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는 기업들의 홍보가 쏟아지고 있다. ESG 위원회를 만들어 플라스틱 제로라는 경영 방향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내용이 다수다. 생산자 책임은 재활용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생산단계부터 적용되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그린 딜을 발표했다. 제품의 환경영향의 최대 80%가 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다고 지적하며 기후 중립적이고 자원 효율적이며 순환 경제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고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관점에서 본 기업의 ESG 경영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ESG의 시작은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로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은 생산-소비-처리단계에서 생산자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화장품어택시민행동의 6개월의 활동은 화장품 업계의 변화를 이끄는 마중물이 되었다. 화장품 업계는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적극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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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은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문제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연대단체입니다.
[함께 하는 단체] 녹색연합, 녹색미래, 인천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알맹상점, 네이버카페 제로웨이스트홈, 매거진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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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합니다.


태그:#화장품어택 , #재활용어려움, #화장품 재활용 , #녹색연합,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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