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9 13:00최종 업데이트 21.07.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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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싱가포르 코로나 확진자 수 1명, 10일 0명, 11일 1명.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전체의 71%가 넘고, 접종을 완료한 비율도 44%를 넘겼습니다. 코로나 2차 대확산으로 인한 두 달의 봉쇄를 풀고 거리두기 완화를 위한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한국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두기 4단계를 시작하던 12일, 싱가포르는 그동안 두 명까지만 식사가 가능했던 걸 다섯 명까지로 늘리고 7월말까지 상황이 유지가 되면 다시 여덟 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결혼식 피로연도 사전 검사를 조건으로 허용되었습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한 봉쇄는 더이상 없고 기존의 독감처럼 관리하며 공존하는 그런 시대가 눈앞에 온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6일, 싱가포르는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섯 명까지 함께 식사가 가능했던 것을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에는 두 명으로 줄여 버렸습니다. 실내 체육시설 이용 인원도 줄이고, 재택근무도 계속 하도록 했습니다.
 

7월 11일 KTV에서 일하는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씁니다. ⓒ 이봉렬

 
확진자 0명이었는데... 유흥업소에서 번진 코로나 재확산

'거리두기 완화'가 시행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시 강화로 바뀐 건 KTV에서 촉발된 코로나 재확산 때문입니다. KTV는 K팝이나 K방역같이 싱가포르에서 인기 있는 한국 방송을 뜻하는 게 아니라,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 노래방을 부르는 말입니다. 한국은 단순히 노래만 하는 노래방과 술을 마시고 접대부가 있는 단란주점을 구분해서 표현하는데 여기서는 둘 다 KTV라고 부릅니다.


7월 11일, 한 베트남 여성이 코로나 증세를 느껴 싱가포르의 동네 의원을 찾았는데 코로나로 판정이 되었습니다. 그 여성은 KTV에서 접대부로 일하고 있었고 역학조사 결과 함께 거주하는 다른 이들도 감염이 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싱가포르 방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음 날인 12일, KTV와 연결된 3건의 사례가 보고되었고, 13일에는 12건, 14일에는 42건의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6월 말 이후 하루 5건 이하로 관리되다가 갑자기 열 배가 넘는 확진자 수가 나오자 옹 예 쿵 보건부장관이 "현 상황이 고통스럽고 실망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확진자 수가 크게 확산 중이던 14일, 이번에는 크루즈가 운항 중 돌아오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승객 가운데 한 명이 코로나 확진자로 판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는 작년 11월 코로나가 안정세를 보이자 기항지 없이 바다만 떠돌다 돌아오는 크루즈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배에 오르기 전 코로나 검사를 하고, 정원의 50%만 태우고, 공기의 재순환을 막는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운행을 했고 이제껏 13만 명 이상의 탑승객을 문제없이 태우고 다녔습니다.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운항을 중단하고 돌아와야 했던 크루즈 ⓒ Dream Cruises 홈페이지

 
이번에 발견된 확진자 역시 탑승 전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3박 4일의 일정 중 마지막 날 증세가 있어서 검사를 했는데 여기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입니다. 크루즈는 즉각 운행을 중단하고 싱가포르로 돌아왔습니다. 동승한 승객들은 배에서 내리기 전 전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확진자는 크루즈 탑승 전 KTV를 방문했었고 여기서 감염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KTV발 코로나가 승객과 승무원 2895명을 태운 크루즈마저 돌려 세운 것입니다.

KTV와 연계된 확진자 수는 일주일 동안 172명, 그 수는 매일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단발병 다음으로 많은 숫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은 외식조차 2명까지만 허용한 싱가포르에서 어떻게 KTV같은 유흥업소가 접대부까지 두고 영업을 할 수 있었냐는 겁니다.

애초에 KTV는 영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발생 후 제일 먼저 문을 닫은 후 작년 1차 서킷브레이커 이후에 모든 식당이 문을 열 때도 나이트클럽이나 KTV 같은 유흥업소는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계속된 영업중지로 유흥업소 업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두 곳의 나이트클럽과 열 곳의 KTV를 골라서 시범 운영을 하기도 했지만 외국인은 입장이 안 되고, 입장 전 코로나 테스트를 해야 하고, 먹고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등 제한 사항이 많아 대부분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또 다른 대책으로 술과 음식만을 파는 업소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시설 개보수 비용까지 지원해주며 영업을 허가했습니다. 접대부도 안 되고, 노래방 시설도 안 되고, 게임도 안 되는 단순한 술집 형태의 영업만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 많은 유흥업소들을 계속 영업하지 못하게 할 수 없어서 고안한 대책이었습니다. 여기서 구멍이 생겼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KTV 중 한 곳. 간판 불은 꺼져 있고 셔터도 내려져 있습니다. 2주간 모든 KTV가 문을 닫게 됐습니다. ⓒ 이봉렬

 
술과 음식만 팔겠다며 400여 개 KTV가 다시 문을 열 때, 허가를 받지 않은 KTV도 슬며시 함께 문을 연 것입니다. 단속은 어려웠습니다. 그러면서 KTV에 접대부가 들어오고, 꺼졌던 노래방 기계가 다시 켜졌습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밀실에 여러 명의 남녀가 술을 섞어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일이 벌어지면서 코로나가 전파될 최적의 환경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 한 여성 접대부가 코로나에 걸렸고, 그는 여러 곳의 KTV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가 옮겨 간 KTV마다 코로나도 함께 옮겨 갔습니다. 이번에 코로나가 발생한 KTV 모두 불법 영업을 하던 곳입니다.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KTV만 11곳입니다.

불법 영업 때문에... 한국 사례 언급한 언론

최초 확진자로 알려진 베트남 여성은 지난 2월 단기방문비자를 발급받아 싱가포르에 왔습니다. 방문비자로는 싱가포르에서 일을 할 수 없지만 이 여성은 KTV에서 접대부로 일을 했습니다. 방문비자로 싱가포르에 입국한 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는 흔하디흔한 일입니다. 경찰은 이틀간의 단속만으로 27곳의 KTV에서 29명의 비슷한 사례를 적발하고 체포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에서 온 여성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처벌을 받은 후 추방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언론은 국경통제를 보다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은 지난 2주 사이 KTV를 방문한 모든 이들에게 익명을 보장해 준다며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KTV 방문 사실 자체를 숨기려 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입니다. 코로나 추적앱인 트레이스 투게더를 통해 KTV 방문이 확인된 2480명에 대해서는 코로나 테스트와 자가 격리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더불어 식음료 매장으로 전환하여 운영되던 모든 KTV를 2주 동안 문을 닫게 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KTV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자 한국의 사례를 돌아 보며 더 강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스트레이츠 타임즈 홈페이지

 
전례가 없는 유흥업소발 코로나 확산을 마주한 싱가포르는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KTV발 코로나 확산과 관련된 사설의 시작을 한국과 홍콩의 사례로 시작합니다. 이태원 유흥업소에서 시작된 코로나 대규모 확산을 교훈 삼았어야 한다는 겁니다. 별도의 기사를 통해서 한국, 홍콩, 대만에서 발생한 유흥업소발 코로나 확산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보건부장관도 브리핑에서 한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유흥업소 불법영업의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싱가포르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 최초 발생 이후 싱가포르의 가장 큰 사회 이슈가 되어 버린 KTV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향후 싱가포르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될 예정입니다. 우선 접대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동남아 여성의 입국이 엄격하게 차단될 겁니다. 이는 비자발급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방을 옮겨 다니며 접대를 하는 이른바 "버터플라이"에 대해서까지 코로나 확산의 이유로 언론에서 논의가 되는 중이니 영업형태에 대한 규제도 있을 예정입니다. 밀실로 구성된 KTV의 내부 구조에도 환기를 비롯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각종 규제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밤 10시 30분으로 제한되던 영업시간에 대한 단속도 전 업종에 걸쳐 보다 더 철저해질 것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대책이 논의 중입니다.

유흥업소의 특성상 코로나 전파는 빠르고 추적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4단계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코로나가 안정되고 나면 유흥업소의 영업을 재개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영업을 하고 사람들이 몰리고 다시 코로나가 발생하고 또 문을 닫는 악순환이 벌어지기 전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미 발생한 사태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우리도 같은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싱가포르 KTV의 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은 유흥을 즐길 때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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