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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거미는 대개 무당거미처럼 거미줄을 치고 작은 곤충을 사냥하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 약 4만 5000종의 거미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6000종 가까이 되는 깡충거미다.

자기 몸의 몇 배를 뛰어 넘을 수 있기에 영어로도 'jumping spider'라고 부른다. 뜀뛰기를 할 때는 꽁무늬의 실젖으로 거미줄(안전실)을 내어 지면에 붙인 다음 번지점프를 한다. 안전실은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호장치이며 착륙에 실패하면 거미줄을 먹으면서 타고 올라와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낮에 활동하며 밤에는 나뭇잎 사이로 들어가 거미줄을 치고 아늑한 잠자리(pup tent)를 만든다. 성충으로 겨울을 날 때도 나무껍질 아래 피난처를 만들고 눈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넘긴다. 

깡충거미의 눈은 8개이며 이마 주위에 U자 형으로 나 있다. 가장 큰 2개의 왕방울 홑눈은 망원 렌즈 역할을 하기에 사냥감을 추적하는 눈이다. 옆에 나 있는 조금 작은 홑눈으로는 측면과 뒷쪽을 감시하므로 깡충거미의 시야는 360도 전방향을 탐지한다.
 
더듬이다리로 눈과 턱을 닦으며 세수를 하고 있다.
▲ 털보깡충거미 더듬이다리로 눈과 턱을 닦으며 세수를 하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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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옆에 있는 더듬이다리(pedipalp)가 기묘한 모양으로 크게 발달한 녀석이 수컷이다. 이 더듬이 다리는 부분적으로 먹이를 잡는 손과 같지만 짝짓기 용도로 사용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공작거미 수컷은 화려한 색깔의 배를 부채처럼 펼쳐서 구애를 하는 종이다. 뒷다리를 들어서 좌우로 흔들며 암놈을 유혹하는데, 마치 치어리더가 역동적인 춤을 추는 것과 같다. 몸 길이는 5mm 정도로 보통의 깡충거미와 다를 바 없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앙증맞은 행동이 정말 매력적인 녀석이다.

북미에 사는 가장 큰 깡충거미는 25mm 정도까지 자라는데 반짝이는 금속성 턱(Chelicera)이 눈에 띄어서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글쓴이도 예외는 아니라서 처음 보는 깡충거미를 보면 컬렉션에 담으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깡충거미는 초접사 사진의 단골 주제다. 왕방울만 한 순진무구한 눈이 우리의 미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나사의 선택으로 보이저에 타게 된 기생벌

스티븐 돌튼(Stephen Dalton)은 영국의 야생동물 사진가로서 깡충거미의 뛰는 모습을 찍었다. 그는 전자 전문가와의 협력으로 고출력 플래시를 발명하였고 초고속 셔터와 개조 렌즈를 이용해 여러 동물의 비행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지금과 같은 적외선 빔이나 레이저가 나오기 전인 70년대 초의 일이다.
   
스티븐 돌톤의 벌 사진을 비롯하여 세계 55개국의 인삿말도 포함되어 있다.
▲ 인류의 과학과 문명을 외계 존재에 알리기 위한 기록물 골든 레코드 스티븐 돌톤의 벌 사진을 비롯하여 세계 55개국의 인삿말도 포함되어 있다.
ⓒ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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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튼은 초고속 사진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으며 지금까지 16권의 책을 냈다. 스티븐의 곤충 사진 중 한 점(Flying insect with flowers, Borne on the Wind)은 현재 NASA의 보이저호를 타고 태양계를 떠나 약 230억km 떨어진 거리를 항해하고 있다.

인류의 과학과 문명을 외계 존재에 알리기 위한 기록(golden record)의 일부로서 그의 사진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골든 레코드에는 세계 55개국의 인사말도 포함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당연히 "안녕하세요"다.

우리나라에 사는 깡충거미는 약 25종이며 가장 몸집이 큰 녀석이라도 10mm 정도에 불과하다. 풀숲에 살면서 작은 벌레를 잡아먹으므로 여러 해충들의 천적으로 활약한다.

그중에서 4mm 정도의 크기인 '고리무늬마른깡충거미'는 인가에 살며 여러 해충을 사냥한다. 손바닥만 한 마당이나 풀밭이 있으면 발견할 수 있다. 주로 가옥의 벽면에 붙어서 움직이며 나방이나 파리, 진딧물 같은 작은 곤충을 먹고 산다. 

개미를 흉내낸 깡충거미도 있다. 개미거미(불개미거미, 청띠깡충거미, 산개미거미, 엄니개미거미 등) 종류로, 어찌나 위장이 탁월한지 개미와 구분하기 어렵다. 개미거미 속명은 'Myrmarachne'인데 개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myrmex'와 거미를 의미하는 'arachne'의 조합이다.

바삐 움직이다가 이따금 앞다리를 들어 만세를 부르는데, 어떻게 보면 하이 파이브를 하는 것도 같고 경례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개미가 흔드는 더듬이마저 완벽하게 흉내 내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수단이다. 동시에 개미굴에 침입하여 유충을 잡아먹기 위한 사기술로도 이용된다. 그래서 영명도 '개미모방거미(ant-mimicking spider)'라고 한다. 

거미는 사실 곤충이 아니고 마디로 이루어진 절지동물에 속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벌레라는 인식이 매한가지다. 이번 기회에 알아두자. 곤충은 6개의 다리를 가졌고 몸이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져 있다. 거미는 다리가 8개이며 머리가슴(두흉부), 배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벌레들의 세상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이한 일로 가득 차 있다. 알면 알수록 별쭝나다.

태그:#깡충거미, #JUMPING SPIDER, #STEPHEN DALTON, #NASA, #DAAN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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