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가 BNK를 제물 삼아 1라운드 5전 전승을 만들었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청주 KB스타즈는 6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부산 BNK 썸과의 원정경기에서 77-70으로 승리했다. KB스타즈는 전반까지 38-37로 근소한 리드를 지키며 다소 힘든 경기를 펼쳤지만 3쿼터에서만 19-8로 점수 차이를 크게 벌렸고 이후 큰 위기 없이 승리를 가져오며 1라운드를 5전 전승으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KB는 벤치멤버로 투입된 박지수가 18득점16리바운드8어시스트라는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치며 KB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 밖에도 김민정이 72.7%(8/11)의 2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21득점, 강이슬이 4개의 3점슛을 포함해 14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한편 시즌 전까지만 해도 이번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BNK는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4패를 기록하며 아직 시즌 첫 승조차 신고하지 못했다.

베테랑 이적생 김한별과 강아정의 동반 부진
 
 김한별은 BNK 이적 후 지난 시즌 챔프전 MVP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한별은 BNK 이적 후 지난 시즌 챔프전 MVP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유영주 감독이 물러난 BNK는 만능 포워드 출신의 박정은 신임 감독을 선임하며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나섰다. 먼저 FA시장에서는 KB의 주장을 역임했던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 강아정을 영입했고 삼성생명 블루밍스,하나원큐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지난 시즌 챔프전 MVP 김한별을 데려왔다. BNK는 이 트레이드로 주전포워드 구슬(하나원큐)과 여러 장의 신인 지명권을 내줬지만 전력이 크게 보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두 베테랑 선수의 영입 효과는 전혀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 27분49초를 소화하며 13.88득점8.21리바운드4.25어시스트로 상대의 내외곽을 폭격하던 김한별은 이번 시즌 4경기에서 고작 5.25득점3.75리바운드2.25어시스트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김한별은 비 시즌 동안 팔목 수술을 받았고 재활과정에서 발목까지 다치면서 현재 많은 시간을 소화하기 힘들다.

강아정의 상태도 김한별 못지 않게 심각하다. KB시절부터 고질적인 발목부상을 안고 있던 강아정은 BNK 이적 후에도 부상 때문에 충분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 시즌 평균 33분을 뛰며 12득점3.79리바운드4.33어시스트로 KB를 이끌었던 강아정은 이번 시즌 5.75득점3리바운드1.25어시스트로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장기인 3점슛 성공률이 14.3%까지 떨어진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6일 KB전에서도 두 선수는 25분 이상을 소화하지 못하며 팀에 기여하지 못했다. 그나마 김한별이 14득점7리바운드7어시스트로 이번 시즌 개막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1쿼터 중반 파울 3개를 저지르는 바람에 긴 출전 시간을 가져갈 수 없었다. 강아정 역시 18분50초 동안 8개의 슛을 시도해 단 2개만 림을 통과시키면서 5득점2리바운드1어시스트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많은 농구팬들은 경험이 풍부한 김한별과 강아정이 추가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시즌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기량을 회복할 거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시즌 초반 너무 많은 패배를 당하면 두 선수가 아무리 컨디션을 회복한다 해도 BNK의 순위 경쟁은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봄 BNK의 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두 베테랑 선수가 부활하는 게 절실하다.

포지션이 겹치는 팀의 미래 안혜지와 이소희
 
 지난 시즌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이소희는 안혜지와 함께 뛰기에는 신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지난 시즌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이소희는 안혜지와 함께 뛰기에는 신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BNK의 전신인 KDB생명 위너스는 지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164cm의 신장을 가진 동주여고 포인트가드 안혜지를 지명했다. 2018-2019 시즌부터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한 안혜지는 2018-2019 시즌과 2019-2020 시즌 각각 6.37 어시스트와 7.7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어시스트 부문 2연패를 차지했다. 안혜지는 지난 시즌에도 어시스트 1위 김진희(우리은행 우리원,5.47개)에게 단 하나가 부족해 어시스트왕 3연패가 무산됐다. 

안혜지라는 젊은 포인트가드를 보유한 BNK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2순위로 인성여고의 가드 유망주 이소희를 지명했다.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크고 작은 부상으로 2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소희는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11득점4.63리바운드2.2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소희는 이번 시즌에도 12.75득점3.00리바운드1.7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BNK의 핵심선수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BNK는 물론이고 WKBL의 미래를 이끌어 갈 유망주 2명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BNK에겐 분명 큰 축복이다. 하지만 문제는 두 선수 모두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플레이 해야 자신의 장점이 부각되는 '온볼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게다가 164cm의 안혜지와 170cm의 이소희가 동시에 코트에 나오게 되면 박혜진(178cm), 박지현(183cm)이 가드 콤비를 이루는 우리은행 같은 팀과는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될 수 밖에 없다.

물론 BNK에는 김진영이나 노현지(이상 176cm)처럼 안혜지, 이소희보다 신장이 좋은 슈터 자원들이 있다. 상대에 따라 이들을 유연하게 투입하면 미스매치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진영과 노현지는 주전 포워드 강아정과 김한별의 백업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안혜지, 이소희와 출전시간을 나눌 여유는 많지 않다. 결국 BNK는 미스매치를 감수하면서 단신가드 듀오 안혜지와 이소희를 고집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두 선수가 나란히 30분 이상을 소화한 6일 KB전에서 이소희는 3점슛 3방을 포함해 17득점을 올리며 진안(20득점10리바운드)과 함께 BNK의 공격을 이끌었다.  반면에 안혜지는 32분을 소화하고도 4득점3리바운드5어시스트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각자 공을 오래 쥐고 있어야만 경기력이 살아나는 두 가드 유망주의 '공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박정은 신임감독의 프로 데뷔 첫 승리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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