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과 <마이네임> 등으로 대표되는 K-드라마들은 넷플릭스 월드 랭킹에서 상위권에 올랐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스토리 진행과 감정 묘사는 해외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 어머니를 북에서 데려와 동생과 함께 살고 싶다는 비교적 단순한 캐릭터인 <오징어게임>의 강새벽은 정호연이라는 신선한 배우를 만나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K-드라마가 해외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시청자들은 스스로 K-드라마의 완성도를 과소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출생의 비밀이나 고부갈등, 삼각관계 등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설정들에게는 '막장'이라는 꼬리표를 달며 비판하기 일쑤였다. 특히 주인공이 사고에 의한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리는 날엔 아예 시청을 중도 포기하기도 한다.

물론 기억상실증이 드라마나 영화처럼 흔히 생기는 질병은 아니지만 기억상실증이 비단 'K-드라마'만의 전유물인 것은 결코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의 버키 같은 슈퍼히어로도 기억상실증 때문에 친구를 죽이려 하기도 했다. 그리고 드류 베리모어와 아담 샌들러가 주연을 맡은 <첫키스만 50번째> 역시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와 그녀에게 반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만들어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첫키스만 50번째>는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재개봉됐을 정도로 관객들의 꾸준한 지지를 었다.

<첫키스만 50번째>는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재개봉됐을 정도로 관객들의 꾸준한 지지를 었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10대 시절 기행 극복하고 선행배우로

많은 아역 출신 스타들이 있지만 할리우드에서 드류 베리모어만큼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드류 베리모어는 만 7세였던 지난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 E.T >에서 엘리엇의 동생 거티를 연기하며 단숨에 미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너무 일찍 세상에 물 든 드류 베리모어는 어린 나이에 술과 담배, 심지어 마약까지 손을 대며 방탕한 10대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몰락한 아역배우로 남는 듯 했던 드류 베리모어는 1990년대 중반부터 <배트맨 포에버> <스크림> 등에서 작은 역으로 출연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그리고 1998년 <웨딩 싱어>가 세계적으로 1억23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드류 베리모어는 2000년 주연과 함께 제작에도 참여한 <미녀 삼총사>로 2억 6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다시금 인기스타로 우뚝 섰다.

2003년 <미녀삼총사> 속편에 출연한 드류 베리모어는 이듬해 <웨딩싱어>에 함께 출연했던 아담 샌들러와 재회해 신작 <첫키스만 50번째>를 선보였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안타까운 질병을 유쾌하게 풀어낸 <첫키스만 50번째>는 세계적으로 1억9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크게 흥행했다. 국내에서는 개봉 당시 29만 관객(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에 그쳤지만 '착한 로맨틱 코미디'로 꾸준하게 사랑 받으며 지난 2017년에 재개봉했다.

그리고 드류 배리모어는 2007년 '로맨스 왕자' 휴 그랜트를 만나 그녀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 출연했다. 두 주인공의 편안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연기가 돋보인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세계적으로 1억45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09년에는 스칼렛 요한슨, 제니퍼 애니스톤, 제니퍼 코넬리같은 쟁쟁한 여배우들과 함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 출연했다.

2000년대 액션과 멜로를 넘나들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사랑 받는 여성배우로 군림하던 드류 베리모어는 2014년 <블렌디드>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드류 베리모어는 2007년부터 기아들을 돕는 WFP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2008년에는 국제식량기구에 100만 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뺑소니 사고를 당한 개를 구조하는 등 착하고 모범적인 배우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관객만족도가 높은 착한 로맨틱 코미디
 
 드류 베리모어(왼쪽)와 아담 샌들러는 이 작품을 포함해 총 세 편에 함께 출연하며 호흡을 맞췄다.

드류 베리모어(왼쪽)와 아담 샌들러는 이 작품을 포함해 총 세 편에 함께 출연하며 호흡을 맞췄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하와이 수족관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헨리(아담 샌들러 분)는 낮에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지만 밤만 되면 여행객을 꼬셔 화끈한 하룻밤을 즐기는 바람둥이 작업남이다. 헨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여성들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헨리와의 연락을 지속하려 하지만 헨리는 언제나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면서 그 흔한 전화번호 교환조차 하지 않는다(흔히 기밀을 다루는 '정보원'이라는 핑계를 댄다).

그러던 어느 날, 헨리는 자주 가던 식당에서 쿠키로 모형집을 짓고 있는 루시(드류 베리모어 분)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여느 때처럼 화려한 입담으로 루시를 꼬신 헨리는 즐거운 아침시간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그녀와 헤어진다. 서로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이 중간에 주차돼 있던 차가 빠져 나간 사이에 신이 나서 춤을 추다가 어색해 하는 장면은 영화 초반부 대단히 사랑스러운 명장면이다.

하지만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인 루시는 매일 아침이 되면 교통사고를 당했던 10월13일 일요일로 돌아가는 병에 걸렸다. 루시의 아버지와 오빠는 병에 걸린 루시가 상처 받지 않도록 매일매일 10월13일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고 루시를 따라다니던 헨리 역시 이에 동참한다. 하지만 루시는 카페에서 신문을 확인하다가 자신의 병에 대해 알게 되고 헨리는 매일매일 루시를 유혹하면서 그녀와 매일매일 첫 키스를 한다.

루시는 헨리가 자신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헨리에게 이별을 통보하지만 헨리는 보트항해 도중 루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다시 그녀에게 돌아간다. 헨리는 매일 헨리의 꿈을 꾼다는 루시에게 "내 인생을 행복으로 채워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당신뿐이니까 난 영원히 당신 남자에요"라고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루시는 매일 자신을 새롭게 사랑해주는 헨리와 함께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

<첫키스만 50번째>는 포털 사이트에서 관람객 평점 9.21, 네티즌 평점 9.22를 기록할 정도로 관객 만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특별한 반감이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딱히 불만을 가질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 여기에 아담 샌들러가 직접 부른 < Fogetful Lucy >와 레게풍으로 편곡한 명곡 < Somewhere Over The Rainbow > 등이 들어 있는 OST도 여름과 하와이 감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루시의 아픔을 감싸주려 했던 가족들의 헌신
 
 루시의 오빠를 연기했던 숀 애스틴은 <반지의 제왕>의 호빗족 샘 역으로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다.

루시의 오빠를 연기했던 숀 애스틴은 <반지의 제왕>의 호빗족 샘 역으로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첫 키스만 50번째>에서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딸을 위해 매일 같은 날을 재연하는 루시 가족들의 희생이 대단히 돋보인다. 특히 딸이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매일 새 케익과 하얀 벽을 준비하고 같은 날짜의 신문을 인쇄하는 아버지 마린 윗모어가 보여주는 헌신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토이스토리> 3, 4편에서 스프링강아지 슬링키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블레이크 클락은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에도 출연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미스터 하와이 대회에서 실격됐지만 여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루시의 오빠 더그 윗모어 역의 숀 애스틴은 <첫 키스만 50번째>에서 상당히 많은 웃음 지분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루시가 확인차 의사를 찾아갔을 때 마치 친구의 이야기인양 자신의 고민을 의사에게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많은 폭소를 자아냈다.

더그를 연기한 배우 숀 애스틴은 어딘가 살짝 부족해 보이는 극 중 이미지와 달리 배우는 물론 감독과 성우, 프로듀서까지 병행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다. 1985년 <구니스>로 데뷔한 숀 애스틴은 <반지의 제왕>에서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호빗족 샘을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지난 2017년에는 넷플릭스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2에도 출연했다.

5명의 자식을 키우는 헨리의 절친 울라를 연기한 배우 롭 슈나이더는 코미디 작가이자 < SNL > 출신으로 유명한 배우다. <나홀로 집에2>에서는 손가락을 부비며 연신 팁을 요구하는 호텔 벨보이 역할로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 SNL >에 함께 출연했던 아담 샌들러와 절친이기도 한 롭 슈나이더는 <빅 대디> <미스터 디즈> <롱기스트 야드> <클릭> <잭 앤 질> <샌디 웩슬러> 등 아담 샌들러와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 피터 시걸 감독 드류 베리모어 아담 샌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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