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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어린이공원의 봄소풍 모습.
 함양 어린이공원의 봄소풍 모습.
ⓒ 함양군청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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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가정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사전 설문조사를 할 때가 있다. 부모로서 자녀 양육이 가장 어려운 점을 꼽아달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화내지 않고 훈육하기'를 어려운 점 중의 하나로 선택하신다. 아이와 얘기하는 데 왜 화가 날까. 육아의 최대 걸림돌, 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1. 나는 왜 화를 내나

여러 가지로 부모들이 화를 내는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사실 기본적인 이유는 하나다. 상대가 화를 낼만큼 만만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약하기 때문에 화를 내면 자신의 뜻대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눈치를 보고 상대방이 겁을 먹고 내 뜻을 들어주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노린다. 똑같이 열 받는 행동을 만약 회사 상사가 한다면? 감히 화를 내기 어렵다. 내 화도 상사 앞에서는 통제가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약자다. 부모가 화를 내면 집안에서 가장 약자인 아이들은 두려워하며 시키는 대로 한다. 체벌로 이어지면 효과는 더 확실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은 이 '만만함'이 분노 표출의 아주 쉬운 이유라 얘기할 수 있다.

2. 화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 낸다

무골호인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세상이, 가정이, 아이가 이러하여야 한다(should be, ought to be)는 신념이 있는 사람들이 이렇지 않은 세상을, 가정을, 아이를 보며 내는 것이 화이다. 신념이 화의 근원이다. 아이가 이 시간에는 일어나야 제대로 등교를 해 공부를 할 텐데 일어나지 않을 때, 스크린 타임을 1시간 주었는데 30분이나 경과되었을 때, 시험기간이면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아이가 어른들에게는 예의 바르고 묻는 말에는 공손하게 대답해야 하는데 바락바락 말대답을 할 때 적잖은 부모들이 화를 낸다.

3. 화에는 기저 감정이 있다

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한 가지이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속사정이 그때마다 있다.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성적을 걱정하며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사실은 공부 잘하는 아이의 어머니로 존중받고 싶은 내 위신에 금이 갈까 맘이 편치 않은 불안이 있다. 아이가 아침에 늦게 일어날 때 나도 출근해야 하는데 같이 늦을 까 봐 초조한 감정이 그 밑에 있다. 아이가 방문을 닫고 나오지 않을 때 소통이 끊어지는 아쉬움이 기저에 있다. 이러한 불안, 초조, 아쉬움은 겉으로는 그냥 다 같이 화로 표현이 된다. 
 
4. 10대 아이들도 화가 난다 

 "아이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벽을 부수고 욕을 합니다. 견딜 수가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부모님들이 하실 때는 마음이 더할 수 없이 복잡해진다. 저렇게 행동하는 아이를 보며 부모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는 아이가 저런 행동까지 하면서 화를 내는 그 이유가 뭘지, 얼마나 그동안 갈등이 깊었으며 서로의 마음을 갉아 대어 왔을지 추측이 되어 복잡해지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안돼'라는 말을 들었는데 10대가 되어도 하는 일마다 안 된다는 부모의 말을 듣거나 무시당하거나 어린 취급을 당하면 10대는 화가 난다. 교우관계에서 따돌림을 받거나 질투가 나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화가 난다. 형제관계에서 공정성이 결여되었고 부모가 편애한다고 느낄 때에도 아이들을 화가 난다.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것 같고 어디서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을 때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화가 난다. 

특히 부모가 화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아니었을 때, 화를 마구 때로는 폭력적으로 분출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감정이 솟구치면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기도 하고 벽에 주먹질을 하기도 하고 가출도 감행한다. 아이가 남들 보기에 창피한, 폭력적인 일탈 행동을 한다면 부모는 복이 없구나 생각하기 전에 일단 내가 가해자였는지, 이런 행동의 본을 보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 과정은 쉬운 과정이 아니고 칼럼 한 두 개로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서로 화가 날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행동만 이야기만 먼저 하나만 해보자. 

감정적으로 화가 올라온다고 느낄 때... 일단은 멈추자, 5분만 자리를 옮기라 
 
일단 멈추자. 화가 났을 때는 일단 멈추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은 파도가 한번 밀려왔다 가는 정도의 시간 안에 절정에 달했다가 내려오게 된다. 그 고비만 넘기면 힘들지만 이성적인 사고를 쥐어짤 수 있고 해결이 가능해진다. 화장실이든 욕실이든 차고든, 5분 정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 자리를 옮기는 게 좋다.

부엌에 가서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을 꺼내고 따라 마실 정도의 시간을 버는 것도 좋다. 화장실에서 물을 크게 틀고 세수를 하는 것도 좋다. 일단은 열이 오른 김을 빼야 한다. 

이 '일단정지'와 '자리 옮김'은 주의를 환기시켜 나를 '화가 만발한 시공을 초월한 어떤 공간'에서 다시 끌어와,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기 때문에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좋다. 옛말에 참을 인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짧지만 시간과 공간 두어 이성적인 사고가 돌아오도록 하자.

한편, 다음 칼럼에는 화가 난 10대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더 얘기해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으로 보내주시면 되며, 이 칼럼은 호주의 한국어매체 한호일보 hanhodaily.com에도 같이 게재됩니다.


태그:#10대, #부모교육, #자녀양육, #분노조절,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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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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