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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캐나다 밴쿠버아일랜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이야기를 독자와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인간은 무엇에나 적응할 수 있는 동물이다."

소설가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우린 역병의 시대에도 적응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던 코로나 이전의 삶을 어색해 할 만큼.

캐나다에서 지내는 동안 야외에서 마스크를 쓴 일이 손에 꼽는다.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작년 8월 말에도, 내가 있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아래 BC주)는 실내 마스크 착용만 의무화 했고 바깥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규제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3월부터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BC주의 주정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규제도 해제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한국보다 몇 발짝 앞선 것이다(2022년 3월 10일자 BC Gov News, B.C. takes next step in balanced plan to lift COVID-19 restrictions).
 
2021년 8월 VIU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던 안내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급증하던 지난해 8월에도 실내 마스크 착용만 의무화했다.
 2021년 8월 VIU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던 안내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급증하던 지난해 8월에도 실내 마스크 착용만 의무화했다.
ⓒ 이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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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에도 "계속 쓰고 다닐래요"

지난 5월 2일, 드디어 한국에서도 야외 마스크 착용 규제가 풀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밖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요즘 거리에 나가면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다.

캐나다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된 나는 의문이 들었다. 왜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바라던 '노마스크'를 뿌리치고 바깥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걸까? 캐나다 사람들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게 익숙한데, 어떤 차이에서 온 결과일까? 이에 대해 몇 가지 추측을 해보았다.

첫 번째,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여전히 수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5월 17일 하루 동안 3만1352명이 확진됐다. 캐나다에 비하면 한국의 인구밀도는 압도적으로 높다. 인구 수 역시 캐나다 인구보다 1300만 명가량 많다. 좁은 땅에 훨씬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으니,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타격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다행히 확산세가 감소해 일일 확진자 수가 최대 60만 명이던 두어 달 전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의 증상이나 후유증이 심하기 때문에 되도록 확진되지 않으려 마스크를 계속 쓰는 것 같다.

한・캐 사고방식의 차이 역시 또 다른 원인
 
한국 사람들은 독자적 자아(independent-self)보다 관계적 자아(relational-self)를 훨씬 중시여기는 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체 집단 속에서 남들 특히 어른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를 읽는 능력 즉 눈치가 발달하게 된다. (2020년 5월 5일자 오마이뉴스, 이창봉, '집단주의 문화와 눈치의 힘 그리고 민주주의' 인용) http://omn.kr/1niip
 
인용한 기사에 설명돼 있듯 사람들의 '눈치' 또한 꾸준한 마스크 착용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캐나다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나 한국은 그러한 가치관이 훨씬 견고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 후에도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낯선 환경에 처했을 때 남들은 어떻게 하는가를 살핀 후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성이 이번 야외 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 이후의 모습에도 드러났다고 본다.

놀랍게도 캐나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데 익숙해져 있던 나도 어느새 다른 사람들처럼 마스크를 쓴 채 돌아다녀야 마음이 편하다. '눈치의 힘'은 나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인구, 면적, 사람들의 가치관 등의 차이로 마스크 관련 규제 역시 차이를 보인 두 나라지만, 어디든 규칙을 어기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한국과 캐나다 모두에 존재했다.

캐나다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가 해제되기 전의 어느 날, 친구와 버스를 탔는데 백인 남성 한 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친구가 남성을 존대하는 'Sir'라는 단어를 쓰면서 아주 정중히 마스크를 써주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 남성은 되레 친구에게 "네 알 바 아니잖아!"라며 화를 냈고, 친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쾌함만 얻고 말았다. 며칠 전 소셜 미디어에 떠돌던 '지하철 마스크 빌런' 영상 속의 주인공은 그 백인 남성과 많은 것이 닮아 있었다.

서로에게 눈치를 주는 사회에서도, 네 알 바 아니니 신경 끄라고 말하는 사회에서도 사람은 적응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무례함에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걸 오늘도 느낀다. 어려운 시기가 닥쳤을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건 결국 불편함을 감수하고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 덕분이다.

태그:#캐나다, #교환학생, #유학,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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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은 잘 거르고 필요한 말은 다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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