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상대한 중동팀들과 FIFA랭킹 1위 브라질의 레벨 차이는 현격하게 컸다. 그동안 완성도가 높았다고 자화자찬하던 벤투호의 민낯이 드러나고 말았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 1-5 대패를 당했다.
 
이로써 브라질의 역대 전적은 1승 6패가 됐다. 지난 2019년 11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당한 0-3 패배를 설욕하는데 실패했다. 
 
실수 연발한 벤투호, 브라질의 높은 벽 넘지 못했다
 
한국vs브라질 벤투호가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 1-5로 크게 패했다.

▲ 한국vs브라질 벤투호가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 1-5로 크게 패했다. ⓒ 박시인 기자

 
이날 한국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이용-김영권-권경원-홍철이 포백을 형성했다. 미드필드는 황인범-정우영-백승호, 전방은 황희찬-황의조-손흥민이 자리했다.
 
브라질은 4-4-2로 응수했다. 웨베르통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다니 알베스-마르퀴뉴스-티아구 실바-알렉스 산드루가 포백을 책임졌다. 허리는 하피냐-프레드-카제미루-루카스 파케타, 투톱은 히샬리송-네이마르로 구성됐다.
 
경기 초반부터 브라질이 정밀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브라질은 6분 만에 선제골을 엮어냈다. 산드루의 오버래핑에 이은 컷백 크로스가 프레드에 연결됐다. 프레드의 슈팅을 히샬리송이 방향을 바꾸며, 김승규 골키퍼의 손에 스치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브라질은 수비 라인을 하프라인까지 올리며, 최대한 위에서 압박을 가했다. 한국의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위치한 네이마르-히샬리송 투톱은 1선에서 많은 활동량으로 패스의 경로를 막아섰다. 이에 한국은 수비 진영에서 수차례 패스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브라질은 이 공을 가로채 곧바로 슈팅으로 창출하는 모습이었다.
 
네이마르가 프리롤로 파케타와 위치를 바꾸며, 2선과 전방을 넘나들었다. 현란한 개인기와 창의적인 패스로 한국 수비를 무너뜨렸다. 미드필드에서는 프레드와 카제미루가 적절한 길목에서 한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브라질 대표팀 경기가 중단된 사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네이마르, 다니 알베스, 티아구 실바, 프레드

▲ 브라질 대표팀 경기가 중단된 사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네이마르, 다니 알베스, 티아구 실바, 프레드 ⓒ 박시인 기자

 
전반 30분까지 실마리를 풀지 못하던 한국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티아구 실바를 등진 상태에서 절묘하게 돌아선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한국은 조금씩 후방에서 세밀한 빌드업으로 브라질 압박을 풀어내며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전반 37분 브라질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며 맥이 끊겼다. VAR 판독 결과 이용이 산드루에게 파을을 범했다.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가 성공시키며 브라질에 리드를 안겼다.
 
후반에도 브라질은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후반 6분 하피냐, 7분 파케타의 슈팅으로 김승규 골키퍼를 긴장시켰다. 브라질은 또 다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후반 11분 김영권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산드루에게 파울을 범한 것이 VAR 끝에 적발되고 말았다. 2번째 페널티킥 승부에서도 네이마르가 김승규 골키퍼를 완전히 속였다.
 
벤투 감독은 후반 12분 이용, 백승호 대신 김문환, 정우영을 투입해 오른쪽 수비와 미드필드를 보강했다. 후반 13분 손흥민의 중앙 돌파에 이은 패스가 황인범에게 연결됐고, 마무리 슈팅이 아쉽게 웨베르통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17분에는 손흥민의 감아찬 오른발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브라질은 후반 23분 카세미루, 히샬리송 대신 파비뉴, 비니시우스로 대체하며 두터운 선수층의 힘을 보여줬다. 후반 32분에는 네이마르, 하피냐를 불러들이고 제주스와 쿠티뉴가 가세하면서 새로운 팀이 됐다. 2진급이 대거 가세했음에도 브라질은 강했다. 후반 35분 수비 상황에서 황인범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쿠티뉴가 오른발로 마무리지었다.
 
한국은 만회골을 넣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35분 황희찬, 1분 뒤 손흥민의 슈팅이 전부 웨베르통 골키퍼 손끝에 막혔다. 오히려 브라질은 후반 48분 승부를 결정짓는 다섯 번째 골을 완성했다. 교체 투입된 제주스가 단독 드리블로 수비수 여러명을 농락한 뒤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결국 브라질의 4골차 대승으로 종료됐다.
 
'AGAIN 2002'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 기념으로 'AGAIN 2002'라는 문구의 카드섹션을 진행했다.

▲ 'AGAIN 2002'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 기념으로 'AGAIN 2002'라는 문구의 카드섹션을 진행했다. ⓒ 박시인 기자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할 후방 빌드업
 
2018년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빌드업 축구라는 딜레마에 빠지며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렸던 벤투호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으로 접어들면서 여론을 완전히 바꿨다.
 
전술적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으며,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구축했다. 다양한 선수풀을 가동하며 유능한 신예들을 발굴했고, 에이스 손흥민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하며, 확실한 공격 루트를 개발했다. 무엇보다 한층 세련된 경기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아내면서 비판을 찬사로 이끈 것이 벤투 감독이었다.
 
그러나 지난 최종예선 10경기의 상대팀들은 전부 중동세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남미예선에서 14승 3무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FIFA랭킹 1위의 강호다. 브라질은 벤투호의 현 주소를 진단하는데 있어 최적의 상대였다. 결과는 4골차 대패. 브라질을 상대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이날 수비의 핵심 김민재와 중원에서 엔진 역할을 해줄 이재성의 공백이 도드라진 것은 분명하나 5골을 내주고 패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다.
 
빌드업이란 여러 패턴이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후방에서 기초를 다져가는 것이 벤투 감독의 철학이다. 골키퍼부터 포백 라인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거치며 전방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전술을 구축한지 어느덧 4년을 향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보여준 브라질의 전방 압박은 차원이 달랐다. 브라질이라고 흔히들 개인기만 뛰어난 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피지컬과 속도를 두루 갖추며 유럽식의 스타일까지 겸비한 브라질은 모든 면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브라질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위험지역에서 무리한 패스를 시도했고, 상대에게 소유권을 내주면서 실점 상황에 직면했다. 김승규 골키퍼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의 잦은 실수는 반드시 곱씹어봐야 한다.
 
후방 빌드업도 문제지만 전체적인 수비 조직이 무너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 브라질가 비교해 한국은 팀 단위의 압박을 조직적으로 구사하지 못했다. 황인범만 홀로 투쟁적인 움직임을 펼쳤을 뿐 전방 공격수부터 이러한 활동량이 뒷받침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이에 반해 브라질은 쉴새 없이 2-3명이 협력해 한국 선수를 공포로 몰고갔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금와서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간이 없다. 이 스타일대로 밀고 가면서 최대한 실수를 줄여나가겠다"라며 "빌드업 과정에서 다른 것들을 시도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 A매치 4연전의 첫 경기였던 브라질전에서 피드백을 얻어야만 다음 경기에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벤투호가 남은 칠레-파라과이-이집트전에서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2022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서울월드컵경기장 - 2022년 6월 2일)

한국 1 - 황의조 31'
브라질 5 - 히샬리송 7' 네이마르(PK) 42' 57' 쿠티뉴 80' 제주스 93+'

 
선수명단
한국 4-3-3 : 김승규 - 이용(57'김문환), 김영권, 권경원, 홍철 - 정우영 - 황인범, 백승호(57'정우영) - 황희찬(83'권창훈), 황의조(69'나상호), 손흥민
 
브라질 4-4-2 : 웨베르통 - 알베스, 마르퀴뉴스, T.실바, 산드루 - 하피냐(78'제주스), 프레드(81'기마랑이스), 카제미루(71'파비뉴), 파케타(81'쿠냐) - 히샬리송(70'비니시우스), 네이마르(78'쿠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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