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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P3 공장을 둘러본 후 이동하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P3 공장을 둘러본 후 이동하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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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우리말로)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다"고 말해 우리 말 비하, 영어 사대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집권 초기 영어숭배 모습을 보이다가 '어륀지' 정권이란 비판을 사기도 한 이명박 정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륀지' 정권 떠올리게 하는 대통령의 '영어 사랑'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에서 용산 시민공원 이름에 대해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면서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버먼트 어토니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거버먼트 어토니'(미 정부 검사 또는 법무부 공무원)란 영어 뜻을 이해하는 국민들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 발언이 나온 다음 날인 9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영어를 자꾸 쓰시는 거 보니까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영어를 잘한다고 그전부터 계속 얘기해 왔다"고 비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지명하면서 다음처럼 '영어 사랑' 모습을 나타냈다.

"(한 후보자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겸비해나가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미국 변호사이고 영어도 잘하는, 그리고 수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검사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에 대해 설명하는 두 문장의 발언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와 '커뮤니케이션'(소통)과 같은 영어를 두 번 썼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하는 약식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지난 10일 국민의힘 오찬 회동에서 "뉴스나 시사적인 내용을 자주 챙겨 보면서 도어스테핑 준비를 한다"고 영어를 섞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 전인 7일에도 윤 대통령은 '반도체 인재 양성'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지식산업의 핵심은 휴먼 캐피털(인적 자본)"이라고 영어를 썼다.

지난 5월 31일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도 윤 대통령은 "부산항이 세계적인 초대형 메가포트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메가포트'는 '거대한 항구'란 뜻인데, 여기에 비슷한 뜻을 가진 '초대형'이란 꾸밈말을 한 번 더 쓰면서 비문을 사용한 셈이 되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 해 10월 24일에는 "원래 선거라는 건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가족 사업)'라고 하지 않나"라고 말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당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저급한 단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행법인 국어기본법 따르더라도..."대통령은 영어 남용 말아야"

길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은 국민과 공공기관을 대표하는 분이므로 누구나 소통하기 쉬운 말을 사용해야 할 책임성과 국어기본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영어와 같은 외국어를 남용한다면 공공언어는 더욱 어지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국어기본법은 "국가는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걸어 다니는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국민이 잘 모르는 영어가 아니라 '국민이 알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태그:#윤석열, #영어 남용, #한글 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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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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