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 신작이 베일을 벗었다. 탕웨이, 박해일 주연의 <헤어질 결심>이다. 이 영화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해 기대를 더한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과 출연 배우인 박해일, 탕웨이가 참석했다.

드러내지 않는 사랑의 감정
 

'헤어질 결심' 박해일-탕웨이 박해일과 탕웨이 배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9일 개봉.

▲ '헤어질 결심' 박해일-탕웨이 박해일과 탕웨이 배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9일 개봉. ⓒ 이정민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뿌연 안개처럼 미스터리한 이야기 속에서 두 남녀 사이에 오가는 긴장감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니까 노출도 굉장하고 강한 영화겠군요 하시는데 격정적이고 휘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박찬욱)

박찬욱 감독은 "우리가 젊을 때는 자기감정을 다 드러내고 표현해가면서 살지만 나이가 든다는 건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런 면에서 솔직해지기 어려워지는 거라 볼 수 있잖나"라며 "상황이나 자기의 처지에 따라서 이것저것 고려해야할 것도 많고 참아야하는 것도 많은데 그런 형편에 놓인 두 사람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잘 감추면서 자기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 탕웨이 탕웨이 배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시사회에서 한국어로 대사를 해야 했던 뒷이야기를 전하며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9일 개봉.

▲ '헤어질 결심' 탕웨이 ⓒ 이정민


이렇듯 내면은 격정적이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감정연기를 한 장본인인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에게 어떻게 그런 연기를 준비하고 소화했는지 질문했다. 이 질문에 탕웨이는 "사람은 성장하는 단계에서 사랑이든 어떤 감정이든 그것을 만났을 때 표현하는 방식이 점점 성숙해진다고 생각한다"라며 "서래는 생활 속에 고난이 있어서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도 숨기고 마음속으로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숨기는 게 더 큰 표현으로 다가갈 것이다. 연기를 할 때 감정을 가지고 안으로 더 들어가는 것으로 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탕웨이)

이어 박해일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감독님 말씀에서 배우가 표현해야할 감정의 톤들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나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라며 "형사인 해준이 서래라는 인물을 대하는 태도가 직업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으니 가짜 감정을 드러내면서 그녀의 진심에 대한 부분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파괴됨으로써 이뤄지는 사랑 이야기
 

'헤어질 결심' 탕웨이-박찬욱 탕웨이 배우와 박찬욱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시사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9일 개봉.

▲ '헤어질 결심' 탕웨이-박찬욱 ⓒ 이정민

 
탕웨이는 작품 안에 숨겨진, 감독님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을 잘 찾아보며 영화를 감상하길 권했다. 그는 "사랑이란 게 연령대마다 다르잖나. 어릴 때는 순간에 빠져서 좋을 수도 있고. 나이가 들다보면 이 사람이 맞나보다 했을 때 생활 때문에 놓치는 순간이 있고, 사랑이다 했는데 그 사람은 가버리고 타이밍이 안 맞을 때도 있다"라며 "감독님이 짜놓으신 중요한 대사가 있다. 관객분들도 찾으실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통해서 감독님이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은 세심하게 모든 곳에 다 있으니 관객분들도 세심하게 영화를 즐겨주신다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서래는 목숨을 건 사랑을 하는데, 도덕관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하는 건 사실이다. 서래를 보았을 때 서래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잖나. 관객이 그걸 보시면서 내가 저 여자를 잘못 봤구나 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찬욱)
 

'헤어질 결심' 박해일 박해일 배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시사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9일 개봉.

▲ '헤어질 결심' 박해일 ⓒ 이정민


<헤어질 결심>에는 해준과 함께 일하는 형사 역으로 배우 고경표와 개그맨 김신영이 출연한다. 이들을 캐스팅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고경표는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걸 눈여겨봤는데 캐스팅 단계에서 박해일이 연기하는 경찰과 다르지만 조금은 유사한 면이 있는 후배를 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신영은 제가 워낙 팬이기도 했고, 고경표와 반대되는 캐스팅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찬욱 감독에게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사랑의 본질을 '파괴'로 설정한 듯한데 이런 것을 녹여낸 장면에 대해 물었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나의 사랑은 시작됐다'라고 서래가 말을 하기도 하는데, 사랑이라는 게 어느 순간에 라이터 불을 켜듯 확 생기는 게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래의 그 대사는 서래가 이 남자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를 인정한 대사라고 본다"라고 언급함으로써 답변을 대신했다.
 

'헤어질 결심' 박해일-박찬욱-탕웨이 박찬욱 감독(가운데)과 박해일, 탕웨이 배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9일 개봉.

▲ '헤어질 결심' 박해일-박찬욱-탕웨이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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