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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낙동강 중류에 해당하는 성주대교 아래 낙동강에 핀 심각한 녹조. 그 위에 고라니로 추정되는 짐승의 머리뼈가 놓여 있어 낙동강 녹조가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지난 6월 19일 낙동강 중류에 해당하는 성주대교 아래 낙동강에 핀 심각한 녹조. 그 위에 고라니로 추정되는 짐승의 머리뼈가 놓여 있어 낙동강 녹조가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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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현장을 돌아보니, 강 전체가 녹조라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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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 4대강사업이 준공이 된 지 올해로 만 10년이다. 그동안 낙동강엔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것은 고스란히 '수난의 역사'로 귀결된다. 낙동강 보에 물을 채우기 시작하던 바로 그해부터 낙동강엔 심각한 녹조가 창궐했다. 녹조라떼란 말의 유행과 함께 '녹조'는 매해 되풀이되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녹조는 독을 품고 있다. 그것도 청산가리 100배(일본의 저명한 녹조 연구가 다카하시 토루 교수)의 맹독이다. 녹조는 아프리카 코끼리 350마리를 몰살시킬(뉴스타파) 정도로 강력한 독을 내뿜고 있다. 그것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에 창궐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올해는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무와 배추 쌀에서도 녹조 독성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환경단체에 의해 알려졌다. 
낙동강 전역으로 퍼진 녹조. 이 물을 정수해 수돗물을 만들어 먹고, 이 물로 농사지은 농산물을 우리가 먹고 있다. 수돗물 불안, 농산물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 6월 19일 드론 촬영.
 낙동강 전역으로 퍼진 녹조. 이 물을 정수해 수돗물을 만들어 먹고, 이 물로 농사지은 농산물을 우리가 먹고 있다. 수돗물 불안, 농산물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 6월 19일 드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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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이 낙동강의 죽음을 불러왔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인간이 낙동강에 저지른 일을 반성하고 낙동강 재자연화를 시급히 이루어내야 할 이유다.

4대강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전시회가 대구서 열려

이런 때에 대구에서는 의미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바로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낙동강 내성천 before after 展'이다.

"이 전시를 통해 4대강사업 전과 후의 낙동강과 내성천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줌으로써 지난 14년 동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주고 4대강사업을 냉정히 평가해볼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들어선 윤석열 정부에 왜 낙동강 재자연화가 시급히 필요한지를 설명해주려 한다."
 
지난 6월 24일 오픈식을 연 낙동강 내성천 전후 사진전. 지난 15년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겼다. 환경교육의 산 현장이다.
 지난 6월 24일 오픈식을 연 낙동강 내성천 전후 사진전. 지난 15년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겼다. 환경교육의 산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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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의 기획 의도다. 이번 행사는 낙동강 투쟁의 중심에 서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낙동강 투쟁 기금마련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전시회를 위해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을 오롯이 기록해온 초록사진가 서풍 박용훈 선생의 작품을 기증받았다.

지난 24일부터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중요한 강연회가 두 번 연속으로 열렸다. 우선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가 '4대강사업과 언론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25일엔 15년간 낙동강과 내성천을 기록해온 박용훈 초록사진가가 '4대강사업과 생물 다양성'란 주제로 강연했다. 
 
전시회 첫날 강연자로 나선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 그는 4대강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나라 민주주의가 마비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전시회 첫날 강연자로 나선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 그는 4대강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나라 민주주의가 마비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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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열린 최승호 피디의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왜 15년 동안 4대강사업을 붙잡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탐사보도가 왜 중요한지는 역설했다.

이날 그는 4대강사업과 같은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본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시장에서 조촐히 열린 전시회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최승호 피디
 전시장에서 조촐히 열린 전시회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최승호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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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가서 운하에 대해서 취재를 했었어요. RND운하에 대해서 취재를 하다가 그 지역에서 RND운하에 대한 비판을 하는 '분트'라는 시민단체를 만났고, 분트의 집회가 열리는 상황을 가서 취재했어요. (당시 보도를 보면) 분트의 대표가 거기 나와가지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한국이 바이에른주가 어마어마한 예산을 때려부어서 가장 크게 말아먹고 실패하고 환경도 망친 프로젝트인 RND운하를 모델로 삼아 지금 운하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청중들이 막 웃는 장면이 나와요.

이후 그 대표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겁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쨌든 유럽에서 수백 년 동안 어떤 면에서는 실험을 했잖아요. 유럽은 그 당시에 이미 유럽연합에서 그런 식의 개발은 하면 안 된다라는 어떤 결론을 내려갈 그런 무렵이었고요. 그러한 인간 경험을 무시한 채 대한민국은 (강행한 거죠)...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에서도 과거 박정희 시대 정도까지는 개발이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었잖아요.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또 그런대로 어떤 의미에서는 의미를 갖고 있었던 때가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때를 지나서 세계적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고 있었던 그 상황이었는데...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런 엄청난 일대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난 것이죠.

저는 이게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공부를 해야 될 사건이 아닌가 해요. 이게 결국은 왜 이리 됐느냐, 민주주의가 망가지니까 이게 되는 거예요. 민주주의와 환경은 연결돼 있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기후변화 시대에 제대로 된 뭔가를 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란 교훈을 4대강사업의 참혹한 결과로부터 세계인들이 얻어야 되는 게 아닐까  해요."

 
전시회장에서 열린 강연에서 차분한 어조로 조리있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박용훈 초록사진 작가.
 전시회장에서 열린 강연에서 차분한 어조로 조리있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박용훈 초록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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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며 설명하고 있는 박용훈 초록사진가
 직접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며 설명하고 있는 박용훈 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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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은 이 나라 귀한 생물종을 말살시킨 사업

25일에 열린 강연에서 초록사진가 박용훈 작가는 지난 4대강사업 과정에서 사라져간 생물들의 불러내 4대강사업이 그들을 어떻게 철저하게 말살시켜왔는지를 설명해주었다. 박 작가는 남한강 쑥부쟁이를 불러내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자연의 원래 아름다움이라는 게 뭔지, 그런 걸 같이 얘기를 하는데... 이게 말씀드린 것처럼 되게 보잘것없는 풀이에요. 근데 자기 성질이 있어 그 성질로 이 공간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드는데요. 가을 기간 동안 빠르면 8월부터 10월까지 남한강변을 이렇게 수놓아요.

이걸 사람이 할 수 있냐 이거예요. 뭐가 이렇게 할 수 있냐 이거예요. 그래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면서 우리가 사는 지구를 아름답게 하는 것 그게 종이 아닌가 합니다. 4대강 사업은 다른 것을 다 재치고, 종을 철저히 파괴한 사업인 거예요."
   이 도리섬에 단양쑥부쟁이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제가 좀 보여드릴게요. 가을철에 보면 이렇게 밀도가 높아요. 어마어마해요. 곤충들이 달려들고. 보셨죠. 전체적으로 다 이 파란색은 다 단양쑥부쟁인 거예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도리섬이 가장 밀도가 높았지만 사실은 몰라요. 남한강변이 여기보다 더 밀도가 높은 데도 있을 수도 있었어요. 여기는 우연히 이렇게 확인이 된 거예요.

예를 들어 그 아래 백성기섬이 있는데 거기에 더 많았을 수도 있어요. 근데 많았는지 없었는지도 몰라요. 얼마나 많은 종이 어떻게 훼손된지도 모르는 게 4대강 사업이에요. 왜 전광석화처럼 밀어버렸으니까."


4대강사업은 이렇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철저히 마비시키고, 이 나라의 귀한 생물종들을 말살시킨 대표적 사업이었다. 거기에 우리 천문학적인 혈세마저 쏟아부은, 두 번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업이었다.
 
대구 시민 50% 이상이 마시는 수돗물을 만드는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취수장 앞이 심한 녹조로 뒤덮였다. 이런 물을 정수해 수돗물로 마신다.
 대구 시민 50% 이상이 마시는 수돗물을 만드는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취수장 앞이 심한 녹조로 뒤덮였다. 이런 물을 정수해 수돗물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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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이다. 낙동강에선 이미 녹조라떼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더 극심한 녹조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아마도 조류 대발생 단계까지 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낙동강의 상황이 심상찮다. 저 부산부터 상주까지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이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낙동강 보를 모두 뜯어내거나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보의 수문이라도 일제히 열어야 한다. 그래야 이 지긋지긋하고 위험천만한 녹조라떼 현상이 사라진다. 4대강 재자연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전시가 그 길을 앞당기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함께 바라본다.

* 이번 전시는 6월 24일(금)부터 7월 2일(토)일까지 열린다. 대구의 유명한 거리인 김광석길 안의 카페 커피명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입니다.


태그:#낙동강 녹조,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전시회, #최숭호 피디, #박용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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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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