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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손경식 회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손경식 회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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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경총을 만나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폭풍우와 금리 인상이라는 태풍 북상 국면에서 기업인들을 만나서 해야 하는 부탁이 겨우 '임금 인상 자제'였을까요?

물가상승에 직접적 타격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요청하고, 원자재 가격인상으로 허리가 휘고 있는 하청기업들에게 단가를 올려주고, 에너지가격 인상과 코로나 위기에 횡재한 기업들에게 오히려 고통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부가 경제단체의 민원처리반으로 전락

부총리의 의도를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고임금 노동자 임금인상 자제 요청을 한 것이라면, 최소한 저소득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높여주라는 내용도 함께 따라나와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협조하고 프랜차이즈와 하도급계약의 불공정을 시정하라고 지적해야 합니다. 최근 싸우고 있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에서 보듯 하청의 극단적 저임금에 원청 책임을 요구하고, 유가인상 부담을 화주들이 나눠 져야 한다고 요구해야 합니다. 

현 정부는 줄잡아 7조~8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 법인세 감세와 규제완화라는 선물까지 던져줬는데, 그 대가로 기업에게 요청한 게 고작 임금 인상 자제 부탁이라니. 완전히 대한민국 정부가 경총의 민원처리반으로 전락한 모양새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손경식 회장 등 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손경식 회장 등 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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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속을 헤쳐나가야 할 항해사 추경호 부총리는 지금까지 법인세 깎아주고 규제 풀면 낙수효과로 민간이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줄푸세 낡은 교리를 반복해왔습니다. 법인세 감면은 현찰을 꽂아주는 것이지만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약속은 전부 공수표에 불과합니다.

추경호 부총리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급주도 경제학'의 논리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그것은 기업의 투자와 혁신으로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세금을 깎아주고 기업 발목잡는 규제를 풀고 임금상승도 억제해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각이 과연 맞는 것일까요? 

저 인과의 사슬들은 무엇 하나 증명된 게 없습니다. 법인세 인하와 투자의 관계, 투자증가와 노동자 후생 증가의 관계, 국제공급망 위기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이 과연 민간주도혁신으로 잡힐 것인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입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 논리가 기업 혜택을 전제로 수많은 노동자들과 저소득층의 희생을 방치하는 방식이라는 데 있습니다.

기업감세 법안 55건 발의한 '국회의원 추경호'... 우려가 현실로  

저는 추경호 부총리 임명 당시 '추경호 국회의원'이 낸 법안들과 발언을 비춰 볼 때, 기업에 지나치게 편향돼 있고 론스타 사건에 긴밀히 연루된 모피아의 성골임을 우려해 임명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다수의 국민이 아니라 기업과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로 봤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추경호'는 무려 55건의 기업감세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17건의 노동법안 중 14건이 최저임금과 주52시간 무력화 등 노동권 약화 법안이었습니다. '기재부관료 추경호'는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매각·분쟁 20년 먹튀드라마의 모든 편에 등장하는 주연배우이기도 했습니다.

우려는 그대로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정부 역할이 가장 막중한 시기에 가장 부적합한 항해사가 키를 잡은 건 국가의 불행입니다. 할 일을 해야 할 때 엉뚱한 행각으로 일관하는 행태는 곧 무능이며 탄핵의 사유가 됩니다. 경제상황이 엄중한 만큼, 경제부총리의 역할도 막중한데 말입니다. 국회가 해임건의안 제출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입니다.


태그:#기본소득당, #용혜인, #추경호,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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