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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골프를 시작하겠노라 선언을 해왔다.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배워야 한다는 이유와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선언의 목적이 되었다. 아직은 필드에 나갈 만큼 기량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골프 레슨부터 시작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당장 연습에 필요한 장갑을 사기 위해 겸사겸사 아내와 함께 골프용품 매장을 찾았다.

매장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클럽이 나와 있었다. 물론 기능면이 우선이 되어야겠지만, 눈의 시선은 낯익은 메이커 클럽을 향해갔고 디자인과 가격대에도 관심이 집중되어 갔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클럽도 눈에 들어왔다. 반면 의외로 생각 이상의 값비싼 가격대를 형성하는 클럽이 주류를 이루었다. 쇼핑을 하다 보면 외국이라는 여건 때문에 제품에 대한 의문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 장벽으로 물어보지 못할 때가 생긴다.

이것저것 관심 있게 골프클럽을 살펴보고 있는 중에 때마침 아시아계 청년으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왔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는 반갑게도 한국인이었다. 왼쪽 가슴에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표찰이 달려 있었고, 바로 밑으로 "한국어를 사용합니다"라는 또 하나의 표찰을 달고 있었다. 많은 한국인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는 것을 감안해 한국인 직원을 고용한 듯했다. 

건장하게 생긴 청년은 PGA 코칭 스텝 자격증도 가지고 있고 지금의 일과는 별도로 일선 현장에서 골프 레슨도 병행하고 있다고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였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첨언한다.

"이제 골프를 배우려는 비기너인데 어떤 골프채가 좋을지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아내의 주문에 젊은 한국인 친구는 저렴한 가격대가 진열되어 있는 부스로 안내했다. 현지(캐나다)에서만 골프를 칠 생각이라면 저렴한 골프클럽도 전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한다.

단, 혹시라도 한국에 가서도 사용할 생각이 있다면, 메이커 감각이 있는, 대중적 선호도가 있는, 좀 더 가격대가 업그레이드된 골프클럽을 권해 드리고 싶다고 말을 한다. 왜냐고 굳이 반문할 필요 없었다. 한국인은 클럽의 기능과 성능면보다는 가격대와 메이커를 우선으로 중시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젊은 친구분은 캐나다에 오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민을 왔습니다."


젊은 친구답지 않게 이목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캐나다에 살게 된 시기가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봤다. 물론 젊은 친구와 비슷한 또래였다는 가정 하에서는 똑같은 조건을 내세우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마도 고객 연령대를 감안해서 골프클럽 실용성 가치 기준의 조건 이전에 이목이라는 것을 첨부하여 설명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캐나다 현지에서도 한국인의 이목을 피해 가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 일명 탈 많고 말 많은 것은 한국 사정과 다를 바 없다. 대부분 레저 스포츠 문화까지도 한국인들끼리 어울려 공유하기 때문에 환경만 외국일 뿐 정서는 한국을 옮겨 놓은 것이나 다를 것이 없는 여건이다. 값싼 노브랜드 골프채를 비껴가기가 사실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어쩌면 골프채 하나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씁쓸한 생각을 다듬고 골프용품 매장을 빠져나왔다.

골프를 칠 정도라면 경제적 여유가 있을 텐데 골프를 시작해놓고 골프채를 구입할 때 궁색함을 표면적으로 나타낼 일이 있겠는가, 누군가 반문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많은 돈을 투자해서 즐길 수 있는 골프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

캐디를 동반하거나 카트카를 이용해서 생길 중간 비용을 생략하는 과정에서 골프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한국처럼 금잔디가 아니고 돈을 투자해서 인공적으로 골프장을 만드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필드 사용료 또한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일반인도 대중화된 골프장 이용이 가능하다.

나는 골프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가끔 시간이 무료할 때 아내와 함께 집 근처 골프장을 찾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아내는 아직 골프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운동삼아 그린을 같이 동행해 걸어 준다. 때론 캐디가 없는 이곳 골프장에서 캐디 역할도 심심치 않게 해 준다. 

나는 25년 이상의 구력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 같이 골프를 치던 지인들은 일찌감치 싱글이라는 반열에 입성을 하였다. 나에게는 골프에 대한 열정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직까지도 더블 보기와 보기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에 멈추어 서있다. 골프 입문은 골프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직장 업무의 연장선이었다.

골프를 배우기 위한 준비도 회사에서 지원해주었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사용한 클럽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무리 없이 사용하고는 있다. 남들은 골프채를 수시로 바꾼다고 하지만 죽고 살 정도의 열정을 가진 마니아가 못된 탓에 지금까지 오랜 세월 같은 클럽을 지니고 있었다.

골프장에 들어서면 금방 한국인을 발견할 수 있다. 옷부터가 형형색색 화려하다. 물론 한국인에만 국한된 모습은 결코 아니다. 중국인도 한국인과 비슷한 조건의 복장을 착용하고 들어선다. 좀 더 운동하기에 편하고 자유스러운 복장이기보다는 값비싼 골프복으로 치장하는 형식부터가 이곳 캐나다인들과 다소 차별화된 모습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 다른 골프용품 매장을 방문했다. 어제 보았던 값싼 인지도가 없는 비 메이커 골프채도 있었지만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중간 정도의 브랜드 풀 세트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어느 운동이든 시작할 때는 기량보다는 장비를 중요시하는 버릇이 습성으로 남아 있다. 결국 실력은 부진한데 연장 탓만 한다. 눈높이를 줄여가기 이전에 주위를 의식하는 이목부터 버려가는 연습을 한다면 삶에 좀 더 자유를 얻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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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골프, #캐나다, #골프장, #운동,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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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Daum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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