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가까이의 시간 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시청자들을 만났던 배우 김영철이 작별을 고했다. 2018년 11월 24일 첫 방송 이후 쉼 없이 달려왔던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지난 9일 방송분을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방송인 이만기가 김영철의 빈 자리를 메울 적임자로 낙점되면서 머지않아 <이만기의 동네 한 바퀴> 시즌2가 전파를 탈 예정이다. 그러나 꽤 긴 시간 동안 동네 구석구석을 방문하면서 추억을 남긴 김영철의 빈 자리가 느껴질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지난 9일 저녁에 방송된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충청남도 보령 편

지난 9일 저녁에 방송된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충청남도 보령 편 ⓒ KBS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랑 받은 김영철

사극을 비롯해 수십 년간 여러 드라마에서 모습을 보였던 김영철은 동네 어르신에게 낯설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가 방문하는 지역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단번에 알아봤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영철은 한 분 한 분 뵐 때마다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방송을 위해 주변에 카메라가 여러 대 있기는 해도 주민들과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이것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롱런'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어르신뿐만 아니라 20~30대 역시 김영철을 격하게(?) 반겼다. 특히 <야인시대>와 <태조 왕건> 등 과거 방영된 드라마가 온라인 상에서 '밈'처럼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사 달라"나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와 같은 대사가 주목을 받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김영철이라는 배우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고, 이 프로그램과도 잘 맞았다. 덕분에 김영철과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 힘입어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의 여파도 이겨낼 수 있었다.

또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지역의 대표 명소나 볼거리, 먹거리 등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지역 내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프로그램이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이 앞다퉈 경쟁을 벌이는 시간대서 시청자들이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다만 김영철 입장에서 본업인 '배우'도 신경 써야 했던 점, 촬영이 끝나고 나서 '내레이션'까지 직접 소화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김영철이 이 프로그램 하나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는지 알 수 있다. 많은 시청자가 이번 하차 결정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공감한 이유다.
 
 지난 9일 저녁에 방송된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충청남도 보령 편

지난 9일 저녁에 방송된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충청남도 보령 편 ⓒ KBS


담백했지만, 여운 남긴 그의 마지막 인사

9일 방송분 역시 김영철의 '마지막 인사' 전까지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김영철이 178번째로 방문한 지역은 충청남도 보령으로, 대천해수욕장을 비롯해 지역 대표 볼거리를 둘러보며 동네 한 바퀴의 진행자로서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한내시장에서 닭집을 운영하는 모자(母子), 2016년부터 프리저브드 플라워카페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 등도 함께 소개됐다.

은행마을의 어머니들을 만나는 것으로 보령에서의 촬영을 끝낸 김영철은 방송 말미에 홀로 나타났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서 하차하는 소감을 말하면서 시청자, 그동안 방문했던 지역 주민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화려하진 않았어도 담백함이 묻어났다.

"오늘 여러분에게 힘든 이야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보령 편을 마지막으로 제가 동네 한 바퀴를 떠나게 됐습니다. 몸을 추스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좋은 곳에서 뵙겠습니다.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앨범 속 오래된 빛바랜 사진을 꺼내 보듯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마음에서 잊지 마시고 꺼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만 바뀔 뿐 프로그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디를 가든 지역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김영철의 '진심'은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한결같이 프로그램을 지켜왔던 김영철에게 한 명의 시청자로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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