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연주회 모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연주회 모습 ⓒ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제공

 
"수도권 집중화에서 벗어나는 데 크게 일조할 거예요."

대한민국 창작음악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가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공연하는 첫 번째 연주회를 앞두고 부산국악관현악단의 김종욱 수석지휘자는 이렇게 기대했다. 오는 8월 19일 오후 7시 30분에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With 아창제'가 그것이다.

2007년에 시작해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아창제는 양악과 국악 부문으로 구성됐는데, 그동안 서양의 고전음악 일색이던 국내 음악계에서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들이 창작음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ARKO)가 주최하는 대표적인 창작음악페스티벌이다. 국악부문은 2012년부터 작품공모하여 올해 10년차이며, 특히, 국악관현악계의 다양한 작품을 발굴해 온 한국 창작관현악의 산실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역사깊은 음악제이지만, 매번 서울에서만 기획연주회가 개최됐다. 그래서 이번 지방 관객들을 찾아가는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부산을 비롯해 음악계가 주목하는 이유이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의 예술은 중앙에 집중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번 시도는 한계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부산이 예전에는 500만 명이 넘었는데 이제는 350만 몇밖에 안되거든요. 2시간이면 서울을 왕복할 수 있으니까 단원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올라갑니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방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아창제와 같은 음악제가 지방에서 연주하면 고급 인력들도 지방에 내려올 수 있는 기반이 될 겁니다. 그래서 이번 연주회를 앞두고 자부심도 있지만 엄청난 부담감도 뒤따릅니다."  

1984년에 창단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을 이끌고 있는 김종욱(52) 씨는 지난 2020년 1월에 새로운 채용방식과 기준에 따라 수석지휘자로 임명됐다. 예전에는 공채로 지휘자를 선발했다면, 그가 선발된 방식은 단원들과 호흡을 눈여겨본 방식에 집중한 것이다.

"예전에는 시에서 공고를 내서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진행했어요. 부산문화회관에는 다섯 개 예술단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합창단, 무용단, 국악관현악단까지 세 단체가 경선을 거쳐 뽑았습니다. 정기연주회의 작품에 지휘자 후보자를 초청해 정기연주회를 한 번씩 무대에 올립니다. 일종의 오디션이라 할까요. 약간은 긴 호흡을 보면서 결정합니다. 세 후보자가 6개월간 다양한 것을 보면서 결정하거든요." 

이런 방식은 객원만 하고 수석지휘자 경험이 없었던 그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경선 방식의 최대 수혜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후보자에 비해서 경력은 짧지만 한 달에 걸친 연습기간을 통해 단원들과 호흡을 보여준 것으로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잠재력이 많은 악단이다. 숨겨진 원석 같은 느낌이랄까. 그가 부임한 이후로는 2년 동안 숨겨진 역량이 폭발했다고 강조했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와 예술에 대한 열망이 공연을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그것을 관객들이 느껴가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에는 부산문화회관에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공연을 평가했는데 내외부 공연 통틀어서 만족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보였다.

"단원들은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새로운 레퍼토리를 구상하고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지역 악단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고, 서울시국악관현악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위상을 높일 때입니다.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더 연습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이게 우리의 마음가짐입니다." 
 
 김종욱 수석지휘자

김종욱 수석지휘자 ⓒ 김종욱 제공

 



2022년의 부산국악관현악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국악관현악단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융성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사물놀이가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과 결을 같이 한다. 그런데 이후에 국악관현악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하향세 기로에 들어섰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예술성을 극대화 하기위해서 현대음악을 시도한 것이나, 대중성이라는 명목으로 대중가요를 따라했다. 너무 극단적으로 가다보니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중간 과정이 없이 혼동됐다. 현대음악은 너무 어렵고 대중음악은 재밌는데 국악은 다 이렇다고 오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국악관현악의 매력을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극단적으로 갈리니까 방향성을 잃었어요. 이런 위기를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에 지휘를 시작했습니다. 전통 국악관현악의 매력을 대중에게 계속 들려줘야 하거든요."  

객원 지휘자로 참여하는 것과 자신의 악단을 지휘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단다. 객원 지휘는 주어진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악단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그만인데, 자신의 악단을 이끌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악단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한 계단씩 오르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다양한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위상도 그만큼 높은 듯하다.

"부산문화회관의 무대팀, 조명팀, 음향팀, 사무국 등 모든 스태프들은 다른 시·도에 비해서 월등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연을 제작하기에 최적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머지않아 최고의 악단으로 자리매김할 겁니다."

아창제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서울에서만 기획연주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연주회는 지역에서 여는 첫 행사로도 의미가 있다. 올해 초 아창제 추진위원회에서 재연음악회 제안이 온 것에 대한 뒷얘기를 들려줬다.

"KBS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를 하는데, 지휘자가 단원들과 곡명에 대해서 회의를 할 때, 추천곡들의 2/3가 아창제에서 연주됐던 곡이었대요. 그래서 아창제 작품 연주회가 기획됬고, 이건용 선생님이 사회도 보셨어요. 그 후 관계자들이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아창제의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방법을 물색 중에 지역 순회 재연 연주회가 기획되었다고 해요. 그동안 서울에 있는 수도권에서 연주회가 개최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지방에서도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지방에서 악단을 찾다보니 규모면에서 소화할만하고, 최근에 진취적인 곡을 많이 연주하다보니 좋은 이미지를 보여준 듯합니다. 그래서 추진위원회로부터 제안이 왔어요. 원래는 스케쥴이 바빠서 아창제를 유치할만한 날짜가 안됐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아창제와 같이 예술성이 높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 좋은 기회였거든요. 부산시민에게 꼭 들려줬으면 좋겠습니다."

▲ 김종욱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악학과 박사(지휘전공)과 용인대학교 대학원 국악학과 석사(대금전공),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악학과 석사를 수료(지휘전공)했다. 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 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전수자, 사단법인 한국정악원 이사, 대금연구회 자문위원, 한음 스트링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월드뮤직오케스트라 10 대표·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운영위원 역임,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 단원 역임과 국립국악관현악단 객원지휘,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객원지휘, 서울시 청소년국악단 객원지휘, 박병오 현대음악 작곡발표회 등 다수의 지휘자로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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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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