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포스터

<한산>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름시즌을 겨냥한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다. 전작 <명량>이 1716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한 만큼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흥행과 평가가 반비례했던 <명량>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 마디로 꽤나 효과적인 피드백의 반영이다.
 
<명량>은 '이순신 마케팅'으로 애국심을 자극해 흥행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비판을 의식했는지 김한민 감독은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들을 보완해 돌아왔다.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서사의 완성도는 일본군 와키자카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일본군의 시점으로 바라본 이순신이란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지략싸움을 그렸다. 여기에 일본군 내부의 갈등을 통해 그 양적인 측면도 보완했다.
 
해전의 묘미는 여전하다. 이순신 장군은 불리했던 정국 속 바다를 장악하며 조선이 반전을 도모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연전연승을 거두며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 세 글자만으로 애국심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통해 액션에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학익진과 거북선으로 대표되는 한산해전을 흥미롭게 그려내며 오락영화로의 진가를 선보인다.
  
 <한산> 스틸컷

<한산>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학익진과 거북선은 각각의 서사와 관련된 캐릭터를 활용한다. 거북선이 실전 전투에서 문제를 일으키자 설계자인 나대용은 보완을 하고자 노력한다. 거북선을 전장에서 제외하려는 이순신을 찾아가 간청하는 장면이나, 직접 거북선을 타고 출정하는 장면은 극적인 감동을 더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범죄도시2>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올해 큰 활약을 선보인 박지환은 나대용 역을 통해 그 기세를 이어간다.
 
원균은 이순신의 작전을 곤란하게 만드는 변수다. 내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원균은 사사건건 딴지를 걸며 곤란한 상황을 연출한다. 겁이 많고 비열하며 고집이 강한 원균의 캐릭터는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손현주가 맡으면서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원균의 캐릭터로 인해 한산대전 전까지 극적 재미가 유지되며 학익진 작전을 구성하며 이순신이 겪었을 고민과 고뇌를 더욱 강하게 부각시킨다.
 
준사와 임준영, 어영담은 전작과 차기작을 잇는 열쇠다. 항왜 준사는 등장부터 이순신을 공격하는 강렬함과 그에게 반해 일본군에 잠입하면서 스릴을 준다. <명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임준영은 탐망꾼 역할을 다시 한 번 소화해낸다. 준사와 임준영 모두 전작과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맡은 어영담은 그 존재만으로 무게감을 더한다. 후속편 <노량: 죽음의 바다>에도 출연하며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산> 스틸컷

<한산>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주목을 받을 배우는 변요한이라 할 수 있다. 역할을 위해 25kg을 증량하며 이미지부터 변화를 시도했다. 변요한의 와키자카는 전작에 비해 비중이 늘어난 메인 빌런이다. 그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서슬퍼런 질감을 보여주며 이순신을 잡기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하며 사이코패스의 면을 보인다. 변요한이란 배우에게서 발견한 새로운 매력이자 본인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해낸다.
 
이순신 역을 맡은 박해일의 경우 3부작의 이순신 중 가장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받은 바 있다. 최민식, 김윤석처럼 폭발력이 느껴지는 연기를 선보이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한민 감독은 3부작에 각기 다른 이미지의 이순신을 담고자 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한 이미지는 '지장(지혜로운 장수)'이다. 임진왜란을 의와 불의의 대결이라 말하고 완벽한 전법을 위해 고민하는 박해일표 이순신은 지장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한산: 용의 출현>은 소위 말하는 '국뽕 영화'다. 국뽕 치사량이지만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흥행에 성공한 전작의 공식을 밀고 나가기보다는 피드백을 충실히 이행하며 관객을 향한 존중을 보여준다. 액션 장면에서 자막을 넣어 이해를 돕는 센스까지 지니고 있다.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며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낸 이 영화가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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