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니언즈 2> 포스터

영화 <미니언즈 2> 포스터 ⓒ 유니버셜픽쳐스


미니언들(피에르 꼬팽 목소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는 12살 그루(스티븐 카렐 목소리)는 공포의 검은 장갑(알란 아킨 목소리), 나팔바지(타라지 P. 헨슨 목소리), 집게손 장(장 끌로드 반담 목소리), 쌍절곤 수녀(루시 로리스 목소리), 분노의 스핀킥(돌프 룬드그렌 목소리), 강철주먹(대니 트레조 목소리)으로 구성된 '6인의 악당'의 새로운 멤버가 되는 꿈을 안고 오디션에 지원한다. 

사람들을 향해 치즈 총을 쏘고 극장에서 몰래 연기 폭탄을 터트리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악당 경력을 쌓은 줄 알았던 그루는 오디션에서 '6인의 악당'에게 어린애 취급만 당하고 만다. 화가 난 그루는 '6인의 악당'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의 소유한 엄청난 힘을 가진 보물 '조디악 스톤'을 훔쳐 달아난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그루가 납치를 당한다. 보스를 구하기 위해 미니언 3총사 케빈, 스튜어트, 밥이 나선다.
 
 영화 <미니언즈 2>의 한 장면

영화 <미니언즈 2>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

 
2010년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슈퍼배드>가 개봉할 때만 해도 악당 그루의 부하들로 등장하는 2등신 몸매에 노란색 피부를 가지고 고글을 쓰고 청멜빵바지를 입은 채로 이상한 언어로 말하는 캐릭터 '미니언'이 돌풍을 일으키리라 예상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슈퍼배드>는 전 세계에서 5억 4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속편 <슈퍼배드 2>(2013)는 9억 7천만 달러, <슈퍼배드 3>(2017)는 10억 달러, 스핀오프 격인 <미니언즈>(2015)는 11억 5천만 달러를 쓸어 담으며 미니언은 세계 정복에 성공했다. 영화 수익 외에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번 수입까지 감안한다면 미니언은 단순히 프랜차이즈의 상징을 넘어 하나의 대중문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미니언즈 2>는 <미니언즈>의 속편이자 <슈퍼배드>의 이전을 다루는 프리퀄이다. 당연히 <슈퍼배드>와 연계성이 강하다. 그루와 네파리오 박사의 만남, 이전 작품들에 등장한 바 있는 악의 은행, 악당퇴치연맹, 미래의 라이벌 벡터가 나오는 등 알고 보면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이야기는 <미니언즈>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슈퍼 악당이 되고 싶은 소년 그루를 만난 미니언들에서 이어진다. <미니언즈 2>는 그루의 초창기 악당 행적과 함께 미니언들이 그루를 어떻게 도우며 '가족' 같은 유대를 쌓게 되었는지를 그린다. <슈퍼배드>의 레이아웃 슈퍼바이저, <로렉스>(2012), <미니언즈>(2015), <슈퍼배드 3>의 공동 연출을 맡으며 경력을 쌓은 카일 발다 감독은 다시 메가폰을 잡은 <미니언즈 2>에 대해 "미니언들이 어떻게 그루를 처음 만나고, 어떻게 이토록 남다른 유대감을 쌓았는지를 그린다"고 소개한다.
 
 영화 <미니언즈 2>의 한 장면

영화 <미니언즈 2>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

 
<미니언즈 2>는 이야기에서 신선함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니언으로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다. 미니언을 보러오는 대다수 관객은 픽사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아닌, 마치 워너브라더스에서 만든 <루니 툰> 시리즈처럼 몇 분에 한 번씩 웃음을 주는 몸개그로 대표되는 만화적인 슬랩스틱을 보길 원한다. 주제 의식의 유무도 무의미하다. 제작자들은 그런 욕망을 안다는 듯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미니언을 중심으로 한 만화적 슬랩스틱으로 채웠다. 가장 재미있는 장면을 고르라면 케빈, 스튜어트, 밥이 승무원으로 위장하여 비행기를 조종하는 장면을 꼽고 싶다.

<미니언즈 2>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전체 관람가의 가족 영화답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집어넣었다. 이것은 전편보다 도드라진 시대적 배경으로 나타난다. 1960년대 영국을 주 무대로 한 <미니언즈>와 달리 <미니언즈 2>는 다채로운 색깔의 비주얼, 풍성한 헤어스타일, 나팔바지 패션, 쿵푸 액션이 유행한 19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삼았다. 카일 발다 감독은 "1970년대는 디스코와 함께 선명한 색들과 반짝임, 시각적인 매력이 넘치는 시대였다. 그 시절의 TV 프로그램, 패션, 음악은 나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한다. 
 
 영화 <미니언즈 2>의 한 장면

영화 <미니언즈 2>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은 그 시절 007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2022년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뮤지션 잭 안토노프가 사운드트랙 작업에 참여해 1970년대 히트곡들을 현재 뮤지션들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뉴트로한 음악으로 관객을 이끈다. 빌런인 '6인의 악당' 목소리 연기에 (바로 뒷 시기인) 80~90년대 액션 스타 장 끌로드 반담, 돌프 룬드그렌, 대니 트레조가 참여하여 향수를 자극한다. 케빈, 스튜어트, 밥은 마스터 초우(양자경 목소리)에게서 <쿵푸 팬더>(2008)나 <베스트 키드>(2010)처럼 쿵푸 수련을 받기도 한다. 다만, 극의 전개와 상관없이 그저 아시아 시장을 노린 포석처럼 느껴지기에 퇴행적인 인상도 짙다.

<미니언즈 2>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여전히 미니언들의 귀여움과 만화적 슬랩스틱은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켜 준다. 적절하게 향수를 자극하여 어른들의 입맛도 맞췄다. 반면에 프랜차이즈 특유의 예측 가능한 '반복' 공식에 충실하여 이야기와 캐릭터의 독창성이 떨어진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전체 시리즈 가운데 가장 별로였다. 그러나 상관없다. 미니언의 인기는 건재(8월 4일 현재 전 세계에서 7억 1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5위를 기록 중이며 지금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있기에 순위는 더욱 올라갈 공산이 높다)하기에 시리즈는 계속 나올 것이다. 인기가 떨어질 때까지 말이다. 다음 미니언즈 작품인 <슈퍼배드 4>는 2024년 7월 개봉 예정이다.
미니언즈 2 카일 발다 스티븐 카렐 양자경 피에르 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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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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