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 2022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잔나비

지난 8월 6일, 2022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잔나비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지난 6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펼쳐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밴드 잔나비가 올랐다. 잔나비와 펜타포트의 인연은 깊다. 잔나비는 2014년, '슈퍼 루키'로 선정되어 2014년 펜타포트의 가장 작은 무대에서 공연했고, 조금씩 공연 시간을 늘려나갔다. 2018년에는 메인 스테이지의 첫 순서를 장식했고, 올해는 메인 스테이지의 서브 헤드라이너로 나서, 70분의 공연 시간을 할애받았다. 

올해 펜타포트에서 잔나비가 선보인 공연은 열정적이었다. 로큰롤의 경쾌함, 팝 발라드의 서정성이 모두 녹아 있었다. 프론트맨 최정훈이 공연 말미 4 Non Blondes의 'Whats' Up'을 부를 때, 꽹과리를 치며 무대 위를 활보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기타리스트 김도형의 전역 후 첫 무대라서 의미는 더욱 깊었다.

그들은 누구도 저격하지 않았다.

공연은 성공적이었지만,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구설수가 발생했다. 공연 중 최정훈이 한 멘트 때문이었다. 그는 "(헤드라이너의) 고지가 멀지 않았다. 이제 한놈만 제끼면 된다. 다음 팀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펜타포트는 우리가 접수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규 2집 수록곡인 'Come Back Home'을 부르기에 앞서, "여러분은 이제 집에 가시라. '컴백홈' 들려드리고 저희도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필자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에서 들었던 멘트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슈퍼 루키에서 서브 헤드라이너까지 성장한 밴드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국내 최대의 락 페스티벌을 접수하겠다는 호기로움마저 느껴졌다.

이들은 다음 순서 공연자인 미국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를 저격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다음 팀이 누군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멘트 때문이었다. 뱀파이어 위켄드는 그래미 상을 두 차례 수상한, 미국 인디 록 최고의 밴드 중 하나다. 잔나비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출연이 확정되었을 당시 "애정하는 뱀파이어 위켄드 앞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잔나비는 펜타포트 이전에도 브이 라이브 등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를 통해 여러 차례 뱀파이어 위켄드의 음악을 소개하고 추천해왔던 바 있다. '다음 팀이 누군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발언은, 저격이나 무지가 아니라 '실패한 농담'에 가깝다.

잔나비가 비난받은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이들이 예정에 없던 앵콜곡 'Come Back Home'을 부르는 바람에, 옆 무대에서 펼쳐진 블랙 메탈/슈게이징 밴드 데프헤븐(Deafheaven)의 공연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잔나비가 무리하게 앵콜곡을 불러, 데프헤븐의 공연이 8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일반적으로 락 페스티벌은 정해진 타임 테이블을 준수하기 때문에, 마지막 공연자인 헤드라이너를 제외하면 앵콜이 허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관객이 '앵콜'을 연호해도 소용없다. 심지어 잔나비 때문에 뱀파이어 위켄드가 앵콜을 부르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뱀파이어 위켄드는 바로 직전 일정인 후지록 페스티벌에서보다 한 곡 더 많은 18곡을 불렀다.)

잔나비 때문에 타 아티스트의 공연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록 페스티벌에서의 공연 지연은 해외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해프닝이다. 음향 문제나 기상 상태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올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도 적재, 자우림 등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에서도 지연이 발생했던 바 있다. 이에 덧붙여, 'Come Back Home'은 사전에 합의 없이 연주된 앵콜곡이 아니다. '춘천 상상실현 페스티벌' 등 잔나비가 최근 펼친 공연에서도 엔딩곡은 'Come Back Home'이었다. 이 곡은 어디까지나 앵콜곡의 형식을 가장한 엔딩곡이다. 자우림의 공연을 마무리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마찬가지다.

아티스트의 인성, 누가 재단하는가?

락 페스티벌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곳이 아니다. 자유롭게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곳이다. 이 형식의 차이 때문에, 방송이나 다른 공연보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조차도 용인되는 것은, 락 페스티벌이 '조금 풀어진 채 놀아도 괜찮은 곳'이라는 공감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에 가라'라는 최정훈의 멘트는 'Come Back Home'의 제목과 내용에 맞춘 것이다. 물론 본 의도와 별개로, 현장의 록 팬들이 느꼈던 불편함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잔나비도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꿈에 그리던 무대와 멋진 관객 앞에 있다 보니 흥분에 못 이겨 가벼운 말로 타 밴드와 팬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실언을 인정했다.

최정훈의 멘트는 최적의 선택이 아니었다. 락 페스티벌은 다양한 아티스트의 팬, 또 리스너들이 모인 축제의 장이다. 타 아티스트의 공연도 남아 있는 상황인 만큼, '집에 가라'라는 멘트보다, '남은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재미있게 즐겨 달라'고 말했다면,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을 것이다. 전날인 금요일 서브 헤드라이너로 나선 크라잉넛이 좋은 예다. 크라잉넛은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다음은 우리가 사랑하는 넬의 공연이다. 우리도 무대 밑으로 내려갈 테니 함께 놀자"고 외쳤다.

그러나 최정훈의 멘트가 잔나비를 '오만한 밴드'로 만들 근거는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비판받을 이유도 없다. 잔나비의 앵콜 때문에 타 아티스트의 공연 시간이 침해되었다는 것은 사실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동경해오던 아티스트를 저격할 이유도 없다. 현장에 가지 않았던 연예부 기자들이 온라인 공간에 올라온 글을 인용하여, 인성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것 역시 소득 없는 일이다. 무대 위 아티스트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 단죄하는 도덕률은 누가 만든 것인가?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인성 논란'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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