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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지혜의숲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술생애사와 여성인문학' 강좌. '생활기록가' 양성과정이기도 한 이 강좌에서는 구술생애사 기록의 이론교육은 물론, 실제 한 인물을 선정해 구술로 생애사를 듣고 책으로 출간하는 과정까지 진행된다.
 세종지혜의숲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술생애사와 여성인문학" 강좌. "생활기록가" 양성과정이기도 한 이 강좌에서는 구술생애사 기록의 이론교육은 물론, 실제 한 인물을 선정해 구술로 생애사를 듣고 책으로 출간하는 과정까지 진행된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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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 전체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또 이를 기록으로 남겨 책으로 펴내는 일은 특별하다. 이 대상이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소외계층이라면 더 그러하다.

이 특별한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종시 세종지혜의숲 도서관 컨퍼런스룸1에서 '구술생애사와 여성인문학'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이 지원하는 '길위의 인문학'의 한 프로그램으로, 세종지혜의숲 도서관과 책이밥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구술생애사'는 동시대의 사람이 구술한 내용을 기록한 역사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생애를 기록하면 자서전 또는 회고록, 제3자가 쓰면 평전이라 한다. 구술생애사는 제3자가 구술자의 삶을 인터뷰해서 쓰는 글이다.

자서전이나 회고록 등이 주로 유명인의 업적을 중심으로 쓰인다면, 구술생애사는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삶을 기록한다. 장애인이나 한부모가족,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리하기도 한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구술생애사와 여성인문학은 오는 11월 말까지 총 75시간 동안 이어진다. 구술생애사 이론부터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고 실제로 그 대상을 인터뷰해서 책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까지 한다. 이후에는 출판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까지 계획돼 있다.

이 과정은 '생활기록가' 양성과정이기도 하다.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해 각종 아카이빙 사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7명의 수강생이 참여해 인터뷰 대상 선정을 마친 생태다.
  
세종지혜의숲에서 '구술생애사와 여성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이은하 책이밥 대표. 여성학자인 그는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이슈와 사람들’ 구성작가와 여성부 위민넷 웹PD, (재)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 등을 역임했고, 현 호주 아이오콜롬바대학 겸임교수다. ‘페미니스트 비긴스’ 저자이기도 하다.
 세종지혜의숲에서 "구술생애사와 여성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이은하 책이밥 대표. 여성학자인 그는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이슈와 사람들’ 구성작가와 여성부 위민넷 웹PD, (재)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 등을 역임했고, 현 호주 아이오콜롬바대학 겸임교수다. ‘페미니스트 비긴스’ 저자이기도 하다.
ⓒ 이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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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과정을 교육하고 이끌어가는 강사는 책이밥 이은하 대표다. 여성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페미니스트 비긴즈'의 저자다. '페미니스트 비긴즈'는 우리 사회 대표적 페미니스트 7인의 삶을 엮어낸 책으로, 이들은 다른 이의 아픔을 외면하고 한국 사회의 여러 여성 문제에 침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던 여성들이다

이 대표는 책이 곧 밥이라는 의미로 '책이밥'을 설립했다. 책이밥은 '글쓰기 고민상담소'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현대인들은 화려한 SNS 속 지인들의 삶을 훔쳐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여기에서 오는 자존심의 나락, 고립을 글쓰기와 글 읽기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게 '글쓰기 고민상담소'다.

글을 읽고 쓰다 보면, 자기 자신을 바로 보게 되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가려는 게 이 대표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다. 책을 통해 다시 생명을 얻는 것, 곧 책이 밥인 이유다.

이 대표는 지난 6월부터 대전 서구 월평복지관에서 특별한 고민상담소도 진행했다. 복지관 인근에 거주하는 독거 할머니 4명을 초대해 스스로의 생애사를 기록하게 했다. 다만, 글을 쓰기 어려운 분들을 대신해 이 대표가 노인들의 구술을 듣고 기록했다.

독거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며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한국 현대사와 여성의 삶이 녹아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때론 슬퍼하기도 기뻐하기도 울분을 토해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한 번은 하고 싶었던 말들을 후련하게 쏟아내는 건 결국 상처 난 마음을 그들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다.

'책이밥'에서는 이 밖에도 '딸이 쓰는 엄마의 자서전'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12주 과정으로 진행할 계획인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와 1대1 멘토링을 통해 엄마를 인터뷰하고, 이를 정리하고, 책으로 만들어 내는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도와주는 과정이다.

이 대표는 "누구나 자기 책을 한 번 만들어보는 과정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면서 "자기 삶을 돌아보면서 차분하게 정리하다 보면 자존감을 찾을 수 있다.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말했다.

한편, 책이밥에서 제공하는 '구술생애사'는 입문반과 심화반이 운영되며, '글쓰기 상담소'는 기초반, 향상반, 심화반이 운영된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책이밥 홈페이지(chaekebab.com)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태그:#구술생애사, #이은하, #책이밥, #글쓰기고민상담소, #세종지혜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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