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1회전에서 야로고BC 선수가 타격을 준비하는 모습.

지난 2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1회전에서 야로고BC 선수가 타격을 준비하는 모습. ⓒ 박장식

 
'베이스볼 클럽' 팀이 본격적으로 고교야구판에 뛰어든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2021년 주말리그를 시작으로 황금사자기 대회, 청룡기 등 주요 전국대회에서도 'BC'라는 이름이 붙은 클럽 팀이 고교야구 무대에 첫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신생팀의 한계가 아쉬웠다. 기존 야구부에서 클럽 팀으로 전환한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전국대회에서 한 번의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돌아가는 일도 적잖았고, 주말리그에서도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이번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도 클럽 팀에게 허락된 경기는 많지 않았다. 경남 합천의 야로고등학교BC 팀도 마찬가지였다. 야로고BC 팀은 올해의 마지막 대회였던 지난 23일 봉황대기에서 지역 명문인 광주동성고를 상대로 역전을 이루는 등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플레이를 펼치며 내년을 기대케 만들었다.

집중력 발휘 매서웠지만... 석패했던 올해 마지막 무대

지난 2021년 '농어촌학교를 살리기 위해' 창단한 야로고BC 팀. 특히 중학교 야구부인 야로중 선수들이 고교 진학을 해서도 야구를 할 수 있게끔 연계되어 창단된 야로고BC 팀은 창단부터 '베이스볼 클럽'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면서 야구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의 고교야구 전국대회 무대에서는 단 한 번의 승리를 허락받지 못했다. 물론 주말리그에서도 그리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반기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4승 2패를 거두는가 하면, 야구 팬들의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선수들도 눈에 띄는 등 성장세를 주목할 만했던 한 해였다.
 
 지난 2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1회전에서 야로고BC 선수들이 공수교대 도중 덕아웃에 모여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지난 2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1회전에서 야로고BC 선수들이 공수교대 도중 덕아웃에 모여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박장식

 
그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회인 봉황대기 첫 경기에서 광주 지역의 명문 동성고등학교를 만난 선수들. 하지만 선수들은 상대에 기죽지 않고 열성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심지어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경기 초반이 그랬다. 야로고BC 선수들은 경기 초반이었던 1회 말 만루 기회를 만든 동성고 선수들을 한 점의 실점만으로 막아내는가 하면, 2회 초에는 2사 만루 상황 신서연의 싹쓸이 2루타 등에 힘입어 넉 점을 역전하는 등 전국대회 첫 승리를 '대이변'으로 기록할 뻔했다.

하지만 광주동성고 선수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2회 말 두 점, 3회 말 한 점 씩을 따라가며 균형을 맞춘 동성고 선수들은 4회에는 역전을, 그리고 6회에는 5득점을 뽑아내는 빅 이닝을 가져가는 등 야로고BC 선수들을 따돌리고 승기를 잡았다.

결국 최종 스코어는 12-5 7회 콜드게임. 표면적인 스코어는 아쉬움이 컸지만, 창단한 지 겨우 2년 차에 접어든 학교가 그 해의 마지막 전국대회에서 명문학교와 맞붙어 승리를 일구기 직전까지 접어들었기에 패퇴한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였다.

"몇 년 뒤에는 8강, 4강도 가야죠"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야로고BC 홍성남 감독은 "선수 수급이 어려워 애를 먹었다"면서, "올해 초 15명이었던 선수가 전반기 끝나고 23명으로 늘었는데, 클럽 팀이라고는 해도 아이들이 보통의 고교 팀에 뒤지지 않고 열정적으로 임한 덕분에 오늘도 상대에 뒤지지 않는 경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창단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은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이 투지가 좋고, 힘든 지역에 와서까지 야구를 하려고 하는 것이 대단하다. 그래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갔으면 하는데, 아직은 아쉽기만 하다"며 멋쩍은 듯 말했다.

홍 감독의 목표는 3년 후 야로고BC가 전국대회 8강, 4강도 올라갈 수 있는 전력이 되는 것. "당장 올 봄에도 시즌 들어갈 때 한 게임 하고 들어갈 정도로 시합량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다"며, "올해부터 야로고등학교에 야구장과 기숙사가 만들어지는데, 인프라가 보강되니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 2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1회전에서 야로고BC 이준수 선수(25번)가 극적인 추가점을 낸 뒤 덕아웃으로 돌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지난 2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1회전에서 야로고BC 이준수 선수(25번)가 극적인 추가점을 낸 뒤 덕아웃으로 돌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광주동성고와의 경기에서 7회 따라가는 추가점을 발로 만드는 등 허슬플레이를 선보이곤 했던 이준수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광주동성고 이기고 2회전에 올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몸사리지 말고 들어가자는 마인드로 했는데 결과가 아쉽다"며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준수 선수는 서울 성지고등학교에서 전학와 1년을 보냈다. 먼 거리로 '야구 유학'을 갔던 셈. "처음에 왔을 때는 맘고생을 많이 했는데, 야로고가 팀 분위기도 좋고,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분위기라 선수들과도 금방 끈끈해지고 좋았던 것 같다"는 것이 이준수 선수의 말.

특히 이준수 선수는 "창단되지 얼마 안 되어 우리 학교를 약한 팀으로 인식한다"면서도, "후배들이 더욱 열심히 해서 내년부터는 '야로라는 팀이 쉽지 않은 팀'이라는 생각을 상대에게 들게끔 하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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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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